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일부터 ‘임대주택법 개정안(Residential Tenancies Amendment Act 2024)’이 시행되면서 ‘세입자(tenants)’가 ‘집주인(landlords)’ 동의를 얻어 ‘반려동물(pets)’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반려동물로 발생하는 잠재적 손해에 대비하기 위해 ‘펫 본드(pet bonds)’도 새롭게 도입했다.
법 적용이 시작된 당일 크리스 비숍 주택부 장관은, 반려동물은 많은 가정에서 가족의 일원이지만 이것이 가능한 임대 주택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거라면서, 이번 법률 개정은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이롭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임대시장도 변하면서, 그동안 일방적인 ‘no pet’ 조항으로 키우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세입자들이 이제는 수월하게 집을 빌려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게 됐다.
또한 집주인도 임대계약 체결 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히 할 수 있어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도 이전보다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뉴질랜드 가정의 반려동물 현황과 함께 새로 바뀐 임대 규정과 펫 본드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항목별로 문답식으로 정리하면서, 과거의 분쟁 사례도 일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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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뉴질랜드 가정에서는 어떤 반려동물을 얼마나 키우나?
A: 2024년 9월에 실시한 ‘Companion Animals NZ(CANZ)’의 표본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63% 정도의 가구가 다양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그 중 고양이가 가장 많아 가구 중 약 40%가 126만 1,000여 마리를 기르며, 개는 약 31%의 가구가 83만여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를 기르는 가정은 2020년 34%에서 2024년에는 31%로 소폭 하락하는 등 약간의 변동이 있었던 반면 고양이는 지난 4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개와 고양이 등 여러 종류를 동시에 기르는 가구도 32%에 달하는 등, 전체 반려동물 숫자는 집계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약 430만에서 46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와 고양이 외에도 약 3%의 가구가 말이나 조랑말을 키우고 있고 약 5%는 물고기를, 그리고 약 2%는 조류(가금류 제외)를 기르고 있으며, 토끼는 약 1% 가구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65세 이상 가구는 반려동물 소유율이 50% 수준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으며 고양이는 45~64세에서 가장 많이 기르고 있었다.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반려동물 소유 비율이 높았는데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 가구 중에서는 약 72%가 반려동물 기르고 있다.
도시뿐 아니라 전원주택 형태의 거주 공간이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말이나 가금류, 새, 토끼, 물고기 등도 반려동물 또는 준반려동물로 기르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말과 가금류는 단순히 ‘애완동물’이 아닌 취미나 농장 생활을 즐기려는 개인적인 취향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Q. 2025년 12월 1일 이후, 임대주택에서 반려동물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나?
A: 이번 법률 개정으로 임대주택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 기회가 많아졌다. 새 법에 따라 집주인은 세입자의 반려동물 동반 거주 요청을 ‘합리적 이유(reasonable grounds)’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다.
이는 집주인의 일방적인 반려동물 금지 조치를 제한한다는 의미인데, 하지만 이는 반려동물을 완전하고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며, 세입자는 반드시 집주인에게 반려동물 동반 거주에 대한 ‘서면 허가(pet consent)’를 받아야 한다.
즉, 집주인에게 요청하고 승인받는 절차가 필수적이며, 또한 집주인은 반려동물 동반에 대해 ‘합리적인 조건’을 요구할 수 있고 세입자는 이러한 조건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만약 이미 살고 있는 임대주택에서 새롭게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집주인에게 서면으로 요청해야 하며 주인은 요청받은 후 14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후 상호 동의가 이뤄지면 임대차 계약서에 반려동물의 종류, 수, 크기, 세입자의 책임 범위 등을 명시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하는데, 한편 특정한 동물을 반려동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는 임대인과 세입자가 합의해야 한다.

Q. 집주인이 반려동물 동반을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는?
A: 집주인이 이런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으며 다음과 같은 사유를 포함한다.
• 주택 부적합성: 해당 주택이 반려동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을 때. 예를 들어, 너무 작은 아파트나 외부 공간이 없는 경우, 특정 크기나 종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 등이 포함될 수 있다.
• 지역 조례 및 규정 위반: 해당 지역의 동물복지 관련 조례(bylaws)나 주택 관련 규제에 따라 반려동물 보유를 제한하는 경우.
• 건물 관리 규약: 아파트나 유닛 등의 ‘보디 코퍼레이트(body corporate)’ 또는 관리위원회 규약에 반려동물을 금지한 경우. 이 경우 집주인도 규약을 따라야 한다.
• 해당 반려동물의 특성: 너무 크거나 공격적인(aggressive) 종의 반려동물인 경우, 또는 한 임대주택에 너무 많은 수의 반려동물이 동반 거주할 경우.
• 다른 세입자의 알레르기/안전 문제: 같은 건물이나 인접 건물에 사는 세입자가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반려동물로 인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 과거 반려동물 관련 문제: 세입자가 이전에 다른 임대주택에서 반려동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준 이력이 있는 경우.
집주인은 거부 시 이러한 ‘합리적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세입자는 거부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Tenancy Tribunal)’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Q. ‘반려동물 보증금’은 무엇이며 얼마나 되는가?
A: 새 임대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반려동물 보증금(pet bond)’이다. 이는 반려동물이 일으킬 수 있는 ‘손상(damage)’에 대비해 집주인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다.
• 기존 보증금과의 차이: 반려동물 보증금은 기존의 ‘주거 보증금(General Bond)’과는 별개이다. 기존 보증금은 최대 4주치 임대료를 초과할 수 없지만, 반려동물 보증금은 추가로 최대 2주치 임대료까지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세입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할 때 집주인은 총 6주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고, 이 돈 역시 보증금과 함께 ‘임대 관리국(Tenancy Services)’에 분리해 보관한다.
• 불법 소급 적용 금지: 만약 2025년 12월 1일 이전에 집주인의 승인 또는 계약서상 허용으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새로운 동의 절차나 ‘펫 본드’ 요구는 해당 동물에는 적용하지 않으며 새 법을 근거로 추가 요구를 할 수 없다.
• 만약 2025년 12월 1일 이전에 집주인이 반려동물 보증금을 받았다면 위법이며 법 시행일 이후에만 합법적으로 이를 청구할 수 있다.
• 보증금 사용 목적: 반려동물 보증금은 오직 반려동물로 인해 생긴 ‘정상적인 마모와 파손(fair wear and tear)’을 넘어선 손상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가구, 카펫, 벽 등을 훼손한 경우이며 일반적인 주택 손상에는 기존 보증금을 사용한다.

Q.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입자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나?
A: 새 법은 세입자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명확한 의무도 요구한다.
• 사전 서면 허가: 반드시 집주인에게 반려동물 동반에 대한 서면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구두 합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손상 책임: 반려동물이 일으킨 모든 손상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반려동물 보증금이 있더라도 손상액이 보증금을 초과할 경우 기존 법률에 따라 세입자가 추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 합리적인 조건 준수: 집주인이 설정한 ‘합리적인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반려동물의 종류와 마릿수 제한, 실외 활동 조건, 중성화(desexed) 여부 확인, 정기적인 방역이나 청소 등이다.
• 이웃에 대한 배려: 반려동물로 이웃에게 소음이나 냄새, 위생 등 불편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Q. 반려동물과 관련된 과거의 분쟁 사례는?
A: 그동안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반려동물을 놓고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반려동물을 전면 금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입자가 몰래 키우다가 발각돼 퇴거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반려동물로 인해 발생한 손상 시기와 범위, 보상 등에 대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이견으로 벌어지는 갈등도 빈번했다.
올해 오클랜드의 한 세입자는 실내에서 2마리 반려견과 새끼 6마리를 기르면서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지속적으로 대소변을 처리하도록 해 카펫과 문, 벽, 가구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결국 소유주를 대리한 부동산 중개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세입자에게 약 2만 7,000달러를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세입자가 반려견을 금지한 아파트에서 허가 없이 불마스티프 종의 개를 기르던 중 개가 문과 벽을 긁은 자국이 발견됐다.
주인은 14일 이내에 개를 내보내라고 통보했는데, 세입자는 그 개가 단순한 ‘반려견(pet)’이 아니라 장애인 보호견처럼 ‘반려동반견(companion dog)’이라고 주장했지만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 위반을 인정했다.
또한 한 세입자가 카펫이 반려동물 때문에 심하게 얼룩진 것을 입주 후 뒤늦게 발견했지만 집주인이 스팀 청소만 강요하고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갈등을 겪은 사례도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반려동물이 집에 입주하기 전부터, 혹은 입주 후 발생하는 손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보상 방안이 불명확해 분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증금 제도는 이러한 분쟁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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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주인의 준비 사항과 주의해야 할 점은?
A: 집주인 역시 새로운 법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 법률 변경 이해: 우선 새 임대주택법에 따라 더 이상 반려동물 보유를 불합리하게 거부할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 반려동물 보증금 활용: 필요에 따라 합법적 절차에 따라 반려동물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보증금은 반려동물로 인한 특정 손상에 대해서만 사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 반려동물이 2마리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집주인은 반려동물 보증금을 임대 계약당 한 건만 받을 수 있다.
• 집주인이 반려동물 보증금으로 2주치 임대료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하면 최대 3,000달러 벌금을, 그리고 반려동물이 없음에도 보증금을 청구하면 최대 1,500달러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 합리적인 조건 설정: 반려동물의 종류, 크기, 마릿수, 실내외 활동 여부, 중성화 여부 등 집의 특성과 반려동물의 안전을 고려한 ‘합리적인 조건’을 설정하고 서면으로 세입자와 합의해야 한다.
• 명확한 의사소통: 세입자와 반려동물 동반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한 내용을 임대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는 점도 중요하다.
<새로운 법률의 의미와 조언>
새 반려동물 임대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신장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자 하는 가정에 더 많은 선택 방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반려동물을 이유로 주거 문제에 어려움을 겪던 많은 이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물리적 손상을 처리하는 펫 보증금 도입 등 법률 변경으로 그동안 문젯거리였던 사항도 상당한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려견이 심하게 짖어 이웃의 민원 제기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분쟁이 발생했던 경우처럼, 펫 보증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례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분쟁 사례는 계속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새로운 법률을 정확히 이해하는 한편, 서로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새 이민자처럼 현지 문화와 법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교민일수록 임대 계약 시 법률 전문가나 믿을 수 있는 부동산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