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높은 건축비용

뉴질랜드의 높은 건축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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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용이 지붕을 뚫고 있다. 오랫동안 토지 가격이 신축 주택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 급등한 건축비용이 그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건축업계는 최근의 건축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문제가 사상 최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축자재 가격은 6년 안에 두 배로 급등하고 상당수 건축업체들이 쓰러지며 신축 주택 가격은 생애 첫집 구입자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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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건축자재 가격 16% 급등


시장 조사업체 이보스(Eboss)의 ‘2021년 4분기 건축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3개월간 건축자재 가격이 16%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 및 상업용 건축자재 공급업체 21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공급업체들은 향후 6개월 안에 건축자재 가격이 추가로 1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업체들의 98%는 지난 6개월 동안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건축자재 가격이 올랐고 82%는 시장 수요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계적인 건축자재 수요 증가로 공급업체들의 87%가 지난 6개월 동안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고 13%만이 비용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급업체들의 83%는 향후 6개월 안에 추가적인 비용 증가를 전망했고 93%는 증가한 비용 전체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가 큰 건축자재 공급업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선적 비용이 14~17% 올랐지만 뉴질랜드 고객들에겐 9~14%의 가격 인상만 적용했다는 것이다.


또 83%는 선적비용 상승과 공급 지연 및 운송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한 수입업체는 선적비용이 지난 6개월 사이 90% 급등했다고 전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항구에서는 컨테이너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급업체의 3분의 2는 공급기간을 조정할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밝혔다.


이보스의 매튜 두더(Matthew Duder) 이사는 “대다수의 건축자재 공급업체들이 아직 공급망 차질 문제를 겪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으로부터 직접 공급받기 어려워지면서 제품을 뉴질랜드로 들여오기 위해 호주 항구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업체의 90%는 수입 완제품이나 성분을 수입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산 제품 대체가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 않았다.


두더 이사는 “건축자재는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생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뉴질랜드 수입업체들은 건설 붐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영국, 서구 유럽 국가들과 중국, 인도 등이 모두 건설 붐을 보이고 있어 뉴질랜드의 건설자재 공급업체들이 겪는 압력은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건축업카운슬의 그라함 버크(Graham Burke) 회장은 “정부는 건축자재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작은 경제의 뉴질랜드로서는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공인건축업체협회(NZCBA) 그랜트 플로렌스(Grant Florence) 회장은 최근 “건축업체들이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건축자재 가격 인상을 통보받고 있다”며 “일부 자재는 인상폭이 3~5%지만, 10~15% 오르는 자재도 있어 건설 비용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건축자재 공급업체들은 건축가와 건축업체들이 과다한 양의 건축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건축 허가 사상 최고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건축 허가 건수는 작년 11월 월간 기준 사상 최고인 4,688건을 기록하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4만8,522건으로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그 가운데 오클랜드 지역 주택 허가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2만384건을 차지했다.


통계청은 1938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2021년처럼 많은 주택건축 허가가 기록된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9개월 연속 연간 주택건축 허가 건수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포토 윌리엄스(Poto Williams) 건축장관은 “코로나19에도 건축 활동은 주로 주택 부문에 힘입어 활기를 띠었고 오는 2024년 483억달러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건축조사협회(Branz)는 앞으로 4년 동안 연간 주택건축 허가 건수가 매년 4만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축 부문에 종사하는 인구는 작년 9월 현재 28만1,400명으로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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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비싼 건축비용은 구조적 문제?


뉴질랜드의 높은 건축비용에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은 집값이 치솟으면서 10년 넘게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2년 생산성위원회는 오클랜드에서 주택 한 채를 짓는 평균 비용이 호주 도시들보다 약 30% 많은 것으로 밝혔다.


생산성위원회는 뉴질랜드의 높은 건축자재 비용과 맞춤형 주택에 대한 선호, 작은 규모의 주택 건축업체 등 여러 요인을 제시했다.


2013년 빌 잉글리쉬(Bill English) 당시 재무장관은 “대형 건축자재 회사들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하여 가격을 올리는 사례적 증거들이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여러 조사위원회에서 끝내 증명되지 못했다.


그런 지목을 받은 건축자재 회사가운데 하나는 플라스터 보드, 단열재, 시멘트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플레쳐 빌딩(Fletcher Building).


플레쳐 빌딩은 그러한 추측을 잠재우기 위해 2019년 주택 건축에서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24%에 불과하다는 자체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당 정부는 작년 11월 비싼 건축자재 문제에 대해 조사하도록 상업위원회에 지시했다.


정부는 건축의 지반공사, 바닥, 지붕, 벽, 단열 등을 포함한 주요 건축자재의 공급 및 확보과정에서 경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알고 싶어한다.


상업·소비자부 데이비드 클락(David Clark) 장관은 “일부 건축자재 시장에서 집중화로 인한 문제가 오랫동안 우려돼 왔다”며 “우리는 더욱 경쟁적인 건축 부문의 토대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위원회는 오는 7월 잠정보고서와 12월 최종보고서 발표를 목표로 모든 건축자재 제품들의 공급망을 포함한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 구조와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관행이나 공급 조건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상업위원회는 또한 신제품이나 혁신적인 건축자재의 판매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중·소형 업체들의 조합인 ‘컴바인드 빌딩 서플라이’(Combined Building Supplies)는 최근의 건축자재 가격 급등의 주범을 주택 붐으로 돌렸다.


하지만 클락 장관은 뉴질랜드의 비싼 건축자재 문제는 주택 붐 전에도 있었다며 일부 건축자재 부문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같은 사례로 2개의 콘크리트 업체와 3개의 유리 공급업체가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플레쳐 빌딩은 플라스터 보드에서 그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정 공급업체와 수요업체가 결속하는 판매촉진 프로그램 등의 수직통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 지연에 따른 주택 구입 계약자 피해 증가


건축자재의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은 신규주택 공사기간을 지연시키면서 건축비용을 착공 시점보다 크게 올려놓고 있다.


오클랜드 데본포트(Devonport)에 1920년대 지어진 주택을 증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했던 전직 소프트웨어 개발자 닉 그리피스(Nick Griffiths)는 비용이 지난 15년 동안 9배 증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트너와 세 자녀를 위해 120제곱미터 세 침실을 180제곱미터 네 침실로 증축하려고 계획했다.


15년 전에 9만달러의 견적을 받았고 그 후로 30만달러와 50달러를 받았으며 최근 증축 견적은 80만달러를 넘었다는 것이다.


프리맨즈 베이(Freemans Bay)에 있는 작은집을 증축하려고 했던 자닌 브린스돈(Janine Brinsdon)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침실과 욕실을 증축하려 했던 그녀는 대지가 편평하고 땅파기 작업도 필요하지 않아 간단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용은 당초 25만달러에서 18개월 만에 39만4,000달러로 불어났다.


NZCBA의 마이크 크레그(Mike Craig) 운영위원은 많은 건축업체들이 언제 건축자재들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사를 계획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40년 동안 건축업계에 몸담아 왔지만 최근처럼 압력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건축업계는 건축자재 공급 부족과 운송비용 상승, 그리고 기술인력 부족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뉴질랜드건축업협회의 줄리엔 레이스(Julien Leys) 회장은 “일부 건축업체들은 12~24개월까지 예약돼 있다”며 “국경 통제로 목수, 측량기사, 트럭 운전사 등 기술인력이 부족하고 건축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헤럴드지에 따르면 2020년 오클랜드 매시(Massey)의 카디날 웨스트(Cardinal West) 개발에 땅과 주택 패키지로 찬셀로(Chancellor) 건축과 39만6,000달러에 계약했던 한 구매자는 작년 12월 건축업체로부터 비용이 50만1,000달러로 올랐다는 통보를 받고 생애 첫 집의 꿈을 접어야 했다.


찬셀로 건축의 웨인 젱(Wayne Zeng) 사장은 카디날 웨스트의 주택들을 판매할 2020년 당시에는 합리적인 건축비용을 세웠으나 건축자재 확보 지연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당초 계약금액으로 진행하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공사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디날 웨스트 개발처럼 건축비용 상승과 공사지연 등으로 신규주택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와 모기지 상담사들은 오프더플랜(off the plan)으로 주택 구매를 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오프더플랜은 시공 전 또는 시공 후 완공 전의 주택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오프더플랜은 대부분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 공동주택에서 많이 사용되고 최근 들어 토지와 주택을 패키지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오프더플랜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장점은 초기에 계약금액의 10% 정도의 디포짓만 지급하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계약서 상의 선셋(sunset) 조항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셋 조항이란 일몰 시간이 되면 해가 자연적으로 지듯이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소멸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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