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바다를 누비는 아라온

얼음 바다를 누비는 아라온

0 개 6,779 서현

매년 여름이면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남북극 바다를 누비는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Araon)호’가 그 주인공이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0998_7846.jpg

 

이번 호에서는 남섬, 특히 크라이스트처치 교민들에게는 몇 번의 선박 개방 행사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름이지만 다른 지역 교민들에게는 조금 낯선‘아라온호’의 이모저모를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번 소개는 지난 3월 4일(토) 오후 크라이스트처치 외곽 리틀턴(Lyttelton) 항구에 정박하던 아라온호의‘방선 행사(선박 오픈 데이)’현장에서 극지연구소  및 선박 관계자들의 협조로 이뤄졌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057_7164.JPG ▲ 이날 개방행사에는 교민, 현지인 등 500여명이 참가

 

얼음 바다도 두렵지 않은 해상연구기지, 아라온 

흔히 추운 바다에서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배를‘쇄빙선(Icebreaker)’이라고 부르는데, 아라온을 소개하는 책자나 웹사이트에는 아라온을 단순한 쇄빙선이 아닌‘쇄빙연구선’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런 명칭에는 이 배를 건조하고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나타내고 있는데, 실제로 선박 내부에는 지구물리, 해양, 생물, 기상연구실 등과 이를 지원하는 각종 장비들이 설비돼 아라온은 한마디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과학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아라온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만큼 배 안에는 또한 이들이 편안히 머물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거를 비롯해 식당, 도서관, 휴게실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실제 이 배를 움직이는 선원은 총 26명인데 반해 이번 여름에 배에 올라 연구 중인 연구원들은 56명이며, 이들은 국적도 다양해 한국을 비롯 뉴질랜드와 미국 등 모두 12개 국가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온은 매년 남반구가 여름이 되면 리틀턴에 정기적으로 들리며, 필요한 물품 등을 선적한 후 이를 남극 대륙에 세워진 장보고 과학기지와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에 보급하며 관련 연구 활동도 병행한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109_6326.JPG

▲ 3년 째 근무 중인 김광헌 선장, 아라온호는‘STX 마린 서비스’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 바다 누비라는 뜻 지닌 한국의 첫 쇄빙선

아라온호 명칭에서‘아라’는 바다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며‘온’역시‘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라는 동요에 나오는 것처럼‘모두’를 의미하는 우리말로, 얼음이 깔린 남,북극해를 망라해 전 세계 바다를 힘차게 누비고 다니라는 원대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KIOST)’산하‘극지연구소(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KOPRI)’소속인 아라온은 지난 2004년부터 기본 설계에 들어간 후 2006년 한진중공업에서 건조를 시작해 2009년 11월 완성됐으며 7507톤의 만재톤수에 크기는 길이 109.5m에 폭 19m이다. 

 

최대속력 19노트에 경제항해속력은 12노트, 항속거리는 3만7천km(약 2만 해리)이며 70일간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데, 총 29개 컨테이너(TEU)를 적재할 수 있는 아라온호는 건조 이후 곧바로 시작된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에도 크게 기여했다. 

 

건조에는 1천8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쇄빙선인 만큼 특히 얼음과 직접 맞부딪히는 선체 앞 부분의 철판 두께가 40mm이며 일반선박의 건조에 쓰이는 철판보다 1.5배 강한 고강도 특수강재로 만들어져 있다. 

 

아라온은 단독 운항뿐만 아니라 때로는 얼음을 깨 다른 선박의 항로를 열어주는 임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 비해 선수나 선미 폭이 넓고 선수에 돌출부가 없으며, 5천 KW급 엔진을 2기 장책, 비슷한 크기의 일반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도 세고 발전기 역시 3400KW급이 4기나 장착돼 있다. 

 

실제로 아라온은 2011년 성탄절에는 러시아 원양어선‘스파르타호’를 구조했으며, 2015년 12월에도 역시 유빙에 갇혀 기울어지면서 침몰 위기에 처한 한국 원양어선 선스타호에 접근해 선원 39명과 선박을 구해낸 적이 있다. 

 

또한 아라온의 주 프로펠러는 다른 선박과 달리 360 전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해 배의 움직임을 앞뒤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선수 부분에도 또 다른 프로펠러가 좌우에 설치되어 있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243_8995.JPG                                             ▲ 각종 계측장비들 

 

 이 같은 능력으로 아라온은 두께 1m 얼음판까지 깨트리며 3노트 속도로 운항할 수 있으며, 때로는 선체 앞부분을 최대 5m 높이로 얼음판 위에 올린 뒤 선박 자체 무게로 얼음을 깨기도 하는데, 이때 만약 선체가 얼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면 앞서 설명한 대로 전후 좌우로 선박을 흔들어 주변의 얼음을 깬 후 탈출하게 된다. 

 

여기에 영하 30℃와 영상 5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혹심한 추위가 몰아치는 극지는 물론 항해 도중에 들려야 하는 적도 지방과 같은 곳에서도 원활하게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쇄빙선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호주 등 몇 개 나라 정도인데, 현재 전 세계에는 40여 척의 쇄빙선이 있지만 대부분 북극에서 석유를 비롯한 자원 개발이나 연구 활동, 항로 개척에 투입돼 있으며 10여 척만이 남극해에서 활동 중이다. 

 

아라온은 쇄빙선 규모로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들 쇄빙선 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만들어져 선박 자체는 물론 연구 시설 등 관련 부대시설이 우수한 선박으로 알려져 있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290_29.JPG

                                         ▲ 항해를 지휘하는 브리지 

 

철 따라 지구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아라온 

아라온은 작년 10월 26일에 모항인 인천항을 떠나 태평양 을 종단, 11월 14일에 호주 타스마니아(Tasmania)의 호바트 (Hobat)에 도착해 장보고 기지에 보급할 극지 전용 기름을 적재한 후 4일 뒤에 장보고 기지에 도착했었다. 

 

이후 12월 중순에 리틀턴에 입항했던 아라온은 장보고 기 지와 리틀턴 사이를 3차례 왕복하면서 보급 활동과 함께 남 극해에서의 각종 연구 활동을 지원했으며, 3월 6일 리틀턴 을 떠나 남미 대륙 밑 킹 조지 섬의 세종과학기지에 보급품 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후 다시 고국을 향해 태평양을 종단, 5월 31일경 광양항 에 도착하는데, 1개월간 정비와 선원 휴식을 거친 후 북극해 가 여름이 되는 7~8월에는 알래스카를 거쳐 북극해로 진입 해 연구를 진행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비를 마치는 아라온은 또다시 10월 말 경 남극을 향해 장도에 오르는데, 한편 한국 정부는 아라온 호에 이어 좀 더 큰 규모의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나 현재 관련 예산의 배정이 늦어지면서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새로운 커리큘럼에 쏟아지는 비판

댓글 0 | 조회 1,825 | 10일전
교육부가 지난달 대폭적인 커리큘럼 개편안을 발표했다. 0~10학년 학생들에게 내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새로운 커리큘럼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 더보기

낮과 밤이 달랐던 성공한 난민 출신 사업가

댓글 0 | 조회 1,232 | 10일전
난민(refugee) 출신 사업가가 치밀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결국 덜미를 잡혀 징역형에 처해졌다.겉으로는 고국을 떠나 암울했던 시절을 견뎌낸 끝에 새로운 땅에서 … 더보기

집을 살까, 아니면 투자할까?

댓글 0 | 조회 1,465 | 2025.11.25
- 뉴질랜드 은퇴세대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뉴질랜드에서는 오랫동안 “내 집 마련이 곧 부의 시작이다”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 공식이… 더보기

금리 인하에도 움직이지 않는 주택시장

댓글 0 | 조회 2,677 | 2025.11.12
주택시장이 계속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고 있다. 2021년 말 주택 버블 붕괴 이후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최근 뉴질랜드 부동산협회(REINZ) 주… 더보기

온라인 쇼핑몰 장난감이 내 아이를…

댓글 0 | 조회 2,251 | 2025.11.11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유통업계는 한바탕 사활을 건 판매전에 나서고 있다.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가운데 ‘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나 ‘테무(Temu)… 더보기

뉴질랜드의 경제 구조와 청년 전문직 일자리 과제

댓글 0 | 조회 861 | 2025.11.11
- “외딴 소국”에서 미래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길New Zealand(뉴질랜드)는 인구 약 500만 명의 국가지만, 세계 무역과 긴밀히 연결되며 농업과 관광을… 더보기

이민 정책에 갈등 빚는 연립정부

댓글 0 | 조회 3,180 | 2025.10.29
기술 이민자를 더욱 수용하려는 정책을 놓고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과 뉴질랜드제일당이 내홍을 빚고 있다. 국민당이 지난달 기술 이민자를 위한 새로운 영주권… 더보기

모아(Moa), 우리 곁에 정말 돌아오나?

댓글 0 | 조회 1,381 | 2025.10.28
한때 뉴질랜드의 드넓은 초원을 누비던 거대한 새 ‘모아(Moa)’는 마오리가 이 땅에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5세기경 멸종했다.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덩치를…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서울까지… K-컬처가 부른 특별한 여행

댓글 0 | 조회 1,851 | 2025.10.28
- 한류를 따라 떠나는 뉴질랜드인의 발걸음오클랜드 국제공항 출국장, 대한항공 인천행 탑승구 앞은 유난히 활기가 넘친다. K-팝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20대… 더보기

급여 체계 변경, 승자와 패자는?

댓글 0 | 조회 2,974 | 2025.10.15
휴가 급여를 포함한 뉴질랜드의 급여 체계는 복잡해서 교사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휴가 산정 및 지급 오류가 늦게 발견되어 복원하는데 수 십 억달러가 소요되는 사례가 … 더보기

NZ 부자는 누구, 그리고 나는?

댓글 0 | 조회 2,664 | 2025.10.14
9월 말 뉴질랜드 통계국은 지난 몇 년간 국민의 자산 변동과 관련한 통계를 공개했다.소식을 접한 이들은 “정말 내 자산이 그렇게 늘었을까?” 또는 그중 일부는 “… 더보기

뉴질랜드 연봉 10만 달러 시대 ― 고임금 산업 지도와 진로 선택의 모든 것

댓글 0 | 조회 2,484 | 2025.10.14
- 10만 달러 시대, 진로와 삶의 방향을 바꾸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약 12개 산업이 평균과 중간 소득 모두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 약 8천… 더보기

오클랜드, City of Fails?

댓글 0 | 조회 3,063 | 2025.09.24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는 항구에 떠 있는 수많은 요트와 강한 해양 문화의 특징을 부각한 ‘돛의 도시(City of Sails)’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지고 … 더보기

비극으로 끝난 세 아이 아빠의 숲속 잠적 사건

댓글 0 | 조회 4,403 | 2025.09.24
지난 4년 가까이 뉴질랜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빠와 세 자녀의 동반 숲속 잠적 사건’이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종적이 묘연했던 톰 필립스(Tom P… 더보기

왜 뉴질랜드 장바구니는 여전히 무거운가?

댓글 0 | 조회 1,580 | 2025.09.23
OECD 상위권 가격, 세금·경쟁·공급망까지 풀어보는 이야기장을 보러 가면 느끼는 현실오클랜드의 한 대형 슈퍼마켓.토요일 오후, 장을 보러 나온 60대 교민 김 … 더보기

왜 뉴질랜드는 경기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나

댓글 0 | 조회 3,783 | 2025.09.10
많은 뉴질랜드인들은 2025년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개선된 경제 전망을 내놓았지만 올해도 중반을 휠씬 넘… 더보기

자동차 세금 “2027년, 휘발유세 폐지, RUC로 전환한다”

댓글 0 | 조회 4,059 | 2025.09.09
지난달 정부가 자동차 세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현재 휘발유차에 부과되는 ‘유류세(fuel exc… 더보기

호주에서의 삶, 뉴질랜드보다 나을까?

댓글 0 | 조회 3,508 | 2025.09.09
-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민자들의 진짜 목소리와 현실 비교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와 이민자 가족은 늘 고민한다.“여기서 계속 살… 더보기

전면 개편된 고교 평가 제도

댓글 0 | 조회 2,407 | 2025.08.27
고등학교 학력 평가 제도인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가 시행 20여년 만에 폐지된다. 정부는… 더보기

뉴질랜드 의료, 무엇을 믿고 어디를 주의할까

댓글 0 | 조회 3,201 | 2025.08.27
― 한국과의 비교로 읽는 ‘강점•약점•실전 이용법’1. 왜 지금 뉴질랜드 의료 점검인가팬데믹을 거치며 뉴질랜드는 공공보건과 예방 중심의 체계를 앞세워 초과사망률을… 더보기

외국 관광객 “2027년부터 명소 입장료 받는다”

댓글 0 | 조회 2,291 | 2025.08.26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요 관광 명소에 대한 ‘입장료(foreign visitor charges)’ 징수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 더보기

뉴질랜드 건축 허가 제도, 21년 만의 대개혁

댓글 0 | 조회 1,668 | 2025.08.26
- 지방정부 부담 완화와 건설 산업 효율성 제고뉴질랜드 건설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크고 작은 제도적 문제 속에서 성장과 위기를 동시에 경험해왔다. 그중에서도 가… 더보기

뉴질랜드 한인 사회, 보이지 않는 정신건강의 경고음

댓글 0 | 조회 1,766 | 2025.08.26
- 2025 아시아 가정 서비스(AFS) 웰빙 보고서를 중심으로2025년 7월, 아시아 가정 서비스(Asian Family Services, 이하 AFS)가 발표… 더보기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선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2,941 | 2025.08.13
뉴질랜드 정부가 유학 시장을 오는 2034년까지 2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유학생 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학 시장을 …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개발업계 ‘빨간불’

댓글 0 | 조회 3,514 | 2025.08.13
<대표 파산으로 본 시장 위기와 그 이면>2025년 7월 말, 오클랜드 부동산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유명 개발업체의 대표 Zhi…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