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고물상

6 4,046 왕하지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를 하는데 본의 어머니가 이 곳에 여행 왔을 때 성당에서 아내와 만나 친구가 되었다. 본의 어머니는 세이셸이라는 작은 섬나라의 선생님이다. 본은 세이셸정부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려 오타고 의대에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온 본이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전화를 받고 와보니 TV가 꺼져있었다. TV를 키고 보다가 또 전화가 와서 받고 와보니 아예 리모컨까지 없어져 버렸다. 리모컨이 없어졌다고 본이 나에게 왔다. 어머니 방에 가보니 어머니가 리모컨을 꼭 쥐고 계셨다. 어머니는 사람이 없는데 TV가 계속 켜져 있어 리모컨을 가져가신 것이다. TV를 켜놔도 전기세 많이 안 나오니까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다.

착하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본 또한 대책이 없을 때가 많다. 본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세일하는 보트가 있어 보트를 샀다며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하였다.

“너 트레일러 차에 달고 운전 해봤어? 후진할 수 있어?”

본은 트레일러 운전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보트를 사다니... 나는 본에게 충분한 운전 연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나가면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왕가레이 병원에서 계약기간이 끝난 본은 타 지역 병원으로 옮기면서 집을 구하지 못해 이삿짐을 우리 집에 맡기고 갔다. 혼자 살면서 온갖 잡동사니가 얼마나 많은지 커다란 차고에 꽉 찼다. 게다가 보트까지 갖다 놓았으니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차고에 발 디딜 틈이 없어, 어디 다닐 수가 있어야지... 네 형은 아파트 분양받고 이사하는데 아파트 공사가 안 끝나 이삿짐을 맡겼는데 이백만원이나 줬어,”

우리도 돈 받고 맡아주는 거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의 불평은 잠잠해졌다. 그 후 본은 이삿짐을 가져가면서 고물이 된 보트를 헐값으로 팔았는데 결국 한 번도 바다에 띄워보지도 못하고 수천달러를 날린 셈이었다.
본이 며칠간 홀리데이라고 왕가레이에 왔다. 이번에는 며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기가 미안했던지 백패커를 예약했다고 밤에 간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그냥 자면 되지 왜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집이 바로 백패커인데 왜 다른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 라운지 2층 침대가 모두 비어 있는데...”

아내는 내 말이 만족스러운지 깔깔 웃으면서 본은 우리가족 같으니 왕가레이에 오면 우리 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올 때마다 남편이 좋아하는 술도 사오는데 그것도 감사하다고 말하여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근데, 쟤 술 한 병 사오면 지가 다 먹고 가, 그러니 네가 먹을 술은 따로 사오라고 해.”

다음날 본은 길거리에서 세일하는 차가 마음에 든다고 덥석 샀는데 차 한 대를 우리 집에 두고 갔다. 어머니는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으니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셨다.

“차는 있는데 사람은 없고... 의사가 간 거야 안 간 거야?”

이번에 우리 집에 온 본은 오클랜드에다 집을 사고 싶은데 집은 작아도 땅이 넓은 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고물차에 낡은 보트가 즐비한 쓰레기장 같은 집이 연상되었다. 본이 넓은 땅을 갖는다면 필경 뉴질랜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물상 같은 집으로 변할게 뻔하다. 나는 폭탄주를 만들어 본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너는 의사야, 의사가 폭탄주는 자주 마셔야 되지만 집에서 잔디 깎고 정원 정리할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땅은 좁아도 집이 넓은 게 좋다. 땅 넓은 우리 집 좀 봐라, 이게 집이냐 고물상이지, 잡초는 계속 자라고 태풍한번 지나가면 나무는 고꾸라지고... 나는 몸이 안 따라줘 일도 못하고 애들은 밖에 나와 보질 않고... 힘들어, 너는 돈을 더 모으면 시내에 근사한 집을 사서 커다란 내 그림을 걸어놓으면 얼마나 멋지겠나, 그렇다고 내가 그림 값을 비싸게 받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지 암,”
달중이
왕하지님의 글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읽고 가곤 합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여유로와지는 왕가레이의 일상을 오랫동안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왕하지
재미있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 모처럼 따뜻한 햇빛이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창밖풍경
왕하지님,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따뜻하고 재미나게 글로 옮겨주셔서, 그 글을 읽는 저는 무척 행복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왕하지
무심히 지나치시지 않고 꼭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재미로 행복하시다는 말씀에 더 재밌게 서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군요. 감사합니다.
대신맨
가장관심있는페이지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훈훈한 이야기 오랫동안 읽을수있는행운이 주어지면 하는 바램입니다!!!!!
왕하지
대신맨님 관심을 갖고 이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한낮은 좀 더웠습니다. 더운 날씨에 으시시하라고 이번호는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무서운 글을 썼습니다. 근데, 밤이되니까 도로 춥군요. 덜덜덜~~~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265 | 10시간전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216 | 5일전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592 | 8일전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860 | 9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85 | 10일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13 | 10일전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

가끔은 Lay-up이 답이다 – 직진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

댓글 0 | 조회 205 | 10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앞에는 큰 해저드나 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과감하게 공략하면 한 방에 … 더보기

지금 당장 궁금한 비자심사 최신 정보

댓글 0 | 조회 452 | 2026.04.15
특정비자의 심사기간에 대한 개런티를 뉴질랜드 이민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기에, “제 비자에 대한 심사가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오늘 저에게 문의하… 더보기

정이 가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7 | 2026.04.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만 생각하며 산다는 사람보다주님만 생각하면 부끄럽다는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정이 간다하늘 아버지께서 다 돌봐 주실 거라며성인처럼 … 더보기

명경과 세경

댓글 0 | 조회 163 | 2026.04.15
얼굴을 보거나 화장을 하려면 보는 것이 거울이다.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잠잠한 물에 비추어 보다가 돌이나 금속을 매끈하게 갈아서 보려고도 했을 것… 더보기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

댓글 0 | 조회 119 | 2026.04.15
■ 조계산 송광사산사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공간남도의 아름다운 조계산을 사이에 둔 송광사와 선암사. 두 사찰의 송사로 인한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숲에 대한 … 더보기

뉴질랜드 회사법 (Companies Act 1993) 주요 쟁점 정리

댓글 0 | 조회 201 | 2026.04.14
통계자료의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한인과 키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비즈니스 운영 형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개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sole trader 라고 합… 더보기

중위권 성적으로 의대 합격까지, 방향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18 | 2026.04.14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최근 상담을… 더보기

26.바다 위의 길 – 픽톤과 어머니의 항로

댓글 0 | 조회 102 | 2026.04.14
Te Ara Moana o te Whaea – 어머니의 바다 길* 바다와 산 사이의 마을아득한 옛날, 지금의 픽톤 지역 와이투히(Waikawa)라는 마오리 마을이… 더보기

은하수 가을달

댓글 0 | 조회 164 | 2026.04.14
보름인가? 창공에 매달린 달이 유난히 크고 밝다. <은하수와 가을달> 칠십여 년 전 초등학교 때의 어느 습자 시간에 화두로 떠올려졌던 단어다. 그때의 … 더보기

7편 – 바티칸 비밀문서고 : 금지된 장부

댓글 0 | 조회 180 | 2026.04.14
“신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한 것은 인간이며, 지운 것도 인간이었다.”프롤로그 - 1495년, 바티칸 지하 4층 캔들빛이 흔들리는 오래된 석조 방.한 노신부가 … 더보기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댓글 0 | 조회 162 | 2026.04.14
시인 파블로 네루다당신은 해질 무렵붉은 석양에 걸려있는 그리움입니다.빛과 모양을 그대로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5 | 2026.04.12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강사 및 컨설턴트)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NCEA, CIE (A Level), IB 모든 뉴질랜드… 더보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댓글 0 | 조회 650 | 2026.04.10
데뷔 40주년 가수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 씨가 폐섬유증 투병과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인터뷰 기사가 조선일보 토요일판(2026년 3월 14일)에 … 더보기

4. 오클랜드의 첫 삽, 흙과 함께 뿌리 내린 우리 집

댓글 0 | 조회 600 | 2026.04.10
정적인 남섬을 떠나 역동의 도시로나의 생활 기반이 남섬 Dunedin에서 1987년 Auckland로 옮겨지니 매 일상이 바빠졌다.드네딘은 오로지 세 가구의 한국…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보건학 POPLHLTH111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843 | 2026.04.07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POPLHLTH111 (대학보건학) A+ 팁과 노… 더보기

3. 더니든에서의 남겨진 이야기들

댓글 0 | 조회 626 | 2026.04.06
제 2편에서 삶의 터전이 더니든에서 오클랜드로 옮겨졌지만, 더니든에서의 홀로 살던 시간 중 빼놓기 아쉬운 부분들을 한데 모아 적어 본다.내가 하던 일은 녹용 가공…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화학 CHEM110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943 | 2026.04.03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CHEM110 (대학화학) A+ 팁과 노하우에 대… 더보기

2. 드네딘의 바다에서 오클랜드의 꿈으로

댓글 0 | 조회 440 | 2026.04.02
나의 첫 사업 도전기: 뜻밖의 인연, 오징어 회와 선식업의 시작가족이 합류하면서 드네딘에도 한국인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Knox 신학대학의 장 목… 더보기

ISAT 의대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736 | 2026.03.31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지난 6년 간 ISAT를 (국제학생 입학시험) 지도하며 느꼈던 점과 해당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하는 정보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