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물가, 고통받는 가계

천정부지 물가, 고통받는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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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으로 많은 가정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저소득층에겐 기본적인 생활도 벅찬 현실이다. 물가 급등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계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키위 58% 수입보다 지출 많은 적자 생활 


리서치 회사 캔스타(Canstar)가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맥박 보고서 2022’는 뉴질랜드인들이 고인플레 시대에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만8,000여명의 18세 이상 뉴질랜드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연초의 56%보다 늘어난 결과로 그 주범은 인플레이션인 것으로 설명됐다.


연령이 낮을수록 재정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해 40세 미만 응답자의 65%는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7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40%는 지출만큼 수입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생활비 등으로 노령연금 수급 연령을 넘긴 65에서 69세 사이 인구도 절반 가까이가 어떤 형태로든 취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의 20%는 돈을 모으지 못하고 수입만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30~39세 연령층에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점차 줄어 70세 이상 연령층에서 10%로 떨어졌다.


뉴질랜드인의 69%는 두 달 동안 수입이 없으면 생활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수중에 두 달 치의 생활비 정도 밖에 여윳돈이 없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수입 한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증가했다.


수입 한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8~29세 연령층의 35%에서 연령이 오를수록 증가해 70세 이상 연령층이 57%로 가장 높았다.


70세 이상 연령층의 상당수는 노령연금만으로 생활하지만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금전적 곤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정 상태에 대해 염려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캔스타의 조세 조지(Jose George) 총무부장은 “적자 생활을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은 태도이다”라고 설명했다.



거의 32년 만에 최고의 물가상승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9%로 1990년 2분기에 7.6%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31여 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8% 올랐다.


지난해 4분기의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9%였다.


통계청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건축비와 임대료 등 주거비라며 신규주택 건축비는 전년 대비 18% 올라 지난 1985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물가 담당관 아론 벡(Aaron Beck)은 “건설업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자재난, 노동 비용 상승, 수요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신규 주택 건축비를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통 관련 비용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며 특히 기름값은 전년 대비 32%나 올랐다고 밝혔다.


기름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앞으로 3개월간 유류세를 리터당 25센트 내리기로 발표했다.


통계청은 식료품 가격도 7.6%로 10여 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식료품 가격은 캔스타의 ‘소비자 맥박 보고서 2022’에서 코로나19에 이어 뉴질랜드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로 꼽혔다.


4월 기준 식료품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6.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는 모든 식품 범위에 드는 물가가 광범위하게 상승한 데 기인한다’며 “식료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2021년 3월까지는 0.5%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시장의 영향을 받는 상품 및 서비스를 측정하는 교역 인플레이션은 8.5%로 200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작은 개방 경제의 뉴질랜드는 수입가격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사치에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 충격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 등이 포함됐다.


국민당의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대표는 노동당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액트(Act)당의 데이비드 세이모어(David Seymour) 대표는 “뉴질랜드 가정의 생활비가 지붕을 뚫고 있다”며 “렌트비, 모기지 이자, 식품비, 기름값 등 모든 것이 올랐지만 임금 상승은 그에 따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줄리 앤 젠터(Julie Anne Genter) 재무 담당 대변인은 고인플레는 저소득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 발표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은 소비자 물가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난 점이다.


시장의 예상치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분기 대비 2%, 전년 동분기 대비 7.1% 증가하는 것이었다.


웨스트팩(Westpac)은 1분기 소비자 물가지수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시장예상치보다는 낮았지만 지난 2월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았다.


웨스트팩은 “경제 모든 부분에서 가격 압력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오른 1.5%로 상향했던 중앙은행이 이달 회의에서 다시 0.5%포인트를 올리고 이후 회의에서 0.25%씩 올리게 될 것이라고 웨스트팩은 전망했다.


■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자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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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물가 올해 5.9% 상승”IMF, 亞선진국 1위 전망


정부측은 고인플레가 뉴질랜드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뉴질랜드의 물가상승은 아시아 선진국 가운데서도 단연 높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로 꼽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지난 2월 소비자 물가가 한 해 전에 비해 평균 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1990년 12월 이후 31여 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에너지 가격이 한 해 전보다 26.6% 상승해 물가 급등을 이끌었고 식품 가격도 8.6% 올랐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충격이 가해지면서 올해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와 식량 불안의 유령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상승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이 아시아지역 선진 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뉴질랜드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9%로 아시아 선진국으로 분류된 8개국 평균인 2.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뉴질랜드에 이어 한국이 4%로 2위를 차지했고 호주가 3.9%로 뒤를 이었다.



저소득 가정에 더욱 문제


경제전문가들은 30여 년 만에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한 것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인플레가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ASB의 마크 스미스(Mark Smith)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의 6.9% 연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이 5%를 넘고 2024년에야 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내 교역만으로 산출되는 비교역 연간 인플레이션은 6%인데 이러한 국내 인플레이션은 빨리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7월말부터 국경이 완전 개방되면서 많은 키위들이 해외로 나가 국내 인력 부족에 따른 임금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뉴질랜드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조사회사 센트릭스(Centrix)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신용카드에 대한 수요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급감했고 모기지 신청은 12% 감소했다.


센트릭스는 신용카드 수요가 이처럼 크게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센트릭스의 케이스 맥라우그린(Keith McLaughlin) 대표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사람들이 소비에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일상 생활을 하기에 더 이상 싼 곳이 아니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람들의 탄식이 나온다는 것이다.


키위들이 체납하는 금액은 한 해 전에 비해 5% 늘었고 개인대출에 대한 체납금은 2020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9% 증가했다.


맥라우그린 대표는 “식품비, 기름값 등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돈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단기라면 그러한 문제가 조정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소득이 지출을 따라주지 못하면 문제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기지 연체도 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맥라우그린 대표는 보통 은행 심사시 자기자본 비중을 확인하고 은행들은 대출자들과 가능한 협력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모기지 세일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샤무빌 이큅(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는 “10년전만 해도 높은 생활비 문제는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자리도 적고 소득도 낮은 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며 “생활비 증가 추세는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나 맥퀸(Hannah McQueen) 재무상담사는 급등하는 생활비는 특히 저소득자들에게 커다란 위기의 상황으로, 단기로 빚을 지면 몇 년 동안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퀀 재무상담사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키위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보다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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