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건축 허가 제도, 21년 만의 대개혁

뉴질랜드 건축 허가 제도, 21년 만의 대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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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정부 부담 완화와 건설 산업 효율성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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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건설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크고 작은 제도적 문제 속에서 성장과 위기를 동시에 경험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로 지적돼 온 것은 건축 허가 제도(Building Consent System)였다.


주택을 짓거나 상업용 건물을 개발하려는 이들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Local Councils)를 통해 건축 허가와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행정적 부담이 크며, 무엇보다 모든 책임이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건축 및 건설부 장관 크리스 펭크(Chris Penk)는 2025년 8월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건축 허가 제도는 지나치게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업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건설 비용을 낮추려면 제도적 개혁이 필수”라며 이번 개편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제도의 문제점 ― ‘연대 책임’의 그림자


기존 건축 허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연대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구조였다.


즉, 건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다양한 주체가 관여했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키 하우스(leaky homes, 누수 주택) 사태’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뉴질랜드 전역에서 발생한 누수 주택 문제로 인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수 비용이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지방정부가 막대한 소송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결국 지방정부는 건축 허가 승인에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허가 절차 지연으로 이어졌다.


주택 소유자와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길어진 행정 절차와 높은 비용에 불만이 쌓였으며, 지방정부는 끊임없는 소송 리스크로 인해 ‘위축된 심사 문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 ― ‘비율 책임(proportionate liability)’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연대 책임에서 비율 책임으로의 전환이다.


즉, 앞으로는 건축 과정에 참여한 각 주체가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설계 결함이 문제라면 설계사가, 시공 부실이라면 건설업체가 해당 책임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펭크 장관은 “이제는 건축주와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업계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때”라며 “새로운 제도는 공정한 책임 분담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호주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이미 비율 책임 체계와 함께 전문가 배상 보험(Professional Indemnity Insurance), 주택 보증 제도(Home Warranty Scheme)가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건축주가 문제 발생 시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돼 있다.


건축 허가기관(BCA) 통합 허용 ― 67개에서 하나로?


현재 뉴질랜드에는 전국적으로 67개의 건축허가기관(Building Consent Authority, BCA)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각 기관이 건축법(Building Act)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이 달라, 동일한 설계 도면이라도 지역마다 허가 여부가 달라지는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BCA 기능을 통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통해 건축 검사관, IT 시스템, 행정 인력 등을 공유하여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펭크 장관은 “이미 여러 자치단체가 통합을 원하고 있다”며 “통합을 통해 건축 허가가 더 빨라지고, 건축 업계와 주민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반응 ― “한 세대에 가장 큰 개혁”


뉴질랜드 건설산업연맹(Building Industry Federation) CEO 줄리앙 레이스(Julien Leys)는 이번 개편을 두고 “한 세대에 가장 중요한 건설업계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송 공포 때문에 허가를 미루거나 까다롭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율 책임 도입과 보험•감사 제도 병행은 업계 전체의 리스크를 줄이고 신속한 허가 처리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대부분의 건축 허가를 3일 이내 완료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는 현재 평균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업계 관계자들은 “허가 절차가 빨라지고 비용이 줄어들면 주택 공급 속도가 빨라져 주택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 주택난 해소와 비용 절감


뉴질랜드는 지난 수십 년간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제도적•행정적 장벽으로 인해 따라가지 못했다.


건축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지방정부의 소송 리스크가 줄어들며,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과 주거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새로운 제도는 ‘누수 주택’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높은 자격 요건, 의무 보험, 정기 감사, 불이행 시 강화된 벌금 등이 도입돼 부실 공사 가능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 비교와 시사점


뉴질랜드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호주의 선진 제도 운영 사례다.


호주는 비율 책임과 더불어, 보험 및 보증 제도를 통해 건축주와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뉴질랜드 역시 이와 유사한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건설업계의 신뢰 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주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해 적용하기보다는 뉴질랜드의 특수한 주택시장 구조와 인구 규모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개편은 2004년 건축법(Building Act) 개정 이후 21년 만에 단행되는 대대적인 개혁이다.


뉴질랜드 건축•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 여부는 실제 실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보험 제도 도입, BCA 통합 추진, 지방정부와 업계 간의 협력 체계 구축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펭크 장관은 “이번 개혁은 단순히 규제 완화가 아니라, 뉴질랜드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몇 년간의 시행 과정을 통해 이번 개편이 주택 공급 확대, 건설비 절감,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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