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반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돼지고기 반근

red4806
0 개 1,762 수필기행

대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진 날 밤이었다. 어두운 얼굴로 나가신 아버지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발자국 소리가 우리 집 대문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소금이 물에 녹아 내리듯 내 몸도 슬픔에 조금씩 녹아내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귀 두 개뿐인 듯했다.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없었다. 눈이 먼저 보고 머리로 연락을 취한 그 순간, ‘아’ 하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게시판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디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누군가 뒤에서 밀며 머리를 좀 치우라고 했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의 머리는 뒤에서 봐도 눈에 영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골목으로 접어든 바람은 모두 우리 집 대문을 흔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섣달 바람이 지루한 겨울 밤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려니 하고 생각하자 다소 마음이 누그러졌다. 대문에 걸어둔 우편함도 덜컹대고 있었다. 자랑스런 대학합격통지서를 담게 되리라는 제 예상이 빗나가서 제 딴에도 꽤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이젠 낡아서 틈새가 벌어진 대문 두 짝이 계속 삐거덕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쇠로 된 문고리가 철판에 부딪히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내 속에서 나오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바람에 채이고 멱살을 잡히면서도 대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맨 앞에 서서 고스란히 비바람을 맞고 있는 대문, 자신이 보듬고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참고 있는 대문을 보면, 나는 늘 아버지가 연상되었다.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는 두 가지였다. 술을 드시지 않았을 때는 군인 출신답게 무게가 느껴지는 걸음걸이로 아주 규칙적인데 비해, 술을 드시고 오는 날의 발자국 소리는 구두 밑창이 바닥에 조금 끌리면서 장단이 좀처럼 맞지 않는 엇박자 였다.  


간간이 발자국 소리가 끊어지기도 했다. 아버지는 그 때 골목 중간쯤에 있는 전봇대나 담벼락을 붙잡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지도 모른다. 희망이라는 것들은 죄다 하늘로 올려가서 이제는 따오지도 못할 별이 되고 말았다는 아버지의 푸념소리가 골목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내 귀는 더 밝아졌다. 옆에서 잠든 동생들은 내 낙방소식을 잊었는지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고, 안방에 계신 어머니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차라리 고마운 일이었다. 슬픔과 아픔에 절고 절어 내 몸이 오롯이 소금 한 줌으로 남는다 해도 나 혼자 감당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이 밤 어디에서 이 못난 딸의 아픔을 되새기고 있는지.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철커덕, 대문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갔다. 내복 바람의 어머니도 부스스한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며 마루로 나오셨다.   대문에 들어서는 아버지에게서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아버지….”  


“어이구, 이 가서나야.”  


아버지도 목이 메는 듯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부축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잠깐 있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잠바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 꺼내려고 애를 쓰셨다. 휘청거리는 아버지의 손끝에 겨우 딸려 나온 것은 신문지에 둘둘 말린 무엇이었다. 마루 끝에 서 있던 어머니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돼지고기 반 근이다”  


내게 그 뭉치를 건네주시며 아버지는 내 어깨를 한번 짚으셨다.  


그 순간 속이 다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아버지 품속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돼지고기 반 근을 손에 들고 나는 그대로 마당에 서 있었다. 너거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너거들 소고기도 못 사 먹인다는 혼잣말을 하며, 아버지는 어머니의 팔을 잡고서 힘겹게 마루를 오르셨다.  


바람 부는 거리에서 식육점 문을 두드리는 아버지, 지갑을 펴 보며 ‘돼지고기 한 근’ 에서 ‘반 근’으로 다시 고쳐 말하는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틀거리면서도 간간이 안주머니께를 더듬어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때 나는 마음 속 활시위를 한껏 당겨 아버지를 위한 별 하나를 쏘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비춰줄 별, 아버지가 올려다보면 어느새 어깨쯤까지 다정히 내려와 주는 별 하나를.  


슬픔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 걸까. 그것은 고작 반근의 무게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신문지가 엉겨 붙은 돼지고기 반 근과 맞바꿀 수 있었던 그 날의 슬픔을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사랑은 한 손으로 들 수 없는 무게였다. 참으로 온전한 한 근이었기 때문이다.


■ 정 성화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12 | 19시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42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4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24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41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6 | 10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2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7 | 10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10일전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2 | 10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8 | 10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8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0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1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8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0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1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9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8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3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7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8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