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와 하이디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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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하이디의 방문

0 개 1,261 김지향

“아트 앤 디자인 스튜디오” 오픈준비에 한창인 요즘,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유리문을 열고 숍 안에 들어온다. 쇼 윈도우를 통해 보이는 작품들과 뭔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트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숍은 당연히 다른 숍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유능한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과 업싸이클을 한 창작품들, 다육이 화분등...다양한 아트 작품들을 판매하면서, 아트 수업, 침봉 꽃꽂이 수업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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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을 모집하여 수업을 진행하면서 회원들의 배움과 더불어 힐링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길 바라면서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이 훤히 보이는 장소이니, 지나가던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나 보다.


정오쯤에 5명의 키위 중년 부인들이 들어왔는데, 전시해 놓은 물건들에 관심들이 많았다. 마침 핑크색 운동화 한 켤레에 시선이 멈춘 한 부인이 그 운동화를 신어보고 싶어 했다. 안타깝게도 그 운동화가 그녀의 발에 맞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신데렐라 놀이를 시작하는 그녀들. 누가 신데렐라가 될지 알아보자고 하면서 의자에 앉아 그 운동화를 신어 보았다. 마침 한 부인의 발에 그 운동화가 딱 맞았다. 보기에도 무척 예뻤지만 편안하고 좋단다.


신데렐라 부인이 그 운동화를 사려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직 물건을 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는 에프트포스(eftpos)기계가 없었다. 그렇다고 꼭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을 그냥 보내기도 힘들었다.


갑자기 부인들은 서로의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의 신데렐라가 운동화를 살 수 있도록 서로 갖고 있는 현금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운동화 값은 즉석에서 다 만들어졌고, 신데렐라 부인은 예쁜 핑크색 운동화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녀들은 30분 이상 숍을 둘러보면서 많은 관심을 가졌다. 내가 만든 손목에 거는 핀 쿠션을 발견하고 그것도 사고 싶어 했다. 그건 내 업싸이클링 창작품으로 수업을 위한 샘플로 딱 하나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한 시간 정도 걸려 만든 핀 쿠션으로 해바라기를 연상케 하는 앙증맞으며 실용적인 작품이다. 더군다나 고무줄로 되어 있어 손목에 끼고 작업하기에 딱 맞는다. 내 작품을 보면서 너무 좋아하는 그녀에게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작품을 팔았다.


그 작품을 만들었을 때, 디자이너가 이건 분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고 예견했는데, 그녀의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다른 부인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면서 그녀는 그 작품의 주인이 되었으며, 만약 수업을 시작한다면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신데렐라 놀이를 하는 그녀들이 무척 귀엽고 우아해 보였다. 은퇴한 나이로 보였는데, 예쁜 운동화 한 켤레에 반해서 신데렐라 놀이를 하다니! 그녀들의 위트와 여유 있는 마음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뉴질랜드에서 사는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무척 높다고 하던데, 그녀들을 보면서 행복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요즘 알게 된 키위들을 봐도 노후를 참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서로 돕고 함께 좋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며 코앞의 이익만 바라보지 않고 멀리 바라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일상은 행복하기만 할 것이다.


오늘 숍에 들린 디자이너의 친구인 케트린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자연 치유사이면서 환경 운동가이다. 우리들 몸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자연의 파괴를 막기 위해 여러모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디자이너의 절친한 사이인 그녀와 나는 첫 만남에 서로 깊은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냥 서로 마음에 든 것이다. 내가 디자이너를 보았을 때 첫 느낌처럼 그녀 또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만나자마자 그녀는 나를 그녀의 집에 초대했다. 디자이너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내가 그 집에 도착하자 정원과 텃밭을 보여 주었으며, 그녀 집 뒤뜰과 연결이 되어 있는 숲길을 함께 걸었다. 


그녀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 공원은 봉사자들이 심어 놓은 나무들까지 합하여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숲길의 끝에 나타난 깨끗하고 시원한 조경은 평온하고 안정적이며 힐링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었다. 


십년 이상을 바라보면서 지속적으로 공원에 나무를 심는 그들의 노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날 그녀가 준비한 저녁은 지중해식 음식으로 처음 먹어 보는 아주 맛있는 요리였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으로 오븐에서 구운 시간만 3시간 반이 걸렸단다. 그동안 내가 먹어 본 양식 중 최고의 요리였으며 맛 또한 기가 막혔다.


오늘 그녀가 숍에 들린 이유는 예전에 디자이너가 그녀에게 선물한 아네모네를 포장한 용기와 리본을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을 그냥 버리면 쓰레기만 늘어나게 되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그녀의 환경오염에 대한 철저한 의식은 조그만 포장지라도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포장한 용기와 꽃 선물을 받은 박스를 재활용하라고 숍에 들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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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숍에 있는 다육이 화분들을 보자 옆집 꼬마 생각이 났다. 8살 난 꼬마의 조그만 그린하우스에 다육이를 심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 집에 함께 가서 작업을 하자고 말했다. 영어 공부가 필요한 나를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면서 꾸준히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는 그녀. 요즘엔 마오리 언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 집의 냉장고에 빽빽이 붙여 있는 마오리 단어들이 그녀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웃들에 대한 도움과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몸 또한 요가로 탄탄하게 유지하며 운동 또한 열심히 한다. 나보다 2살 아래인데도 몸의 나이는 청년의 나이와도 같다. 그녀의 미소는 소녀와도 같다. 열정적인 눈동자 또한 호기심 많은 하이디였다.


스위스 처녀가 어떻게 뉴질랜드 여인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하이디처럼 대도시에서는 하루도 살지 못할 성격일 거 같다. 그저 잠시의 여행이라면 모를까? 


오늘 난 신데렐라도 만나고 하이디도 만난 아주 운이 좋은 하루였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들이었다. 


여자의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얻게 해준, 만년 소녀로 살다 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한 아름다운 여인들. 나 또한 그녀들처럼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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