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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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0 개 1,917 김지향

겨울비가 무겁게 쏟아지는 화요일 저녁에 닭볶음탕 하나로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오붓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이 유리 창문을 때리건 말건 온기가 가득한 실내에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심한 우리 집 정원에 심을 벚꽃들과 단풍나무 그리고 수국들을 상상하면서 한창 이야기꽃이 무르익었는데, 갑자기 삐~ 하는 알람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전염성이 무섭도록 빠른 신종 코비드 19가 일을 낸 것이다.


안 그래도 저녁 뉴스를 보면서 자정부터 사흘 동안 록 다운이 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동시에 알람으로 정보를 받으니,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오클랜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사흘 동안 록 다운이라고 하지만, 사흘 만에 그칠 일이 아닐 것으로 여겨졌다. 우리는 모두들 록 다운이 끝나고 나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6개월간의 자유를 저당 잡히고,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빠져들어야 한다.


한국에 있는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오늘 한국의 날씨는 무척 맑고 좋단다. 코비드 19 덕분에 하늘이 너무나도 많이 푸르고 맑아졌다고 한다. 


코비드 19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는데, 마스크를 씀으로 해서 편안해진 삶도 있다고 한다. 마스크 덕분에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게 되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눈 화장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까 선글라스를 끼고 나가기 때문에 색조화장이 필요 없어졌다고 했다. 배달문화가 많이 발달해서 사는데 그다지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곳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서울 생활이 그렇게 힘든 거 같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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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지만, 언니는 지금의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2년 가까이 코비드 19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겼고,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는 방법도 터득한 거 같다.


가끔 언니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언니도 나 이상으로 낙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60 중반까지 사는 동안 얼마나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살아왔을까? 가슴 서늘했었던 일들이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인내하면서 기다리면서 사는 데도 도가 텄을 것이다. 공들였던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하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했을 때도 수두룩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좌절해봤자 몸과 마음만 상하는 법. 살기 위해 저절로 낙천주의자가 되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낙천주의의 끝판 왕이 되어 버린 우리 자매들. 어디 우리 자매들만 낙천주의의 끝판 왕이겠는가? 생활고로 힘들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많은 수가 낙천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제대로 살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이 어제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 진짜로 어제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를 오늘로 연장하지 않으면서 산다. 과거를 분석할 줄 알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관성의 법칙대로 움직이려 하는 것이 우리의 몸이며 마음이라서 여간해서는 습관을 바꾸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커다란 사건이나 충격이 있고 나면 습관의 변화를 느끼며 실제적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환골탈태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지구촌에 커다란 충격이지만 이 사태가 우리에게 환골탈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마우로 기옌의 “2030 축의 전환 - 10년 후 지금의 세상은 없다!”라는 책이 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변혁의 길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에 대한 과제를 풀어가는 책이다.


10년 후 세계에 대해서 다각도에서 조망하고 2030년의 신세계를 예측하는 책으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파미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한국어 번역판 책을 구하기가 힘이 든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좋은 친구 덕분에 이제껏 보고 싶은 책들을 멀리서 공수를 받았는데, 이 책 또한 친구의 도움을 빌어야만 가능할 거 같다. 


저자는 이미 존재하던 트렌드 들이 코로나로 인해 훨씬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 쇼핑 공부 등에 테크놀로지들이 활용하고 있었지만, 팬데믹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더 가속화 시킬 것이며, 신흥 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의식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펜데믹 충격이 파미까지 온 지금 이 시점에서 내 나름대로 내 미래에 대한 설계와 대책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예전과 다르게 급물결로 흘러가는 시대에서 제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코로나 펜더믹을 가장 잘 대처해나가는 나라들 중 하나인 뉴질랜드지만, 지금 커다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20% 밖에 안 된 뉴질랜드에 전염성이 강한 신종 코로나가 입국하였으니, 전국이 초비상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코로나는 오클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니 웰링턴에도 도착했으며 더 나아가서 파미에도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당황하지 않고 정부 지침에 따르면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


한여름인데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서 초긍정적인 생각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언니를 생각하면서 나 역시 이번 코로나 팬더믹을 현명하게 잘 보내야겠다.


아직 1차 백신 접종만 하고 2차 접종이 남아 있으니, 그때까지 조심하면서 집에서만 지내야 할 거 같다. 9월 초부터 시작할 꽃꽂이 수업이 미뤄질 수도 있다. 우리 집 정원의 변화도 대기 중이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전혀 조급하지 않다. 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된다.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이며, 준비 되어 있는 자에게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없어진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나에겐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으며, 그 어떤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서로 정보를 나누면서 도와가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 꽃꽂이 수업 계획에 있어서도 홈페이지부터 포스터 수업 커리큘럼등... 나로서는 도저히 해 나갈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로 재능기부를 해주면서 도와주었기에 나는 그저 수저만 얹으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내 재능을 높이 평가해주는 마음들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도와 준 그들의 열린 마음이 없었다면, 난 그저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에 대한 열정과 열린 마음이 나이를 초월해서 그들의 마음과 통하여 기부를 받게 된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재능을 서로를 위해 사용하면서 살면, 지금의 세상이 없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와도, 소외됨이 없이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감사를 전하며, 빨리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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