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른 뉴질랜드 생활비

무섭게 오른 뉴질랜드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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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실시된 총선에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생활비 위기였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작된 물가 고공 행진은 좀처럼 둔화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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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뉴질랜드 생활비 


최근 미국 퍼듀(Purdue) 대학이 세계 164개국 518개 도시의 170만명을 대상으로 거주지에 따른 생활비와 연계된 소득과 행복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려면 연간 19만3,727달러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순위로 그만큼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작년 뉴질랜드 가구당 평균소득 11만7,126달러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뉴질랜드인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오랜 격언을 위안(?)삼아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퍼듀 대학의 연구도 소득과 행복은 완전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어느 정도 넘어서면 더 이상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클랜드의 경우는 조사 대상 도시들 가운데 20번째로 생활비가 비싸 행복을 위한 연간소득이 20만7,000달러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뉴질랜드 도시들 가운데 생활비가 가장 낮은 크라이스트처치도 행복의 가격은 18만달러로 평균소득을 넘었다.


이웃 호주는 뉴질랜드보다 생활비가 더욱 비싼 세계 3위로 행복을 위한 연간소득은 20만4,874뉴질랜드달러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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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소비자 물가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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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문별 소비자 물가상승률  (2020년 12월 ~ 2023년 6월)


생활비 상승으로 뉴질랜드인 평균 5,000달러 형편 악화


뉴질랜드인들은 생활비 급등으로 평균 5,000달러 정도 살림이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키위뱅크가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평균임금과 평균물가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이다.


2021년 이후 평균임금은 6.8% 오른 반면 상품 및 서비스의 평균물가는 그 두 배인 13.6% 급등해 소비력이 4,828달러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발표된 것으로 그 이후로도 물가 상승은 지속적으로 6%를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가계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2년부터 6%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신음하는 가계, 미소 짓는 기업


뉴질랜드에서 급등하는 물가로 인한 생활비 문제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지난 1966년 11월 오클랜드에서 다섯 명의 여성들은 물가상승에 함께 대처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


‘물가상승 반대 캠페인’(Carp, Campaign Against Rising Prices)의 효시였다.


이 단체는 1970년까지 회원 수가 수 천 명으로 불어났고 전국적인 조직을 갖췄다.


시위를 조직했고 물가를 감시했으며 뉴스레터를 발행했고 국회에 로비 활동을 벌였다.


이의 영향으로 양모 가격은 급락했고 전체 경제에도 타격을 주었다.


이처럼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던 예전과 달리 현재 다시 한번 물가상승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텃발 가꾸기, 염가 구매, 대량 구매 등 개별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예전과 같은 소비자 감시 활동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수익은 급증하고 있다.


낙농 기업 폰테라(Fonterra)는 올해 작년보다 3배 증가한 15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한때 키위 가정의 필수 식품이던 치즈를 일부 사람들에게 사치품으로 남게 한 결과이다.


폰테라뿐 아니다.


2021년 중반에서 2022년 사이 시중 은행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고 정유 회사들과 케이마트(Kmart), 버닝스(Bunnings), 플레처 빌딩(Fletcher Building), 메인프레이트(Mainfreight) 등도 큰 이익을 남겼다.


무역노조카운슬(CTU) 등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반에서 2022년 사이 국내 인플레이션 원인의 절반 이상은 이같은 기업들의 이익 최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임금과 세금으로 인한 원인을 앞지르는 것으로 생활비 위기가 불가항력적인 결과가 아니라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로 악화됐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탐욕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상승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탐욕을 의미하는 그리드(Greed)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라고 일컫는다.


뉴질랜드에서 정부가 간섭했던 가격 결정 체계는 1980년대 들어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부는 시장 경쟁을 통해 공정한 가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은 독립적인 기관인 중앙은행에 주어졌다.


경제적 성공 이야기로 회자되는 이 과정을 고프 버트람(Geoff Bertram)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정부의 기권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 대한 부담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돌아갔고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에 대응할 권한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은 공평하지 않아 저소득 계층이 항상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음식비, 식품비, 전기요금 등 기본 생활 비용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버트람 이코노미스트는 기본 생활과 밀접한 부문의 경쟁 부족으로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가장 확실한 사례가 슈퍼마켓이다.


작년 상업위원회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울워스(Woolworths)와 푸드스터프(Foodstuffs) 등 2개 거대 업체들이 완전 경쟁 시장 상태 경우보다 연간 4억3,000만달러의 추가 이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인플레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불균일한 영향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요 처방인 금리 인상은 파급 효과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버트람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가지고 있는 가구는 더욱 많은 이자를 갚아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게는 옥죄기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유일한 사람들은 부자들이다.”


지난 1988년 인플레이션은 15.7%였고 모기지 금리는 10%를 훨씬 넘겼다.


1990년대 초 급격한 경기침체로 실업자들이 급증하기도 했지만 이후 2000년대 초까지 낮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성장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여졌다.


2020년 팬데믹 초기 단계에 대부분의 사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경제 활동이 급감하면서 세계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예측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25%로 내렸고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팬데믹은 물가를 낮추지 않았고, 대신에 공급망에 지장을 주면서 선적 비용과 물가를 상승시켰다.


여기에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기름 가격과 곡물 가격의 폭등을 가져오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근로자들은 생활비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반복됐다.


중앙은행은 2021년 10월 0.25%로 사상 최저였던 기준금리를 7년여 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후 올해 5월까지 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5.5%에 다다랐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월 뉴질랜드가 정부지출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노동시장의 제약이 임금에 상향 압력을 주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상회해 아웃풋 갭(Output Gap)이 ‘플러스’를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설명했다.


잠재 성장률은 경제가 최대 수용할 수 있는 생산성 수준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은 비교역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 범위인 연간 1~3%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2025년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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