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근무 시간이 있는 고용계약서의 초과 근무 시간 급료 계산 방식에 대한 다툼과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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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근무 시간이 있는 고용계약서의 초과 근무 시간 급료 계산 방식에 대한 다툼과 결론

0 개 2,804 권태욱

제목이 좀 길어졌습니다. 


예전에 어떤 신문사에서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강의를 하셨던 선배 기자가 (신문기자들은 누구에게도 ‘님’자를 붙이지 말라고 교육을 받습니다. 수습기자가 선배를 부를 때 ‘김 선배, 이 선배’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직속 상관인 부장을 부를 때도 ‘김 부장, 이 부장’, 그리고 편집국장을 부를 때도 ‘송 국장’이라고 부릅니다.  신문사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밖에서 취재원과 대화할 때도 호칭 뒤에 ‘님’자를 붙이면 안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갓 ‘수습’ 딱지를 뗀 새파란 기자 초년생이 육십 줄에 들어선 국회의원이나 장관과 이야기 할 때도 ‘김 의원’ ‘오 장관’이라고 부릅니다. 참 버르장머리가 없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시키는가? 논리는 이렇습니다. ‘기자는 수십 만 독자를 대리하는 사람이다. 개인은 장관이나 국회의원보다 연배가 낮고 사회적 지위가 낮을지 모르지만, 그 기자를 통해서 질문하는 독자들은 장관이나 국회의원보다 더 높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을 대표하는 기자는 취재원과 대화를 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동등하거나 더 높은 위치에서 발언해야 한다. 그래야 주눅이 들지않고, 당당하게 묻고 따질 수 있다.’ 그럴듯 하지요? 그래서 이 글에서 선배 기자님이라고 쓰지 않고 ‘선배 기자’라고 썼습니다. 지금 저는 물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수십 만 독자를 대리하는 기자가 아니라 일개 변호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변호사는 항상 Your Honour와 My Learned Friend를 최고의 예의로 대해야 합니다. 의뢰인 분들에게도 물론 그렇게 해야지요. Your Honour는 판사, My Learned Friend는 소송 상대방 변호사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기사의 첫 문장은 13자를 넘기면 안된다” 고 강조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제가 오늘 칼럼은 제목부터 여백 포함 48자를 썼으니, 그 선배가  만약 보신다면 혀를 차게 생겼습니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계속하면, 위에 제목으로 쓴 법률적 이슈에 대한 판결을 내린 곳은 고용법원이고, 당사자들은 뉴질랜드 우체국과 아오테아로아 우편 사업 근로자 노동조합입니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영어 이름을 적어 드리면 New Zealand Post Limited 와 Postal Workers Union of Aotearoa Incorporated 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기 ‘우체국’과 ‘노동조합’으로 부르겠습니다.


다툼의 대상이 된 노동 계약은 우편배달부(‘우체부’) 들에 대한 우체국과 노동조합의 집단 근로계약입니다.  아시다시피 우체부들의 근무시간은 매일 똑같기가 어렵습니다. 특정 우체부가 담당하는 구역에 하루에 배달해야하는 우편물의 분량이 매일 똑같지 않을 것이고, 교통사정도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업무가 개인사업자와 개별 근로자 사이에 계약된 것이라면 아마도 고용계약이 아니라 독립 자영업자끼리의 서비스 계약으로 체결되었을 것입니다. 편지 한 통 배달하는 데 얼마 씩, 소포는 얼마 (중량에 따라 차등을 주겠지요), 이런 식으로.


그런데 우체국은 원래 국영기업이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고, 고용된 노동자들을 조직한 노동조합이 있었지요.  1980년대의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우체국도 민영화되었지만, 그때 고용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고용이 승계되도록 되어 있었고, 노동조합도 존속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민영화된 지 몇 십 년이 지나도 우체국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노동자들로 고용되어서 독립 계약자들 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에서 다뤄진 것은 그런 우체국의 우편물 배달 근로자 즉, 우체부에게 적용되는 초과근무 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 소송의 대상이 된, 우체부에게 적용되는 집단 근로 계약서에 의하면, 우체부들은 매주 최소  37시간 40분을 근무하게 되어 있고, 그 시간 또는 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근무할 수 있습니다. 최소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각 개인별 기본 근무시간은 각자 우체국과 합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체국은 각 우체부의 근무 시간을  근무편성표를 통해서 알려주게 되어 있었습니다. 우체국은 이 최소 근무시간을 주 4일이나 5일, 또는 6일 동안에 나눠서 일하도록 편성표를 짜야합니다. 근무편성표는 최소 14일 전에 고지되어야 했습니다. 


주 37시간 40분을 표준 근무시간으로 우체국과 계약한 우체부는 매주 37시간 40분을 일하고, 그 시간만큼 일하거나, 그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면 37시간 40분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급료를 받습니다. 급료는 매 주 지급됩니다.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초과근무 수당을 받게 되어 있는데, 초과근무수당은 기본 근무 시간 당 급료와 같거나 1.5배로 계산해서 받습니다. 


37시간 40분을 주 5일 균등하게 일한다고 치면 하루 근무 시간은 7시간 32분이 됩니다. 계산하기 복잡할텐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판결문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매일 8시간씩 일해서 주 40시간 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실제로 운용되는 방식이 아니었나 짐작됩니다.


그런 짐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급료 계산 방식입니다. 주 37시간 40분을 넘는 시간에 대해서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초과근무를 포함한 근무시간이 한 주에 40시간이 될 때까지는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급료를 통상근무시간의 급료와 동일한 시간당 임금으로, 40시간을 넘기면 40시간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 근무시간의 급료의 1.5배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는 매일 8시간 씩, 주 5일 근무를 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고, 로스터에도 그렇게 되어 있는 우체부가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우체부가 배달할 우편물의 분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네 시간 만에 일이 모두 끝났다고 합시다. 그러면 남은 네 시간 동안 그 우체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체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일을 돕거나 다른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킬 일도 없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일찍 집에 가도록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어느 날은 6시간만 근무를 하고 집에 갔는데, 그 주에 다른 어떤 날은 배달할 우편물 숫자도 많고 길도 막혀서 배달하는 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2시간에 대해서 우체국은 어떻게 급료를 지불해야할까요?


우체국 쪽의 주장은 그 사람이 그 주의 다른 날에 6시간 만 일을 해서 로스터에 정한 8시간 보다 2시간 적게 일을 했으니까, 10시간 일한 날 중의 2시간은 그 전 날에 적게 일한 2시간과 상계를 해서 주 40시간 급료를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에서는 ‘그게 아니라, 6시간 일하고 일찍 간 날은 8시간 모두 근무를 한 것으로 쳐야 하고, 10시간 일한 날은 2시간 초과 근무를 한 것으로 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조합 쪽의 주장대로 라면 그 사람은 실제로 40시간을 일을 하고서,  2시간 초과 급료를 받게 되고,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일한 시간은 평소 임금의 1.5배로 계산해서 받도록 되어 있으니,  기본 근무 시간 3시간에 해당하는 급료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 주장이 옳겠습니까?


법원은 노동조합의 주장이 옳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몇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하나 하나 설명해드려봤자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을 것이고, 다른 상황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이유들 중 하나는 다른 경우에도 적용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여기에 적습니다.  그것은 “근로자의 급료는 실제로 일한 시간이 아니라 일하기로 계약한 시간으로 계산해서 지급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즉 주 40시간, 하루 8시간 씩 일하기로  되어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이 그보다 적을 때에도 계약한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급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6시간만 일하고 집에 간 우체부도, 주말에 급료를 계산할 때는 그 날에도 8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급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초과근무 시간 계산에 적용을 하면, 어떤 날에 그 근로자가 6시간만 일하고 집에 갔어도 그 날은 이미 8시간을 일한 것으로 계산 되었기 때문에, 다른 날 2시간 더 일한 것을 거기에 더해서 8시간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좀 과장해서 예를 들어본다면, 주 5일, 매일 8시간 씩 근무하도록 계약한 우체부가 어떤 주에 월요일 부터 목요일까지는 우편물이 적어서 하루에 4시간 씩만 일하고 집에 가고, 금요일에 우편물이 물려서 그 날은 10시간을 일했다고 하면, 실제로 일한 시간은 26시간인데, 급료는 43시간을 일한 것으로 쳐서 (주 40시간을 넘긴 2시간의 급료는 정상급료의 1.5배이므로)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 우체국과 노동조합이 변호사를 고용해가면서 재판을 했는지 짐작이 가지요? 전국의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수 백, 수 천 명의 우체부에게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니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수 십 만, 수 백 만 달러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이었습니다.


로스터를 바탕으로 일을 하든,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하든, 일일 근무시간과 주당 근무시간이 확정되어 있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신 분들께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이 판결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판결은 2019년 9월 11일 오클랜드 고용법원에서 내려진 것입니다. 


(주의) 이 글은 독자들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읽기 쉽게 작성한 것입니다. 판결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글에 소개된 법률 해석에 대해서 개인적인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이나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내용에 의존해서 취한 조치나 행동에 대해서 이 글의 저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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