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피아노

0 개 1,494 수필기행

카페 음악 방에 영화음악 ‘피아노’가 올랐다. 영화의 여러 장면이 떠올라 한나절을 음악에 묻혀 지냈다. 그 영화를 본 것은 1993년, 촬영지가 ‘뉴질랜드’라는 광고를 보고 서둘러 개봉관을 찾았었다. 그 곳으로 이주 신청을 해놓고 떠날 날을 기다리던 때였다. 배경이 된 피하비치(PIHA BEACH)의 아름다움과 바다에 가라앉던 피아노의 강렬한 영상이 눈에 선하다.


이삿짐을 풀고 맨 먼저 찾은 곳이 ‘피하’였다. 바닷새가 군락을 지어 알을 품는 바위언덕이 시골마을처럼 따뜻하던 그 곳은 영화촬영지라는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바다였다. 파도 타는 젊은이와 낚시꾼들을 보내고 고요하게 노을을 맞는 저물녘의 바다, 나는 그런 피하가 좋았다. 그러나 눈 닿는 곳마다 그림엽서라는 자연 속에 살면서도 늘 무언가 허전했다. 사람이 그리웠다. 사람 속에서 살고 싶었지만, 사람 속으로 향하는 길은 멀었다. 눈길 한번 주는 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막막할 때면 그 곳으로 갔다. 해거름의 피하에 가면,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곤 했다. 쉼 없이 뒤척이다가 제풀에 잦아드는 파도처럼.


두 아이가 학교에 익숙해지자 남편은 주류도매 가게를 열었다. 점원과 재고 상품을 함께 인수한 가게는 손님이 많았다. 외로울 겨를이 없었다. 함께 일하게 된 점원은 중년의 백인여자와 원주민 청년이었다. 백인 아줌마 ‘로빈’은 깍듯하면서도 틈만 보이면 주인의 기를 꺾으려 들며 잘난 체했다. 사람 속에 살기를 바랐지만, 사람 때문에 주눅 든 나를 북돋우어 입을 열게 한 이가 마오리 청년 ‘필’이었다. 그는 영화 속의 남자 ‘베인스’ 처럼 문신을 했고 말이 없었다. 벙어리가 된 주인을 위해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얘기하며 묵묵히 일하던 필. 그로 하여 나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서툴게나마 말을 시작하고 차츰 낯선 생활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주급을 받는 금요일은 일손이 부족했다. 길게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서는 파트타임 점원을 따로 사야 했다. 그날 누구보다 분주한 사람은 점원들을 위해 바비큐를 준비하는 안주인이었다. 소금 후추 외에 고기양념이 따로 없는 곳에서 간장에 버무려 맛을 낸 양념갈비는 시장기 도는 이들을 자극하는 일품요리였다. 특급요리사라 엄지를 치켜 주는 점원과 손님들의 주말파티를 위해 나는 간장을 말통으로 사다 놓고 갈비를 재워댔고 그렇게 조금씩 이국생활에 젖어들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식사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점원 구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주말 바비큐의 영향도 없지 않았으리라.


토요일은 행복한 날이었다. 주말학교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토요일마다 문을 여는 한국학교에서는 교민이나 주재원 자녀들에게 국어와 역사를 가르쳤다. 그것은 낯선 문화에 부대끼고 풀 죽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었다. 내 교직생활에서 가장 기쁘고 보람 있던 시절은 우리말이 어눌한 아이들을 위해 꼼꼼하게 교안을 작성하고 가르치던 그때였을 게다. 자녀들이 공부하는 동안 뜰에서 떡볶이와 잡채를 만들고 호떡을 굽는 부모들도 잔칫날처럼 환한 얼굴이었다. 남의 나라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키워주던 주말학교. 일주일에 단 하루였지만, 타국 속의 모국이 되어 주었던 그 곳에서 우리는 마음껏 행복했다.


새해가 되면 여러 나라 민속놀이가 전파를 탄다 .‘마오리춤’을 방영한다는 예고가 있으면, 나는 서둘러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우리와 피부색이 같고 비슷한 문화를 가진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웃통을 훌렁 벗어젖히고 혀를 쑤욱 내어 빼물고 추는 그들의 춤을 보고 있으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뭔가 도움 주려 애쓰던 필이 보고 싶어진다. 사람 수보다 많다는 순한 양떼와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하늘가에 뜨던 무지개도 생각난다. 잊혀진 듯해도 지나간 날들은 무의식의 갈피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스며있는 것 같다. 낯선 세상에 살면서 익힌 낯선 것에 대한 자유로움까지도.


음악을 들으며 다시 ‘피하비치’를 거닌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고 뉴질랜드를 떠나야 했던 영화 속 여인 ‘에이다’. 그녀처럼 나도 그곳에서 떠나왔다. 영화에 후속편이 있다면, 그녀도 나처럼 지난날을 잊지 못하고 그 시간 속을 서성일까. 세월이 가도 잊히지 않는 필름을 명화라고 한다면, 낯선 문화에 부대끼면서 살아낸 내 삶의 한때도 한 편의 명화가 되리라. 그리운 시절이다.


■ 최 현숙 

1335d01041b424f009869e7c2e846d81_1613003616_1123.jpg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12 | 18시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42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4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24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41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6 | 10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2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7 | 10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10일전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2 | 10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8 | 10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8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0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1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8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0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1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9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8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3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7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8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