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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눈치 보며 거리 두던
조심스런 기간이 끝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요
어깨 부딪치던 분주한 도시를
살짝씩 스치며 걸어 보고 싶습니다
점심시간 지난 조용한 가게에 들어가
먹을 것 앞에 놓고 감사해하고도 싶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문 닫힌 교회당에서
우둔했던 나를 먼저 돌아보라 하십니다
교회 담장 밑을
흔들리며 장식하던 풀 앞에서
빛이 나게 교회당을 꾸며
자랑하고 싶던 헛된 욕망을 내려노라 하십니다
교회마당에 구르는
먼지 가득한 종이조각도
이제는 한 가닥 풍경이 되어
죄에 물들어 사는 나를
주님이 은총으로 예쁘게 보아주고 있음을 알아
겸손하라 하십니다
큰 교회 만들어
뜨거운 믿음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휑한 교회 카페에서
쓴맛 싫어하던 커피 한 잔에
놓인 빈 의자 꺼내 앉으면
적막함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이제는
기도하러 온 누구라도 만나면
차 한잔 건네며
기도시간을 조금 빼앗아도
미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
믿음의 조상이 만났던
그 천사를 지금 만나는 중이니까요
오늘은
성경을 몸으로 읽은 날이어서
일어서며 의자를 다시
탁자 아래에 넣을 때
부딪치는 소리도
빈 내 마음에
따뜻이 번져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