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욱 심각한 인력난

코로나보다 더욱 심각한 인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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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통제로 이민자 유입이 끊기고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국내 인력난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이 코로나19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한편으로는 이직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요즘이 적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계의 실정에 대해 살펴 본다.


 

구직자 우위의 고용시장


전국적인 인력 부족 때문에 직원을 구하려는 고용주들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식(Seek) 구인 웹사이트의 구인광고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트레이드 미(Trade Me)의 지난 2사분기 구인광고는 8만건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드 미의 매트 톨리치(Matt Tolich) 영업 이사는 현재 고용시장은 고용주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더욱 많은 보수를 제공해야 하는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2사분기 구인광고는 2019년 2사분기에 비해 25% 증가한 반면 구직신청은 올 1사분기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2사분기에는 록다운이 실시돼 수치를 비교하기 적절하지 않다.


구인광고는 늘고 구직신청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2사분기 평균임금은 6만4,939달러로, 연간 3%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011년 1사분기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톨리치 이사는 “인력난은 더할 수 없이 심각하다”며 “구직자들은 유리한 입장에 있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 좋은 시기이다”고 말했다.


요식업과 관광업이 구인광고가 56%나 늘어 가장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반영했다.


제조업이 52%의 구인광고 증가로 뒤를 이었고 건설업(46%), 교통 및 물류(40%), 건축 및 서비스(37%) 순이었다.


톨리치 이사는 “지금 많은 직종의 인력 수요를 채울만한 충분한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없고, 이는 사업체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며 “또한 세계적인 불확실 속에서 키위들이 국경이 개방되고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현재 직장을 고수하려는 점도 고용시장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미가 최근 1,400명의 뉴질랜드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는 17%로 작년의 27%보다 줄었다.


임금 면에서는 정보통신(IT) 부문이 가장 높았다.


톨리치 이사는 “IT 부문의 임금 상승은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업계의 노력과 국경 통제로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에서는 소매업과 관광업, 요식업이 지난 2년 동안 각각 12% 올라 가장 높았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최저임금은 2019년 4월 시간당 17.70달러에서 올해 4월 20달러로 13% 인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 2사분기 소매업의 평균임금은 5만3,071달러이고 관광업과 요식업은 5만2,960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웰링턴의 평균임금이 7만6,102달러로 가장 높았고 오클랜드가 7만4,282달러로 뒤를 이었다.   


50년래 최악의 구인난


‘고용주 및 제조사 협회(EMA)’의 브레트 오릴리(Brett O’Riley) 회장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업주들을 만난다”며 “인력 부족은 매장 직원에서 회장까지 모든 레벨에서 심각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의 분기 비즈니스 조사에서도 숙련 및 비숙련 인력 모두 조사를 시작한 1961년 이후 50년래 최악의 상황이고 특히 기업들이 숙련 인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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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ZIER 조사 구인 그래프


2사분기 인원을 늘린 기업들이 15% 많았고 향후 1년 안에 공장과 기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을 가진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20% 많았다.


NZIER의 크리스티나 렁(Christina Leung) 이코노미스트는 “공장과 기계에 대한 투자 계획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직면한 노동력 부족을 반영한다”며 “기업들은 노동력을 절감하는 새로운 기술의 사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록다운에 이은 인력난으로 다시 위기 맞은 요식업 


지난 6일 전국의 약 2,000개 레스토랑에서는 2분 동안 불을 끄는 시위를 벌였다.


레스토랑협회가 지난달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2개월 예정으로 진행하는 ‘리셋 캠페인(Reset campaign)’의 일환으로 계획된 이번 항의는 요식업계 인력난에 대한 대책 마련을 목적으로 했다.


수 차례의 록다운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이제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서게 됐다.


국경 통제와 엄격한 이민 규정은 요식업계가 필요로 하는 숙련 직원을 구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레스토랑협회는 정부에 임시비자의 긴급 기한 연장, 중요 인력에 대한 국경 면제, 학생비자 소지자에 대한 근로시간 연장 등을 요청하고 있다.


베테랑 주방장 사이몬 가울트(Simon Gault)는 조만간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요식업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보충할 요리사를 구하지 못해 많은 요리사들이 쉬지 않고 일한다. 키위들은 웨이터를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웨이터도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대로 가면 다시 국경이 개방될 때 많은 업체들이 이미 사라져 있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오클랜드 소재 3개의 일류 레스토랑들이 충분한 직원들이 없어 30만달러의 영업 손실을 무릅쓰고 2주의 학교 방학 기간 영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많은 요식업체들도 충분한 인력이 없어 한 주에 2일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뉴질랜드 식품·와인 학교’의 셀리아 헤이(Celia Hay) 이사는 모든 학생들이 순식간에 취업했다며 업계의 심각한 구인난을 전했다.


높은 인력 수요에 맞는 충분한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이 학교의 당면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헤이 이사는 “지금 업계에서는 보충할 직원을 찾지 못하여 더욱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며 “많은 레스토랑 주인들은 실망하고 있으며 과로한 종업원들을 위해 할 수 없이 영업하지 않는 날을 정한다”고 말했다.


헤이 이사는 또 “많이 논의되지 않는 부분이 유학생들에 대한 국경 통제이다”며 “1주에 최대 20시간 일할 수 있는 학생비자 소지 유학생들은 국내 레스토랑들의 좋은 파트타임 노동력이었는데 유학생들의 부재가 고용시장에서 다른 구멍을 남겨 주었다”고 지적했다.


레스토랑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요식업 종사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0%였는데 현재 15%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스토랑 협회 마리사 비도이스(Marisa Bidois) 회장은 “요식업계는 향후 5년 동안 2만명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현재 사업체들이 영업을 유지하는데 위태로운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지난 6일 요식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알고 있고 멀지 않은 시일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외국 인력 의존으로 타격 심한 1차산업과 관광업 


지난 16일 오클랜드를 비롯한 전국의 47개 도시에서는 수 천 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타고 시위를 벌였다.


그라운드스웰 뉴질랜드(Groundswell NZ)가 주관한 이번 시위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농축업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비자 제도 변경이었다.


지난 5월 농민연합과 데어리 뉴질랜드(Dairy New Zealand)가 합동으로 1,000여명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49%가 인력이 부족하거나 충원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그 가운데 50%는 구인하는데 3개월 이상 걸렸고 24%는 6개월 이상 소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연합의 크리스 루이스(Chris Lewis) 대변인은 “매일 농민들로부터 부족한 일손을 호소하는 전화를 받는다”고 털어 놓았다.


데어리 뉴질랜드의 팀 맥클(Tim Mackle) 회장은 “축산업에서 외국인 인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장기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당장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차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농장주와 고용인들의 정신 건강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사과 업계에서는 지난 수확 기간 일손 부족으로 수확하지 못한 사과 손실액이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카라카(Karaka)에서 34년 동안 종묘사업을 하고 있는 스티브 젤러트(Steve Gellert)는 올해 700만달러를 들여 온실을 신축했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은 관광업도 국경 통제로 구인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업은 작년 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나 앞으로 5년 동안 8만명의 인력이 필요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산업훈련기관인 ‘서비스 아이큐(Service IQ)’의 자료에 따르면 관광업 종사자의 38.1%는 해외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어리즘 아오테아로아(Tourism Aotearoa)의 크리스 로버츠(Chris Roberts)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3년경부터 해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많은 임시비자 소지 외국인들이 돈도 벌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관광업계에 들어왔고 뉴질랜드인들 사이에선 이 직종이 저임금에다 임시직이고 휴일에도 근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작년 4~5월 록다운 이후 급증한 국내 관광객으로 최근 10년 만에 최대 예약을 달성한 타우포 소재 힐튼 타우포 호텔(Hilton Taupo Hotel)의 트레이시 풀(Tracey Poole) 매니저는 필요한 인력을 지역에서 찾으려 했지만 구하지 못해 인력업체에 맡겼다고 전했다.


그녀는 뉴질랜드인이 해외에서 온 외국인보다 호텔 부문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외국인 비자 소지자들에게 시급 25.5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업계 임금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인력 대책 세워야


ANZ의 샤론 졸너(Sharon Zollner) 이코노미스트는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브래드 올슨(Brad Olsen)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업계의 인력난은 근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슨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가까운 장래 국경이 계속 통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필요한 인력을 찾는 문제는 한 두 달에 해결될 일이 아니고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거론될 것이다”며 “이제 코로나19가 좀더 지속될 것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뉴질랜드로 인력을 유치할 것인가를 포함하여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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