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뉴질랜드 경제 다시 주저앉나

중동 사태로 뉴질랜드 경제 다시 주저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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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몇 년 만에 회복을 기대했던 뉴질랜드 경제가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유가가 전례없이 치솟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효과와 수출가격 호조를 바탕으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뉴질랜드 경제에 거센 역풍을 몰고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뉴질랜드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서민들은 또 한 차례의 물가 위기를 겪어야 할 일에 노심초사다. 최근의 중동 리스크가 뉴질랜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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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


뉴질랜드 경제 회복에 예상치 못한 복병 중동 사태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반격하며 갈등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이후 갈등은 단순한 양자 충돌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국가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전쟁은 당초 4~5주 안에 끝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두 달이 지나도록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사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극대화시키며 국제 유가 상승을 촉발했다.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국제 질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발생한 군사적 충돌은 국제 유가, 물류, 금융시장 등 다양한 영역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란 전쟁의 가장 큰 경제적 영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 


항공 및 해상 운송이 제한되면서 물류 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각국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금융시장 역시 불안정해졌다.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하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국가별 차입 비용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부채 수준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란 전쟁은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붕괴, 그리고 금융 불안이라는 복합적인 경제 충격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뉴질랜드에도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뉴질랜드는 직접적으로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지는 않지만, 정제유를 수입하는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 결과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운송비 증가와 상품 가격 상승,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원유를 수입해 마스든 포인트 정유시설에서 정제했으나 2022년 4월 경제성을 이유로 정제 기능이 종료된 이후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정제유를 해외 정유시설에서 수입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뉴질랜드에서는 전쟁 발발 초기 옥탄가91 휘발유 가격이 심리적 압박선인 리터당 3달러를 훌쩍 넘겼고 일부에서는 일시적으로 기름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으며 기름을 노린 절도 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3~4월 370건 이상의 기소가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3월 부랴부랴 ‘연료 대응 계획 2026’을 마련하고 연료 재고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또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부양 자녀를 둔 중.저소득 근로 가정에 주당 50달러를 지원했다.


뉴질랜드 경제 성장 전망 하향 조정  


IMF는 올해 뉴질랜드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IMF가 가정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전쟁이 비교적 단기에 끝나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은 기존 3.4%에서 3.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는 21.4% 오르고 연료비, 비료 가격, 운송비 상승 등으로 식품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IMF보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ASB는 올해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을 기존 2.9%에서 1.3%로 하향 조정했고, 웨스트팩은 2.8%에서 1.9%로 낮춰 잡았다.


경제정보회사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는 기존 2.5%에서 1.3%를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더 나아가 뉴질랜드가 고인플레와 높은 실업, 정체된 경제 성장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BNZ의 마이크 존스(Mike Jone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는 경제가 막 회복하려는 취약한 상황이다”며 “현재는 경제 회복이 방해받는 국면이지만 중동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지난달 뉴질랜드의 신용 등급을 최상위등급인 Aaa로 유지하면서도 경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무디스는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압력, 긴축 통화 정책, 단기 성장 둔화, 채무 서비스 비용 증가 등이 재정 경로에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뉴질랜드의 경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정부는 이달말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중동 사태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첨가했다.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재무장관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은 가장 온건한 시나리오는 중동 사태가 단기적 충돌로 끝날 경우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미국달러까지 오르고 뉴질랜드 인플레이션은 3.9%까지 상승하며 경제 성장은 2%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5.3%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180미국달러까지 치솟는 상황으로 뉴질랜드 인플레이션은 7.4%까지 급등하고 실업률은 내년 중반에 6.6%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윌리스 장관은 “불확실성이 드리워져 있다”며 “재무부의 핵심 조언은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것이지, 이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25년 4분기와 같은 3.1%를 기록했다.


이미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3%의 상단을 넘어선 상태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2분기에 물가지수는 4.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ANZ과 인포메트릭스는 올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해 현재 2.25%에서 3%로 만들어 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8일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시장 예상과 부합하게 기준금리를 2.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중동 사태와 급등하는 유가가 뉴질랜드 경제에 미칠 여파를 가늠하기 위해 신중한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중기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점과 불필요하게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비용 사이의 균형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인포메트릭스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앙은행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았고 기준금리가 내년 중반 4%, 그리고 2028년 상반기에 4.5%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포메트릭스는 연료비 상승으로 2분기 인플레이션이 4.8%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포메트릭스의 가레스 키에넌(Gareth Kiernan) 수석 예측가는 “이는 이란 전쟁의 즉각적인 결과이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연료비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인플레이션은 내년 3월에 3.9%, 내년 12월에 3%로, 연료비 상승의 2차 효과가 몇 개 분기에 걸쳐 뉴질랜드 경제에 물결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ANZ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오는 7월, 9월, 10월 등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3%로 만들고 내년에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키위뱅크는 중앙은행에 기다려 보자는 접근 방식을 요구했다.


키위뱅크의 자로드 커(Jarrod Ker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너무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팬데믹 시기의 실수를 반복하고 불황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 고인플레로 인한 피해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피해 간에 어느 쪽이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가 나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35%로, 그리고 7월 인상 가능성을 100%로 잡고 있다.


키에넌은 “현재 높은 불확실성으로 코로나19 첫 록다운 이후 경제 예측이 가장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앞으로 18개월의 경제 성장은 의문의 여지없이 이전 전망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 체감하는 소매업


음식점, 의류업 등 소매업체들은 연료비 상승의 여파로 매출 감소를 이미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의 선별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연료에 대한 지출이 지난 2월 4억6,000만달러에서 3월 5억8,300만달러로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른 부문에서 지출을 줄여야 했다.


이에 따라 의류 매출은 4.2%(1,400만달러) 줄고 외식은 2.4%(3,7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소매 업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팬데믹과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 왔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 효과를 바탕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졌지만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덮치면서 또 다시 침체 국면을 우려하게 된 것이다.


리테일 뉴질랜드의 캐롤라인 영(Carolyn Young) 회장은 “경제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은 필수품에 집중함으로써 의류가 항상 제일 먼저 영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호스피탈리티 뉴질랜드의 샘 맥키논(Sam MacKinnon) 대표는 “호스피탈리티 업계는 낙관적인 분위기로 올해를 맞았지만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실망스런 국면을 맞았다”며 “가계가 연료비 상승으로 재량 지출이 줄면서 외식에 대한 지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맥키논 대표는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공급업체들이 기름값 상승으로 추가 배달 비용을 부과하고 있어 수지를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에너지 위기의 여파는 장기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우리는 단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고 이 상황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레스토랑 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음식점과 카페의 3분의 2는 손님이 줄었고, 동시에 재료비와 배달비는 증가한 것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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