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끝난 대학 무상교육

9년 만에 끝난 대학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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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주도 연립정부가 대학 마지막 학년 학생들에 등록금을 지원해 주었던 정책을 올해를 끝으로 전격 폐지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정부는 마지막 학년 등록금 혜택을 염두에 두고 대학에 입학한 대학 1, 2학년 학생들을 고려해 단계적 폐지도 고려했지만 그 복잡성 때문에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민에게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목적으로 지난 2018년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대학 무상교육은 우여곡절 끝에 9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적인 선진 복지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학 무상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시행 9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원인 등에 대해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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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던 정책 


대학 1년 무상교육은 2017년 총선에서 열세에 놓였던 노동당이 내놓은 회심의 정책이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를 맡게된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은 가난한 지역인 포리루아의 아오테아 컬리지(Aotea College)에서 이 공약을 발표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더라도 뜻이 있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대학 교육을 받는데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상징적인 자리였다.


대학 무상교육 공약은 노동당의 정당 득표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었고 정권을 잡게 된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당이 뉴질랜드제일당과 연립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뉴질랜드 시민권을 가졌거나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 또는 호주 시민권자로서 3년 이상 거주한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최대 1만2,000달러까지 지원됐다.


노동당 정부는 대학 무상교육을 2021년부터 2년, 그리고 2024년까지 3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대학들 측에서는 처음부터 정부의 무상교육을 반기지 않았다. 


우선 무료 등록금과 관련된 대학의 행정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었다. 


대학들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에 부적절하고 계획되지 않은 비정상적 무료 등록금 업무로 시스템을 바꾸고 늘어난 문의에 콜센터를 보강하며 학생들의 자격 심사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또한 무료 등록금 정책이 학생들로 하여금 통과하기 어려운 과정에 등록하도록 동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료 등록금 정책은 또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학생수당과 달리 집안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똑 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입학 첫 해 무료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시행 첫 해부터 예상보다 낮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자 노동당 정부는 2020년 슬그머니 대학 무상교육을 3년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대로 대학 입학 첫 해에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의도와 반대 효과


대학 무상교육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돕고, 나아가 사회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당초의 의도와 반대로 흘러갔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5년 동안 가난한 지역인 데실(decile) 1~6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점차 낮아진 반면에 부유한 지역인 데실 7~10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대학 진학은 크게 높아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가장 큰 증가는 데실 10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로 2017년 11%에서 2022년 16%로 43%포인트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더욱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교육부가 2018~2023년 대학 진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상교육이 대학 진학률 향상에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유럽계, 마오리, 태평양 군도 출신, 아시안 대학생들의 비율에 큰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내 첫 자녀 대학 입학 증가에 대한 예상도 무너졌다.


당초 목적과 반대로 상황이 전개되자 2020년 당시 노동당 정부는 대학 무상교육 정책의 목적을 학생들의 부채 감면으로 변경했다.


대학 첫 해에 등록금을 지원한 마지막 해였던 지난 2024년 가난한 지역 출신 대학생들은 1.3%로 최저를 기록했다.


2023년 총선 직후 연립정부 구성 협상때 액트당은 대학 무상교육을 폐지하려는 의도로 국민당에 이 정책에 들어가는 세부 비용 공개를 요구했고, 결국 국민당은 등록금 지원을 대학 첫 해에서 마지막 해로 바꾸자는 뉴질랜드제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5년부터 시행했다.


학생들의 대학 과정 수료를 장려하고,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 보상을 주며 전체 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변화로 정부는 연간 1억3,00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 무상교육이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폐지를 건의했다.


교육부는 학사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 마지막 학년까지 도달하면 신입생들보다 과정을 수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등록금 지원을 대학 첫 해에서 마지막 해로 바꾼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학년에 등록금을 지원받는 사실은 대학 과정 수료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AU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무상교육이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얻어지는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2015~2019년 고등학교를 마친 25만여 명의 학생들을 추적한 이 연구 결과 대학 무상교육이 대학 진학을 확대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공동 진행한 AUT의 리사 미한(Lisa Meehan) 뉴질랜드정책연구소장은 “대학 무상교육 정책은 또한 학생들이 서티피킷이나 디플로마 과정보다 학사 과정에 등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과정 수료 향상을 위한 증거 또한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한 소장은 이어 “높은 데실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은 이미 대학에 많이 진학하고 있었다”며 “대학 무상교육 정책이 그 차이를 좁혀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실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학 마지막 해로 등록금 지원 변경한 후 수혜 학생 1,500여 명에 불과


대학 등록금 지원이 지난해 대학 첫 해에서 마지막 해로 변경된 후 지난달까지 혜택을 본 학생 수는 1,5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차교육위원회에 따르면 5월 4일 현재 대학 마지막 학년 등록금 지원을 받은 학생수는 2025년에 대학 과정을 수료한 1,474명과 올해 대학 과정을 마친 83명 등 총 1,55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 첫 해 등록금 지원을 시행했을 때 매년 4만~5만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보았던 것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 이유는 대학 첫 해에 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마지막 해에는 지원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3차교육위원회측은 “교육과정을 수료한 날로부터 최대 12개월 이내에 IRD를 통해 등록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며 “작년에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 첫 해 등록금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학 무상교육을 폐지함에 따라 3억5,000만달러를 절감하게 됐다.


절감된 예산 일부는 직업 훈련에 쓰여질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적자로 인한 정부의 폐지 결정에 대학생들 반발


이번 대학 무상교육 폐지 계획을 처음 알린 사람은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뉴질랜드제일당 대표였다.


그는 정부 예산 발표 전인 지난달 8일 폐지 계획을 누설했고, 뒤이어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재무장관이 이를 확인해 주었다.


윌리스 장관은 올해가 대학 무상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5년 또는 2026년에 3년 과정의 학사 과정을 시작한 학생들은 마지막 학년에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올해 대부분의 대학 2학년 학생들은 2025년 대학 첫 해 등록금 지원 혜택도 받지 못했고 내년 마지막 해 등록금 지원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윌리스 장관은 올해 대학 과정을 마치는 학생들은 여전히 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스 장관은 “이 정책이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가난한 계층의 대학 교육 접근에 도움을 주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뉴질랜드 정부는 2019년 이후 재정적자를 보고 있고 엄청난 부채 부담을 안고 있어 최상의 용도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니 시몬즈(Penny Simmonds) 3차교육장관은 “정부는 학사 과정 마지막 해에 무상교육을 염두에 두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 단계적 폐지를 검토했다”며 “하지만 학생마다 학사 과정을 시작하는 시기가 연중 다르기 때문에 단계적 폐지가 복잡하고 한번에 폐지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명확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몬즈 장관은 이어 “정부 예산 배정은 결코 약속된 것이 아니다”며 “상황은 매년, 그리고 예산마다 변하고, 대학 무상교육 폐지가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동기를 반드시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는 대학 무상교육이 그 어떤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매우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럭슨 총리는 “경제성장이 뉴질랜드에서 젊은이들이 성공하는 중요한 열쇠”라며 “대학 무상교육을 중단하고 그 일부 예산을 직업 교육에 재배정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정부의 대학 무상교육 폐지 결정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이를 다시 시행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 클로에 스와브릭(Chloe Swarbrick) 공동대표는 “녹색당은 대학 무상교육이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현명하고 좋은 투자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대학 무상교육 정책을 원상으로 돌려놓을 지에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당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대표는 “대학 무상교육 폐지로 절감된 예산이 어떻게 쓰여질지 지켜보겠다”며 “대학 무상교육을 변경없이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정부의 대학 무상교육 폐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달 28일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은 마지막 학년 등록금 지원 혜택을 염두에 두고 대학에 입학해 마지막 학년을 앞둔 학생들에게 정책이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청년 실업률 증가와 해외로 이주하는 젊은층의 증가도 이 정책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클랜드 대학, AUT 등 7개 대학 학생협회는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고 장래 학생들을 위해 대학 무상교육을 유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빅토리아 대학 아이든 도노후(Aidan Donohue) 학생회장은 “대학 무상교육 폐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많은 가계들이 생활비 압박을 받고 있는 지금 이는 학생들을 빚더미에 몰아넣고 뉴질랜드인들의 기술 향상을 막으며 사회 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진정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대학 무상교육을 유지하고 학생들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대학에 입학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대학 무상교육 정책이 도움을 주었다는 도노후는 그의 집안에서 그가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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