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직업교육 강화한다

고등학교에 직업교육 강화한다

0 개 4,205 JJW

 

고등학교 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뉴질랜드 중등교육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고등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직업교육을 강화한다는 점일 것이다. 고등학교에 불어올 이 같은 변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3분의 2 고등학생들이 학문 이외에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각한 청소년 실업문제 

정부가 고등학교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청소년 실업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19세 인구의 9.1%는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직업도 없이 훈련을 받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령대의 마오리중 15%는 이 같은 백수 상태에 있고 퍼시픽 아일랜드 출신이 9.2%, 유럽계가 7.9%, 아시안 4%로 각각 조사되어 특히 마오리와 퍼시픽 아일랜드 청소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들의 실업률은 23.4%로 심각한 상황이다.

MIT(Manukau Institute of Technology)의 스튜어트 미들턴(Stuart Middleton) 박사는 “지난 30년간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의미를 잃고 있다”며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학생들은 진로나 장래 직업의 관점에서 의미없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까지 뉴질랜드의 도시 지역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한 칼리지 또는 그래머 스쿨과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술고등학교로 나뉘었다.

이후 기술과 자유무역의 진전으로 많은 단순노동 직업들이 사라졌고 실습생을 훈련시키던 노동부와 체신청의 기관들이 해체되거나 매각되어 한동안 직업훈련이 거의 없어지게 됐다.

동시에 모든 기술고등학교가 종합적인 칼리지로 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입을 위한 학습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5년 전학년을 다니는 학생 비율은 1970년 10% 미만에서 2000년대 중반 65%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 중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32% 정도에 불과했다.
 
고교 5년 전과정 수료생 증가에도 대학진학은 소수

이 같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고등학교에 다양한 기술 및 이론 과목 선택의 폭을 제공한 NCEA가 시행됐다.

NCEA는 고교 교과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재학 중 받는 내신성적을 비롯해 외부시험 성적을 종합해서 평가, 이에 해당하는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부적으로 복잡한 이 제도는 학생들에 내용을 이해시키고 진로를 상담하는 인력의 태부족으로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의 진로를 안내해줄 상담사를 찾기 어려운 것이 일선 고등학교의 실정이다.

말보로우 보이즈 컬리지(Marlborough Boys’ College)의 진로상담사이자 고교교사협의회(PPTA) 회원인 피터 켐프(Peter Kemp)는 뉴질랜드 300여개 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풀타임 진로상담사를 두고 있는 학교는 20개를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학교들이 진로상담 업무의 중요도를 낮게 보고 있고 최소한의 인력만 제공한다. 진로상담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1주에 1,000명의 학생당 8시간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16세 학생의 41%가 진로선택에 대해 교사나 진로상담사와 한번도 의논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진로와 무관한 과목들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앤 톨리(Anne Tolley) 당시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아주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면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가 2012년 4월까지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들턴 박사는 “백화점식 NCEA에서 너무 많은 학생들이 헤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교 NCEA에 5개 직업진로 과정 도입

교육부는 지난해에 2012년부터 초기 5개의 직업진로 과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5개 직업진로 과정은 △1차산업 △제조 및 기술 △건설 및 인프라 △서비스업 △사회 및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다.

5개 직업진로 과정 이외에도 더 많은 과정의 문을 열어 넣고 있다고 밝힌 교육부는 지난해 직업훈련기관 등과 직업진로 과정 NCEA 레벨1과 레벨2의 초기 시행에 대해 작업했고 레벨3는 올해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교 졸업후 취업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각 진로에 맞는 기술직업 과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최소한의 NCEA 조건이 있듯이 이 과정에도 직업훈련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행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NCEA 레벨3에서 최소한의 읽기, 쓰기, 수학 조건을 포함해 42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오는 2014년부터는 대학 입학이 더욱 어려워져 레벨3에서 60학점과 레벨2에서 20학점 이상이 필요하다.

직업 과정의 경우 레벨2에서 60학점과 다른 레벨에서 20학점이면 충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각의 기술직업 과정은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고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도 있게 된다.

특히 NCEA 레벨1에서 수학과 같은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되는데 건설 쪽의 진로를 택한 학생들은 건물설계 등의 사례를 배우고 1차산업 선택 학생들은 가축수를 계산하는 등 각 과정에 응용된 내용으로 학습하게 된다.
 
교육인력과 시설, 학생 및 학부모 의식이 관건

교육 부문에서의 변화가 언제나 문제점을 동반했듯이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자연히 생기게 된다.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교육했던 교사들이 취업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PPTA 로빈 더프(Robin Duff) 회장은 새로운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자신했다.

교사들은 이미 다양한 실용적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고 이론 과목들에서도 응용되는 사례를제시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클랜드 걸즈 그래머(Auckland Girls’ Grammar)의 매기 하메스(Maggie Hames) 진로상담사는 모든 교사들이 진로상담사가 되도록 격려하고 있고 의지도 있으나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업교육에 필요한 실습장이나 조리실 등 시설이나 장비를 학교가 구비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연합해서 시행하기 때문에 모든 학교가 모든 설비를 갖출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학교는 일부 과정에 집중해 인근 학교에서 그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을 지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실제적인 직업진로 과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원할 것인가 하는데 있다.

뉴질랜드학부모교사연합회 회원인 미셀 팔머(Michelle Palmer)는 아무 것도 안되는 졸업보다는 낫다며 새로운 제도를 환영했다.

17세와 20세의 무직 아들을 둔 그녀는 “두 아들이 학교 다닐 때 NCEA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직업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쯤 취업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학교는 이미 새로운 직업진로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201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술직업학교(Trades Academy)’를 개설한 망게레의 서던 크로스 캠퍼스(Southern Cross Campus)는 오클랜드공항과 연계된 서비스, 물류, 엔지니어링, 사회봉사 등의 직업교육 계획을 세웠다.

프리스쿨부터 13학년까지 다니는 서던 크로스 캠퍼스의 라기 레일우아(Lagi Leilua) 진로상담사는 “진로계획은 꿈의 시기인 7~8학년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로빈 스타플레스(Robin Staples) 교장은 “학생들이 직장체험을 함으로써 강한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커리큘럼에 쏟아지는 비판

댓글 0 | 조회 1,822 | 9일전
교육부가 지난달 대폭적인 커리큘럼 개편안을 발표했다. 0~10학년 학생들에게 내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새로운 커리큘럼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 더보기

낮과 밤이 달랐던 성공한 난민 출신 사업가

댓글 0 | 조회 1,230 | 9일전
난민(refugee) 출신 사업가가 치밀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결국 덜미를 잡혀 징역형에 처해졌다.겉으로는 고국을 떠나 암울했던 시절을 견뎌낸 끝에 새로운 땅에서 … 더보기

집을 살까, 아니면 투자할까?

댓글 0 | 조회 1,465 | 2025.11.25
- 뉴질랜드 은퇴세대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뉴질랜드에서는 오랫동안 “내 집 마련이 곧 부의 시작이다”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 공식이… 더보기

금리 인하에도 움직이지 않는 주택시장

댓글 0 | 조회 2,677 | 2025.11.12
주택시장이 계속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고 있다. 2021년 말 주택 버블 붕괴 이후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최근 뉴질랜드 부동산협회(REINZ) 주… 더보기

온라인 쇼핑몰 장난감이 내 아이를…

댓글 0 | 조회 2,251 | 2025.11.11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유통업계는 한바탕 사활을 건 판매전에 나서고 있다.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가운데 ‘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나 ‘테무(Temu)… 더보기

뉴질랜드의 경제 구조와 청년 전문직 일자리 과제

댓글 0 | 조회 861 | 2025.11.11
- “외딴 소국”에서 미래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길New Zealand(뉴질랜드)는 인구 약 500만 명의 국가지만, 세계 무역과 긴밀히 연결되며 농업과 관광을… 더보기

이민 정책에 갈등 빚는 연립정부

댓글 0 | 조회 3,180 | 2025.10.29
기술 이민자를 더욱 수용하려는 정책을 놓고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과 뉴질랜드제일당이 내홍을 빚고 있다. 국민당이 지난달 기술 이민자를 위한 새로운 영주권… 더보기

모아(Moa), 우리 곁에 정말 돌아오나?

댓글 0 | 조회 1,381 | 2025.10.28
한때 뉴질랜드의 드넓은 초원을 누비던 거대한 새 ‘모아(Moa)’는 마오리가 이 땅에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5세기경 멸종했다.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덩치를…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서울까지… K-컬처가 부른 특별한 여행

댓글 0 | 조회 1,851 | 2025.10.28
- 한류를 따라 떠나는 뉴질랜드인의 발걸음오클랜드 국제공항 출국장, 대한항공 인천행 탑승구 앞은 유난히 활기가 넘친다. K-팝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20대… 더보기

급여 체계 변경, 승자와 패자는?

댓글 0 | 조회 2,974 | 2025.10.15
휴가 급여를 포함한 뉴질랜드의 급여 체계는 복잡해서 교사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휴가 산정 및 지급 오류가 늦게 발견되어 복원하는데 수 십 억달러가 소요되는 사례가 … 더보기

NZ 부자는 누구, 그리고 나는?

댓글 0 | 조회 2,664 | 2025.10.14
9월 말 뉴질랜드 통계국은 지난 몇 년간 국민의 자산 변동과 관련한 통계를 공개했다.소식을 접한 이들은 “정말 내 자산이 그렇게 늘었을까?” 또는 그중 일부는 “… 더보기

뉴질랜드 연봉 10만 달러 시대 ― 고임금 산업 지도와 진로 선택의 모든 것

댓글 0 | 조회 2,483 | 2025.10.14
- 10만 달러 시대, 진로와 삶의 방향을 바꾸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약 12개 산업이 평균과 중간 소득 모두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 약 8천… 더보기

오클랜드, City of Fails?

댓글 0 | 조회 3,063 | 2025.09.24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는 항구에 떠 있는 수많은 요트와 강한 해양 문화의 특징을 부각한 ‘돛의 도시(City of Sails)’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지고 … 더보기

비극으로 끝난 세 아이 아빠의 숲속 잠적 사건

댓글 0 | 조회 4,403 | 2025.09.24
지난 4년 가까이 뉴질랜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빠와 세 자녀의 동반 숲속 잠적 사건’이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종적이 묘연했던 톰 필립스(Tom P… 더보기

왜 뉴질랜드 장바구니는 여전히 무거운가?

댓글 0 | 조회 1,580 | 2025.09.23
OECD 상위권 가격, 세금·경쟁·공급망까지 풀어보는 이야기장을 보러 가면 느끼는 현실오클랜드의 한 대형 슈퍼마켓.토요일 오후, 장을 보러 나온 60대 교민 김 … 더보기

왜 뉴질랜드는 경기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나

댓글 0 | 조회 3,783 | 2025.09.10
많은 뉴질랜드인들은 2025년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개선된 경제 전망을 내놓았지만 올해도 중반을 휠씬 넘… 더보기

자동차 세금 “2027년, 휘발유세 폐지, RUC로 전환한다”

댓글 0 | 조회 4,059 | 2025.09.09
지난달 정부가 자동차 세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현재 휘발유차에 부과되는 ‘유류세(fuel exc… 더보기

호주에서의 삶, 뉴질랜드보다 나을까?

댓글 0 | 조회 3,508 | 2025.09.09
-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민자들의 진짜 목소리와 현실 비교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와 이민자 가족은 늘 고민한다.“여기서 계속 살… 더보기

전면 개편된 고교 평가 제도

댓글 0 | 조회 2,407 | 2025.08.27
고등학교 학력 평가 제도인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가 시행 20여년 만에 폐지된다. 정부는… 더보기

뉴질랜드 의료, 무엇을 믿고 어디를 주의할까

댓글 0 | 조회 3,201 | 2025.08.27
― 한국과의 비교로 읽는 ‘강점•약점•실전 이용법’1. 왜 지금 뉴질랜드 의료 점검인가팬데믹을 거치며 뉴질랜드는 공공보건과 예방 중심의 체계를 앞세워 초과사망률을… 더보기

외국 관광객 “2027년부터 명소 입장료 받는다”

댓글 0 | 조회 2,291 | 2025.08.26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요 관광 명소에 대한 ‘입장료(foreign visitor charges)’ 징수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 더보기

뉴질랜드 건축 허가 제도, 21년 만의 대개혁

댓글 0 | 조회 1,668 | 2025.08.26
- 지방정부 부담 완화와 건설 산업 효율성 제고뉴질랜드 건설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크고 작은 제도적 문제 속에서 성장과 위기를 동시에 경험해왔다. 그중에서도 가… 더보기

뉴질랜드 한인 사회, 보이지 않는 정신건강의 경고음

댓글 0 | 조회 1,766 | 2025.08.26
- 2025 아시아 가정 서비스(AFS) 웰빙 보고서를 중심으로2025년 7월, 아시아 가정 서비스(Asian Family Services, 이하 AFS)가 발표… 더보기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선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2,941 | 2025.08.13
뉴질랜드 정부가 유학 시장을 오는 2034년까지 2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유학생 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학 시장을 …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개발업계 ‘빨간불’

댓글 0 | 조회 3,513 | 2025.08.13
<대표 파산으로 본 시장 위기와 그 이면>2025년 7월 말, 오클랜드 부동산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유명 개발업체의 대표 Zhi…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