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0 개 1,514 한일수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 


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351억 원)에 판매되어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해질 녘, 친구 두 명과 함께 길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뭉크는 공포에 질려 다리 난간으로 다가갔다. 그는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면서 자연의 비명을 들었다. 낭만적인 붉은 노을마저 자연재해로 느낄 만큼 불안에 떨었던 인간 뭉크……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1939_2328.png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2.12 - 1944.1.23)는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작가 이다. 『절규(絶叫, The Scream)』는 1893년 작품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이케베르크 언덕에서 핏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괴로워하는 인물을 묘사한 그림이다. 최초의 유화 작품을 그린 뒤에 3점의 작품을 더 제작해서 총 4점의 연작(連作)이 있는데 파스텔로 채색한 네 번째 작품은 노르웨이의 억만장자(億萬長者) 피터 올슨이 소장하고 있다. 바로 이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뭉크는 석판화(1895년)로도 제작하였다. 『절규』 연작은 1994년 4명의 괴한이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작품을 훔쳐간 일이 있었다. 그들은 “Thank you for the poor security”라는 메모를 남겨 놓고 보안 상태를 비웃으며 유유히 사라졌으나 다행히 3개월 뒤 괴한들은 잡혔고 작품은 손상되지 않은 채 돌아와 지금까지 전시 중이다. 


『절규』라는 작품하나가 이토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내면의 공포와 절망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뭉크 자신인 동시에 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다. 그러면 뭉크의 내면세계는 어때서……. 


뭉크의 어린 시절 불행했던 가족사를 돌이켜 보며 그의 내면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열 네 살 되던 해에는 여동생마저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다. 뭉크 자신도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했으며, 몇 년 후엔 다른 동생도 사망했고, 또 다른 여동생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어머니 대신 그를 보살피던 누나마저 결핵으로 어머니 사망 9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군의관이었던 아버지는 바빴고 신경질적인 인간으로 변했으며 뭉크가 20대 때 사망했다. 30대 땐 남동생마저 잃었다. 뭉크는 어머니와 누나가 죽은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단 한순간도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질 못했다. 뭉크의 초기작품 『병든 아이(1885-1886)』는 폐결핵으로 죽어 가던 누나를 떠올리며 병든 소녀가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2077_0789.png
 

뭉크의 그림은 처음에는 독일 예술계가 쪼개질 정도로 후 폭풍을 일으켰으나 오히려 이 소동이 뭉크의 이름을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가게 했고 유럽에서만 100회가 넘는 전시회를 열었다. 뭉크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을 받았고 큰돈도 벌었다. 그러나 가족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고 죽음이 현관문을 거세게 두드리라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런 상태에서 뭉크는 절망, 절규, 질병, 늙음에 관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족을 모두 떠나 보내버린 뭉크의 영혼을 달래 줄 대상은 오직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뭉크의 생애 중 등장하는 세 연인과의 관계도 모두 파국으로 끝나고 말았다. 뭉크는 여성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며 두려워했고 자신에게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우울증에서 온 알코올 중독은 그를 계속 따라다녔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뭉크는 마흔 살에 이미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은둔을 택했다. 오슬로 교외에 넓은 땅을 사들여 그 안에 작업실과 큰 저택을 지었다. 그곳에서 홀로 지내며 마지막까지 그림에만 몰두했다. 뭉크에게 작업실 바깥 세상은 고통, 공포, 혼란, 질병으로 가득한 생지옥이었다. 


히틀러 나치정권이 협력을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나치는 독일에 있는 뭉크의 그림을 모두 헐값에 팔아버렸다. 뭉크는 나치에게 그림을 뺐기지 않으려고 농가 깊숙한 창고에 숨겨둬야 했다. 1944년 나치가 망하기 직전 뭉크는 폐렴에 시달리다 80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그가 세상을 하직하며 내뱉은 말, “내 인생은 꼭 낡고 썩은 배가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듯 했다”. 뭉크의 생애는 그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오래 살았는데  무엇이 그의 생명 줄을 이어가게 했을까? 그는 그림을 사랑했고 자기 그림을 스스로 소장했다. 평생 동안 2만5천여 작품을 그렸는데, 이는 그의 작가 생활 60년 동안 매일 한 점 이상을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랑의 힘이 그가 생명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1994_1916.png


뭉크가 떠난 후 그의 작업실을 정리하던 인부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유화,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2만 여점의 작품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외로움 때문에 자신의 그림을 모으는데 열중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지낸 30년 동안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고 지냈지만 밤낮으로 라디오를 켜놓고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뭉크의 작품들은 오슬로의 국립미술관, 뭉크미술관, 베르겐의 국립미술관에 전시되고 있으나 작품량이 많아 순환 전시되고 있다. 


“예술은 자연의 또 다른 면이다. 예술의 결과물은 인간 영혼의 깊은 곳에서 온다. 즉 예술은 인간의 신경, 마음, 머리, 눈을 통해 나오는 것들의 형상이다.” 영혼이 깃든 예술 작품은 작가가 죽은 후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07 | 18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75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5 | 3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2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39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4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4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4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3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0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