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금 “2027년, 휘발유세 폐지, RUC로 전환한다”

자동차 세금 “2027년, 휘발유세 폐지, RUC로 전환한다”

0 개 4,252 서현

지난달 정부가 자동차 세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휘발유차에 부과되는 ‘유류세(fuel excise duty)’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차에 ‘주행거리와 차량 중량’에 기반한 ‘도로 이용료(Road User Charges, RUC)’ 부과 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새 제도는 2027년부터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는 모든 도로 사용자에게 더욱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도로 유지보수 및 건설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만약 이 방안이 실현되면 뉴질랜드는 모든 차량에 거리 기반 요금을 부과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예정인데, 이를 잘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도로 안전 개선, 오염 감소 등 더 나은 사회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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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자동차 세금 제도와 개편의 필요성>


뉴질랜드에서는 현재 주로 유류세와 차량 등록 비용을 통해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 기금을 마련한다.


‘휘발유차’는 기름을 넣을 때마다 유류세를 내며 이 돈은 도로 인프라 투자에 사용한다. 


그러나 ‘경유차(diesel)’와 ‘전기차(Electric Vehicle, EV)’는 이미 주행거리에 기반한 RUC를 내는데, RUC는 1978년부터 경유차를 대상으로 도입했다가 2024년 4월부터는 ‘경량 전기차(light 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도 내기 시작했다. 


경유차는 무게에 따라, 전기차는 경차의 경우1,000 km에 76달러의 RUC를 내며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이미 유류세를 내므로 1,000km당 38달러를 낸다. 


RUC는 1,000km 단위로 미리 내야 하며 경차의 경우는 ‘주행거리계(odometer)’, 그리고 차 무게가 3,500kg 이상이면 승인된 ‘허브오도미터(hubodometer)’ 또는 ‘전자 거리 기록장치(electronic distance recorder)’를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세금 징수 방식에는 그동안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첫째,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유류세 수입이 점차 준다는 점인데, 전기차는 배출가스 축소에는 이바지하지만 유류세를 내지 않아 도로 관리용 재원 마련에는 기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곧 있었다. 


둘째, 유류세는 주행거리와 비례하지 않고 단순히 주유량에 따라 부과되므로 연비가 좋은 차가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불공평한 측면도 있다. 


셋째, 도로 사용에 따른 부담이 차량의 실제 무게와 주행거리라는 합리적인 기준보다는 연료 소비량에 묶여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통부’와 ‘인프라 위원회(Infrastructure Commission)’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현재의 자동차 세금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해 왔다. 


이들은 운전자가 도로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도로에 얼마나 마모를 가져오는지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더욱 공정하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차 무게는 도로 마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행거리 + 중량’ 기반의 RUC는 이러한 현실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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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오도미터(hubodometer)


<새 RUC 제도의 골자: 누가 얼마나 부담하게 될까?> 


정부는 휘발유세 폐지 후 모든 차가 RUC를 낸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순히 휘발유차를 RUC 시스템에 넣는 것을 넘어 도로 사용에 대한 비용 부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새 제도에서는 현재 휘발유세를 내는 승용차도 새로운 형태의 도로 이용 비용을 부과한다. 


그런데 국내의 한 언론에서는, 이번 RUC 제도 변화로 ‘토요타 코롤라(Toyota Corolla)’처럼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휘발유 승용차의 연간 비용이 약 303달러 늘어날 수 있는 반면, 이보다 큰 ‘토요타 RAV4’는 오히려 적은 200달러 정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결국 새 RUC 제도에서는 기존 휘발유세 제도보다 특정 차량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이러한 예상은, 주로 연비가 좋고 그동안 유류세 부담이 적었던 소형 경량의 휘발유차가 상대적으로 더 큰 RUC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해 제기됐다. 


아직 정부는 RUC의 구체적인 부과 방식과 세율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단 제시한 주요한 원칙은 다음처럼 명확하다.


주행거리(kilometres driven): 얼마나 많은 거리를 운행했는지에 따라 비용이 부과된다. 이는 주행거리계 판독이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반 기술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차량 중량(vehicle weight): 차의 총중량 또는 공차중량을 기준으로 RUC가 결정될 것이다. 무거운 차는 도로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더 많이 내게 된다.


환경적 요인 고려 가능성: 일부 논의에서는 차의 탄소 배출량이나 연료 효율성 등 환경적 요인을 RUC 계산에 반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우선 ‘주행거리 + 중량’을 핵심 요소로 설정했다.


이러한 변화는 모든 운전자가 도로 유지 관리에 직접 이바지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도로 관리 재원을 확보하고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휘발유세가 휘발유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세금처럼 느껴졌다면 RUC는 사용량에 따른 명확한 비용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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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C 등록증


<대중과 업계의 반응, 그리고 정부의 태도는?> 


새 RUC 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대중과 업계의 반응은 견해 차이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찬성론자) 


공정성: 현재 유류세를 안 내는 전기차와 경유차가 도로 사용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의견이다. 


재정 안정성: 전기차 전환 시대에 감소할 유류세 수입을 보전하고 안정적인 도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투명성: 운전자가 자신이 얼마나 도로를 사용하고 그에 따라 얼마나 비용을 지급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대론자) 


추가 부담: 많은 휘발유차 운전자가 RUC 전환으로 연간 교통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연비가 좋은 차나 주행거리가 많은 차의 운전자에게 타격이 클 수 있다.


이중 과세 논란: 휘발유차는 이미 차량 등록세와 기타 관련 세금을 내므로 RUC를 도입하면 이중 과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유류세 폐지를 전제로 하므로 이중 과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려 사항)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 모든 차의 주행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과제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오도미터 판독만으로는 조작 가능성이 있고, GPS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통신 인프라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농어촌 지역 주민의 부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방 주민은 자가용 의존도가 높아 RUC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 협회(Automobile Association, AA)’와 같은 기관들은 모든 도로 사용자가 도로 인프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새로운 RUC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자동차 협회 관계자는, 특히 모든 차가 연료 종류와 관계없이 실제 도로 이용(중량 포함)에 따라 요금을 내는 RUC는 매달 내는 전기 요금과 비슷해지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서, 시스템 효율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유류세는 징수 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회피하기는 어려웠는데, 이번 정책은 징수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반면 회피는 쉬울 것 같다면서, 정책 도입 과정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 많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크리스 비숍 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이러한 우려 사항을 잘 알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위원회(Privacy Commissioner)’와 협력해 데이터가 안전하게 수집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드니 등지에서는 이미 차에 ‘트랜스폰더(transponder)’를 사용해 운전자가 어디로 가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요금 징수소를 통과할 때 작은 경고음이 울리고 신용카드로 월말이나 주말 또는 그 이후에 요금을 내는 등 외국에서는 10년 이상 이런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우리는 훨씬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비숍 장관은 또한, RUC 도입으로 발생하는 추가 수입은 오직 도로 인프라 개선에만 사용할 것이며, 이는 도로 네트워크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운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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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도로 이용료 제도는?> 


뉴질랜드의 RUC 전환 논의는 전 세계적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하는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인한 세수 감소 및 지속 가능한 도로 재원 확보를 위해 주행거리 기반의 요금제를 검토하거나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호주는 여러 주에서 전기차에 대한 별도의 도로 이용료를 도입하거나 추진 중인데, 연방 정부와 주정부가 세금 체계를 나눠 가져 각 주마다 다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빅토리아주는 호주에서 가장 빠른 2021년 7월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주행거리 기반의 세금 부과를 시작했다. 


이른바 ‘전기차 사용자 요금(EV User Charge)’으로, 전기차 운전자는 매년 오도미터 수치를 보고해 킬로미터당 정해진 요금을 내야 한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이 요금의 목적이 전기차가 유류세를 내지 않아 발생하는 도로 재원 감소를 보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도 제기되는 것처럼 ‘이중 과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는 연방 정부가 이미 연료 효율이 좋은 차량에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빅토리아주는 다른 주와 달리 인센티브보다는 세금 부과에 중점을 두어 전기차 보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2021년 예산안에서 전기차 도로 이용료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2027년까지 혹은 전기차가 전체 신차 판매의 30%를 초과할 때까지는 유예됐다. 


초기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전기차 보급을 장려한 뒤 일정 시점이 되면 도로 이용료를 부과해 도로 관리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 


남호주 및 기타 주: 남호주와 태즈메이니아, 퀸즐랜드 등 다른 주도 전기차 도로 이용료 도입을 검토하거나 추진했지만 대부분 주에서 연방 정부의 압력과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에서 추가 세금 부과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연기되거나 재검토됐다. 


이와 같은 호주의 사례는 RUC와 같은 주행거리 기반 세금이 전기차 보급 단계에 따라 어떻게 달리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중앙과 지방 정부 간 정책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전기차 확산 초기에 이러한 세금을 도입하는 것이 자칫 보급률을 낮출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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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C 전환의 미래와 과제는?>


뉴질랜드 정부의 RUC 전환 계획은, 도로 유지 관리 재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미래 교통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단계로 평가받는다. 


장기적으로는 유류세를 완전히 대체해 자동차 종류나 연료와 관계없이 모든 도로 사용자가 도로 사용량에 비례하여 비용을 내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변화에는 여러 가지 과제가 따른다. 


첫째, 기술적 도전으로 모든 차의 주행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며, 효율적으로 요금을 징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오도미터 판독, OBD(On-Board Diagnostics) 장치, GPS 기반 기술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겠지만, 개인 정보 보호 문제, 기술 도입비, 그리고 시스템 신뢰성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둘째는 사회적 합의인데, 차 소유주(운전자)가 새로운 세금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당성과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역시 필수적이다. 


셋째, 지방 주민에 대한 배려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방이나 장거리 운행이 필수적인 운전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특정 할인이나 면제 정책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넷째, 국제적 협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제도 도입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뉴질랜드는 이번 RUC 개편을 통해 미래 교통 시스템의 재정 기반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운전자가 도로 인프라에 대한 기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교통 체계를 향한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중하고 투명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2년도 안 남은 2027년이면 휘발유세 시대를 뒤로하고 주행거리 기반의 새로운 도로 이용료 시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현재 각국의 교통 당국을 포함한 세계인의 이목이 뉴질랜드를 지켜보고 있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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