예산 폭등, 발목 잡힌 쿡 해협 페리 프로젝트

예산 폭등, 발목 잡힌 쿡 해협 페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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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집권한 국민당 주도 연립 정부가 남북섬을 잇는 ‘인터아일랜더 페리(Interislander ferry)’에 신형 선박을 투입하고 그에 맞춰 항만 시설도 개발하는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아일랜더’는 철도 국영기업인 ‘키위레일(KiwiRail)’ 산하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데, 이 바람에 새 페리 건조를 맡고 있는 한국의 현대미포조선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최근 들어 ‘쿡 해협 페리는 운항 도중 여러 차례 사고를 일으켜 안전 문제가 제기됐는데, 새 페리 건조 계획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과 정부의 입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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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쿡 해협 지도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해 명명한 쿡 해협>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사이에 가로 놓인 ‘쿡 해협(Cook Strait)’은 가장 짧은 곳의 거리가 약 22km이며 해협 폭은 최대 23km로 해협 남동쪽은 남태평양, 그리고 북서쪽은 태즈먼해와 접하고 있다.  


1770년 뉴질랜드 연안을 탐험했던 제임스 쿡 선장이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해협을 발견하고 지나갔는데, 1642년 처음 뉴질랜드에 왔던 네덜란드 탐험가 아벨 태즈먼(Abel Tasman)은 해협이 막힌 것으로 생각했으며 쿡 선장 이전까지 유럽에서는 남섬과 북섬이 연결된 한 섬인 것으로 믿었다. 


결국 항해가 가능한 수로임을 처음 확인한 쿡 선장 이름을 따서 해협 이름이 정해졌는데, 그는 이후 1773년과 1777년에도 뉴질랜드 일대를 탐험하면서 많은 곳의 지명을 정했다.  


한편 웰링턴과 남섬 말버러(Marlborough)의 픽턴(Picton)을 연결하는 페리는 운항 시간이 3시간 정도로 짧은 거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걸리는 편인데, 이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웰링턴만을 빠져나온 뒤 다시 말버러 협만을 통과해 70km를 항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항 거리가 짧지만 항로가 비좁은 데다가 바람과 조류 등의 자연 조건이 매우 불안정하고 바닷물 흐름까지 강해 항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남쪽에서 갑자기 부는 거센 돌풍으로 세계적으로도 항해가 어려운 해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1865년 5월 증기선인 ‘시티 오브 더니든(City of Dunedin)’이 웰링턴에서 출발해 넬슨을 거쳐 남섬 서해안 호키티카(Hokitika)로 향하려 해협에 들어섰다가 돌풍으로 웰링턴 서쪽 ‘케이프 테라휘티(Cape Terawhiti)’ 앞에서 침몰해 최소한 50~60명이 숨졌다. 


또한 1909년 2월에는 당시 증기선 페리였던 ‘SS 펭귄(Penguin)’이 웰링턴 남서쪽 ‘싱클레어 헤드(Sinclair Head)’ 인근에서 기상 악화로 시야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 중 바위에 부딪혀 75명이 숨지고 30명이 생존하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해난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해협에는 1866년에 처음 통신 케이블이 깔렸으며 첫 전력 케이블은 1964년 부설됐는데, 지금도 해협 북쪽에는 남북섬을 잇는 통신과 전력선이 해저에 있어 선박의 정박과 함께 어업 활동이 금지돼 있다. 


2008년에는 이곳에 발전용 수중 터빈을 시험 설치한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이는 조수 간만 시 해협 동쪽과 서쪽에서 바다 높이가 차이가 나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져 6시간 단위로 해협에 형성되는 빠른 조류를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였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 해협을 통해 사람은 물론 물자가 모두 이동하기 때문에 쿡 해협은 뉴질랜드로서는 중요한 물류 통로인데, 당연히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며 그동안에도 몇 차례 크게 문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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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아일랜더의 ‘카이타키호’의 외부와 실내 모습


<현재 페리 운항 서비스는 어떻게?> 

  

현재 쿡 해협에는 2008년에 뉴질랜드 정부가 다시 국영화한 ‘키위레일’의 자회사인 ‘인터아일랜더’와 민간 해운회사인 ‘블루브리지(Bluebridge)’ 등 2개 회사가 페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중 인터아일랜더는 ‘카이타키(Kaitaki, 총톤수 22,365톤)’와 ‘아라테레(Aratere, 17,816톤, 건조 당시에는 12,595톤, 2011년에 개장)’, 그리고 ‘카이아라히(Kaiarahi, 22,152톤)’ 등 3척의 페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블루브리지는 ‘스트레이트 페로니아(Strait Feronia, 총톤수 21,856톤)’와 ‘콘네마라(Connemara, 27,414톤)’ 등 2척을 운영 중인데, 총톤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척을 제외하고는 모두 2만 톤 이상인 대형 선박이다. 


페리는 사람과 자동차는 물론 ‘화물기차(rail wagons)’까지 직접 실을 수 있는데, 기차가 직접 선박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롤-온-롤-오프 페리(roll-on roll-off ferry)’ 운항은 1962년에 ‘GMV 아라모아나(Aramaona)’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한편 인터아일랜더 페리 중 ‘카이타키’는 1995년 네덜란드에서 건조돼 2005년에 뉴질랜드로 도입됐으며 ‘아라테레’ 역시 1998년에 건조됐다가 2011년에 싱가포르 조선소에서 개장 공사를 거쳐 선체가 확대됐으며, ‘카이아라히’도 1998년에 건조돼 2013년부터 쿡 해협 항로에 투입됐다. 


이처럼 인터아일랜더의 페리 3척이 모두 건조 시기가 1995년과 1998년으로 선령이 30년에 가까운 선박이라는 점이 문제인데, 실제로 그동안 노후한 시설과 장비로 인해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사건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노후 선박 문제는 블루브리지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이트 페로니아’는 1997년 건조됐으며, 그나마 ‘콘네마라’만 건조 연도가 2007년으로 아직 선령이 20년이 채 안 됐는데, 프랑스와 아일랜드 사이를 다녔던 이 배는 2023년 2월부터 쿡 해협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394f4d85de78ee8145263dfbdfe89385_1703235504_9776.png ▲ 블루브리지의 ‘콘네마라호’ 


<잇따른 페리 사고, 안전에 큰 의문 던져> 


그동안 인터아일랜더 페리는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문제가 됐으며 특히 지난 2013년 11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쿡 해협에서 ‘아라테레’의 구동축이 부러지고 프로펠러가 유실되는 사고가 나 키위레일이 긴급하게 유럽에서 ‘MS Stena Alegra’를 빌려 운항하기도 했다. 


이후 이 선박은 ‘카이아라히’로 이름이 바뀌고 지금도 운항 중인데, 2021년 8월에 기어 박스에 중대한 고장을 일으켜 1년이 넘은 2022년 9월에서야 다시 노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난 또 다른 대형 사고는 지난 1월 발생해 국내외 언론에 널리 보도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 왔다. 


1월 28일(토) 오후 2시에 당시 픽턴을 떠나 웰링턴으로 향하던 ‘카이타키(Kaitaki)’가 ‘냉각 시스템 고장(faulty cooling system)’을 일으켜 엔진 4개가 한꺼번에 작동을 멈췄다. 


한때 선박 전원이 완전히 나간 채 웰링턴만 인근 ‘싱클레어 헤드’ 남서쪽 쿡 해협에 멈춘 카이타키는 오후 5시 5분 구조 신호를 보냈는데, 당시 강한 바람이 불면서 페리를 바위 해안 쪽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선장은 급히 닻을 내렸고 바위 해안에서 0.9해리까지 접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으며 800명의 승객과 승무원 80명에게는 구명조끼가 지급됐는데, 그나마 항해 도중에 크게 일었던 너울이 배가 멈추기 직전에는 좀 잔잔해졌다. 


결국 웰링턴에서 예인선이 출동해 다시 엔진을 가동할 수 있었던 카이타키가 웰링턴 부두까지 들어오는 것을 도왔으며 페리는 예정보다 3시간 늦은 밤 9시쯤 도착했다.


당시 회사 측은 ‘냉각 시스템 연결부에서 누출이 발생해 압력이 떨어졌고 엔진에 달린 센서가 이를 감지해 과열을 방지하고자 자동으로 엔진을 정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수리 후 다시 서비스에 나섰던 카이타키는 3월 4일부터는 2개의 기어 박스 중 한 개의 베어링에 문제가 발견돼 다시 운항 대열에서 이탈했는데, 이 바람에 남북섬 간 물류 이동에는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결국 외국에서 오는 부품을 기다렸다가 픽턴에서 수리를 마쳤던 카이타키는 5주 뒤인 4월 12일 시험 운항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다시 서비스에 나설 수 있었다. 


이 사건보다 앞서 2023년 2월에도 당시 픽턴으로 가던 인터아일랜더의 ‘아라테레(Aratere)’가 토리(Tory) 채널에서 한때 고장을 일으켜 표류 중 다시 엔진이 작동해 뒤늦게 픽턴에 도착하기도 했으며, 블루브리지의 ‘스트레이트 페로니아’도 기술적 문제로 올해 여러 차례 운항을 중단했었다. 


당시 한 대중교통 전문가는 남북섬 페리는 국도 1호선이나 마찬가지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승객과 물자 수송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면서, 뉴질랜드에서 대중교통 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했고 그중 대부분이 페리와 관련됐다면서, 특히 쿡 해협은 항해 조건이 가혹해 페리는 선령 30년이 운항 한계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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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아일랜드가 도입하려던 신형 페리


<당초 계획보다 4배 가까이 불어난 예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키위레일은 한국의 ‘현대미포조선(HMD)’에서 2척의 대형 페리를 건조하기로 2021년 7월에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를 시작한 바 있는데, 신형 페리 2척은 배수량 5만 톤(길이 220m, 너비 30.8m)으로 기존 선박보다 훨씬 크다. 


1,910명의 승객과 더불어 트럭 62대, 화차 42대, 일반 차량 170대(차량만 운반 시에는 최대 652대) 등 기존 페리와 비교하면 대략 승객은 2배, 화물열차 적재 능력도 300%나 향상된다. 


선체는 더 커지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키위레일의 목표에 맞춰 저공해 기술을 적용한 디젤 및 전기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기존 선박보다 탄소 배출량이 40% 이상 줄어들게 설계됐다. 


또한 항해 시 발생하는, 이른바 ‘후류(wake energy, 항적)’도 작은 데다가 친환경적 선체 코팅으로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도 줄이면서 입출항 시에는 전기로 작동해 소음도 줄일 계획이었다. 


당초 2024년부터 본격 건조에 나서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대형화하는 선박 크기에 맞춰 웰링턴의 ‘카이화라화라(Kaiwharawhara)’ 터미널과 픽턴 부두 시설도 새로 짓는데 픽턴 부두와 새 터미널 공사는 지난해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페리 건조와 부두 및 터미널 공사에는 총 14억 5,0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자금은 키위레일과 말버러 항만 관리회사 및 말버러 시청과 함께 도로관리 당국인 NZTA가 담당하고 중앙정부도 페리 교체 자금 4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폭증해 키위레일이 추가로 14억 7,000만 달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 정부는 선박 건조는 물론 이와 관련된 모든 계획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12월 15일 니콜라 윌리스 재무 장관이 이를 다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결국 예산이 최종적으로 28억에서 30억 달러로 2배가량 폭증할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칼을 빼 들고 나선 셈인데, 키위레일 측은 이 방안이 문제 해결과 뉴질랜드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으며 벌써 설계 단계의 60%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발표에 너무도 실망스럽지만 결국 대주주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아직 (건조를 위한) 철판 절단은 하지 않았으며 현대와 상황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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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턴 항구 개발 조감도


이에 대해 윌리스 장관은 선박 디자인이 너무 크고 부두를 비롯한 지원 인프라 공사 비용이 너무 늘었다면서 ‘토요타 코롤라(Toyota Corolla)’와 ‘중고 테슬라(second hand Tesla)’, 그리고 ‘페라리(Ferrari)’ 자동차에 비유하면서 해협을 건너는 데 반드시 페라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윌리스 장관은 정부는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페리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납세자 생각도 해야 한다면서, 실제 관점에서 기존 페리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기 때문에 교체는 해야 하지만 더 적합한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초 7억 7,500만 달러였던 계획이 지금은 30억 달러로 거의 4배가 됐고 납세자는 지나치게 궤도를 벗어난 프로젝트에 얽매일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란 맥아놀티(Kieran McAnulty) 노동당 의원은 지난 몇 년간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비용 급증은 아주 흔한 일이었고 기존 페리가 중고 코롤라만큼 믿을만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지금 돈을 쓰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결정이 전해지자 현재 한창 공사 중인 말버러 항만 관리회사 관계자 역시 크게 실망했다면서,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발표로 작업이 어떻게 축소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회사는 픽턴 인프라 공사에 1억 달러를 부담할 계획이었다.



또한 지난 1월 ‘카이타키’ 사고를 직접 겪었던 한 승객은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다가가던 페리를 예인선이 충분히 저지할 수 없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으며 선원들이 전력을 복구한 게 천만다행이었다면서, 낡은 페리를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 운동가들도 계획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한 전문가는 위험한 페리를 빨리 교체해야 하며 계약 해지는 국제적인 기업들이 뉴질랜드 정부를 믿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계획을 철회하고 조정하려는 정부의 결정으로 경제 부문에 수십억 달러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관련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거라면서 초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화물협회(Transporting NZ)’ 관계자는 중요한 인프라 프로젝트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이번 계획 철회가 올바른 결정이라면서, 페리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지만 무엇이 공정하고 합리적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또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비용 문제로 기존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새 정부도 페리 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만큼 사업은 계속 추진되겠지만 이미 맺은 계약을 어떻게 바꿀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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