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하나가 3,700달러?

샌드위치 하나가 3,7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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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국내외 여행에 나서는 연말 휴가 시즌을 앞두고 호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검역 규정을 깜빡해 큰 낭패를 본 안타까운 사연이 지난주 국내 언론에 널리 소개됐다. 


소홀했던 자그마한 실수 하나로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큰 액수의 벌금을 내야만 했던 한 할머니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번 호에서는 출입국 검역과 관련해 조심해야 할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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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즈번 공항과 문제의 샌드위치


<잠깐 깜빡했던 실수가 엄청난 벌금으로…> 


‘준 암스트롱(June Armstrong, 77)’이라는 이름을 가진 캔터베리에 사는 할머니가 호주로 향하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5월 2일(화) 오전 4시 무렵.  


당시 할머니는 새벽 6시에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를 타고 퀸즐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으로 가서 그곳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며 가족을 만나려던 참이었다. 


원래 계획은 이보다 며칠 앞서서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서려고 했지만 난생 처음 결승에 진출했던 론볼링 경기에 참가하고자 혼자만 출국 일자를 바꾼 상태였다. 


암스트롱 할머니는 공항에 도착한 후 머핀과 함께 ‘닭고기와 양상추가 든 글루텐 프리 샌드위치(gluten-free chicken and lettuce sandwich)’를 하나 샀는데 샌드위치는 당시 밀봉되어 있었다.


그녀는 공항 의자에 앉아서 머핀을 조금 먹었지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나머지는 버리고 샌드위치만 작은 배낭에 챙겼다. 


하지만 샌드위치를 배낭에 넣었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할머니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가 건망증은 좀 심하지만 ‘치매 진단(be diagnosed with dementia)’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처음에 그녀는 비행기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이내 잠이 들었고 이후 호주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처방약이 있다는 내용만 적어 넣었다. 


이윽고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한 후 할머니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게 됐고 여행 가방과 배낭도 세관 검색을 받게 됐다. 


이때 짐을 검색하던 직원이 배낭에서 샌드위치를 발견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배낭에서 나온 샌드위치를 본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아, 그걸 그만 깜빡했네요. 미안합니다. 저 대신 그걸 좀 버려주시겠어요?”라고 직원에게 말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방을 뒤졌다. 


그 직원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암스트롱은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을 모두 비운 뒤 기다렸으며, 그동안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보았던 한 부부가 그녀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당시 암스트롱은 “아, 어쩌면 내가 TV에 나올지도 몰라”라고 말은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일이 잘못되리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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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 등을 사전에 신고하거나 또는 버리라는 호주 공항의 안내판


<70대 할머니 울게 만든 호주 공항의 검역 직원> 


하지만 잠시 후 돌아온 직원은 “12점, 3,300(Twelve points, 3300)”이라고 잘라 말했고 할머니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는데, 직원은 재차 ‘12점에 3,300 호주 달러’라고 응답했다. 


직원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던져지자 처음에는 농담이냐고 되물었던 할머니는, 이내 그렇지 않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고 결국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은 채 “샌드위치 하나에 3,300달러요?”라고 말했고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직원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권하는 한편 앉을 의자를 내주었다. 


잠시 후 할머니는 그녀를 데리러 와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기 시작했고, 직원은 남편에게 그녀가 곧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켜보던 또 다른 세관 직원은 그녀에게 벌금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편으로는 꼭 항소하라고 그녀에게 ‘강력하게 권유(strongly advised)’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할머니가 28일의 벌금 지급 기간 내내 항소하려고 시도했지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자동응답 답변뿐이었다. 


당시 남편은 계속해 ‘그냥 돈을 내고 말자(Just pay it)’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연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자기들 입장에서는 그걸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납부 마감일 이전에 3,704 뉴질랜드 달러에 달하는 큰 액수의 벌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할머니의 9주 치 연금액에 상당하는 돈이었다. 


벌금을 낸 후 할머니는 호주 당국에 보낸 또 다른 이메일을 통해, 규정을 처음 위반했음에도 왜 벌금까지 내야 했는지, 그리고 벌금 액수는 왜 그렇게 많은지에 대해 해명을 요청하는 한편 당시 샌드위치가 밀봉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따로 언급했다. 


또한 한 달 후에 다시 이메일을 보내 벌금이 자기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호소했는데, 실제로 할머니는 사건 이후 밤낮으로 그 일을 생각하면서 수면제까지 먹고 있다고 이메일에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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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에 당시 데이비드 리틀프라우드(David Littleproud) 호주 연방정부 농수산부 장관이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생물보안 규정에 따라  국내 반입이 차단된 일부 품목을 언론에 공개하는 모습


<연금 생활자에게는 너무나 큰돈> 


준 암스트롱은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결혼한 지 47년이 된 남편과 자기에게는 연금과 함께 저축한 돈이 불과 3만 달러 정도라면서, 이번 벌금이 얼마나 큰 돈인지 그리고 그것이 부부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게 우리가 가진 전부이고 이를 위해 평생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지금은 캐러밴을 팔고 연간 약 220달러가 드는 론볼링 경기 참가도 포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면서 론볼링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오락거리라고 말했는데, 이들 부부는 일주일에 며칠씩은 론볼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후 이미 6개월이 지났는데, 할머니는 현실적으로 납부한 벌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자기에게 발생했던 일이 다른 이들에게는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해외여행 시 가방을 꼭, 꼭, 꼭 확인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벌금 납부 사실을 알게 된 모든 이들이 기가 막혀 했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남편은 그만두라고 하고 실제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지만 자기는 계속 질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농림수산부(Department of Agriculture, Fisheries and Forestry)’ 대변인은 사건이 보도된 이후 뉴질랜드 언론의 질문에, 당시 준 암스트롱이 치킨샌드위치를 호주로 반입하려면 수입 허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질병 확산에 따라 빠르게 변할 수 있는 육류는 엄격한 수입 규정이 있다면서, 진공으로 밀봉한 품목을 포함해 통조림이 아닌 육류는 수입 허가서가 첨부되지 않는 한은 호주로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또한 여행자가 위험한 품목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6,260호주 달러(6,790 뉴질랜드 달러)의 벌금 통보를 받을 수 있다면서, 모든 식품은 도착 시 신고해야 하고 반입 조건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품목은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만 재차 강조했다.  


이에 더해 여객기에는 여행자에게 신고 의무에 대해 알려주는 ‘생물보안 공지(biosecurity announcements)’는 물론 호주 공항에 도착하면 주변에 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암스트롱의 잘못이라는 점만 부각했다. 


33966fd78304102bbf63b45bddea5666_1701161929_9347.png ▲ 구제역을 경고하는 호주 공항의 검역 안내판 


<딱한 사정 듣고 도우려 나선 천사 사업가> 


한편 할머니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융통성 없이 원칙대로 매몰차게 일을 처리한 호주 검역 직원의 행동을 많은 이가 댓글로 나무란 가운데 이 뉴스는 호주 언론에도 곧바로 상세하게 보도됐다.  


그런 가운데 보도가 나간 직후 한 익명의 뉴질랜드 남성 사업가가 언론사에 전화해 할머니의 벌금을 자기가 부담하고 싶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그는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shocked)’면서 암스트롱의 은행 계좌 번호를 물었고 돈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사업가는 누구든지 이유도 없이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되며 자기가 그러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했다면서 사업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고 사건은 자기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었다면서, 돈을 돌려받고자 이 일을 알린 것은 아니며 자기가 겪은 불공평한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경고 삼아 전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도움의 손길에 정말 놀라서 말이 안 나오고 사람들이 그렇게 친절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이 자기로 하여금 사람들을 다시 믿게 만들었으며 낯선 이를 위해 이런 일을 하는 사업가는 ‘정말 좋은 사람(nicest man)’임에 틀림없다고 감격스럽게 말했다. 


33966fd78304102bbf63b45bddea5666_1701161970_7933.png ▲ 벌금 영수증을 보여주는 제시카 리 


<엄청나게 비싼(?) 패스트푸드 먹은 여행객들>  


한편 이번 준 암스트롱의 사례와 똑같은 경우가 지난해 7월에 서호주주의 퍼스 국제공항에서도 벌어져 당시에도 호주는 물론 전 세계 언론에 널리 소개된 바 있다. 


당시 퍼스 출신의 제시카 리(Jessica Lee, 19)라는 젊은 여성이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 중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서 약 30cm 길이의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산 뒤 절반 정도를 먹은 후 비행기에서 먹기 위해 나머지를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리 역시 가방 속 샌드위치를 깜빡 잊은 채 비행기에서 내렸고, 이를 적발한 검역 직원은 샌드위치에 들어간 닭고기와 양상추를 입국카드에 적지 않았다고 걸고 나섰다. 


당시 리가 부과받았던 벌금은 2,664호주달러로 이번에 암스트롱이 내야만 했던 금액보다는 적었는데, 하지만 리는 자기 실수가 명백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속상하고 억울하다면서, 해외여행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둬 실직 상태이고 월세도 내야 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녀 역시 28일 안에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값비싼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했는데, 한편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그녀의 소식을 접한 써브웨이에서는 나중에 리에게 벌금 액수에 상당하는 상품권을 비롯한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 8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발리를 경유해 호주 다윈 국제공항으로 들어온 한 배낭 여행객이 발리에서 가격이 3~4달러에 불과한 맥머핀을 사서 가지고 들어왔다가 결국 2,664 호주 달러나 되는 엄청난 벌금을 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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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 공항에서 적발된 맥머핀


당시 소시지가 들어간 맥머핀을 먹다가 버리기 아까웠던 그는 빵을 가방 안에 숨겼다가 ‘진타(Zinta)’라는 이름의 탐지견에게 걸렸는데, 당시 해외 언론은 그가 호주 맥도날드 판매가 기준으로 맥머핀 567개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호주로 입국하던 스페인 출신 20세 남자 관광객이 베이컨과 치즈 등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3,300호주 달러의 벌금은 물론 비자까지 취소됐다. 


퍼스 공항에 도착한 그의 수화물에서 검역 직원이, 신고하지 않은 소금에 절인 삼겹살 베이컨인 ‘판체타(pancetta)’ 275g과 돼지고기 665g, 염소 치즈 300g을 발견했는데 출입국 당국은 즉각 그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면서 벌금으로 3,300호주 달러를 부과했다. 


당시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구제역이 확산하자 2022년 10월부터 구제역을 포함한 질병과 해충 유입을 막고자 ‘생물 보안(Biosecurity)’ 규정을 강화해 각종 육류 제품은 물론 과일과 식물, 채소와 달걀 등을 신고 없이 반입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벌금 액수도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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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 공항의 검역견 ‘진타(Zinta)’ 


당시 스페인 관광객 사건이 벌어진 직후 머레이 와트(Murray Watt) 호주 농림수산부 장관은 언론을 통해, 호주 정부는 구제역이 유입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입국자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자기 짐에 다소 애매한 물건이 있다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생물 보안을 강화했다고 호주에 오려던 관광객이 마음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호주처럼 쇠고기 수출이 국가의 중요한 사업 분야 중 하나인 뉴질랜드 역시 국경에서 생물보안을 크게 강화한 바 있다. 


최근에는 육포를 갖고 일본에 입국하려던 한국 관광객이 검역에 걸려 취조실에서 범죄 용의자처럼 엄격한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실제 대부분의 국가는 입국 시 마약 및 총기류와 함께 농축산물의 반입 역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육류는 구제역은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확산 위험이 있고, 과일이나 쌀 등 곡물의 경우에도 이를 통해 해충이 유입될 수 있으며 밀짚이나 풀,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라별로 어떤 종류의 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또한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 등은 모두 다른데, 자칫하면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은 물론 상당한 경제적 손해까지 생길 수 있으므로 출국 전 여행 대상 국가에 대한 사전 확인이 꼭 필요하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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