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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오민석
푸른 안개에 잠긴 숲이여
우리가 불타는 별처럼
언젠가 사라질지라도
지상에서의
이 즐거운 유숙을 기억하라
사람들이
화톳불 가에 모여
저녁밥을 나누는
이 장엄한 풍경을
삶은 힘겹고
그래서 더 장엄하게 어둠은 깊어가고
검은 하늘에 소금밭처럼
별들이 늘어갈 때
누가 이 유목의 삶을 기억 하리
한 생애를 함께 하는
가련하도록 장엄한 사람들을 껴안고
숲이 잠들어 갈 때
초록 지구는
반대편을 푸르게 밝히며
항해하고
누가 이 광막한 유숙을 일러
삶이라 하나
숲은 있어야 할 곳을 묻지 않고
밤은 그저 밤으로 깊어 가는데
유숙의 길이 깊고, 무겁다
― 오민석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2019) 30~31쪽.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문학 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아니다>>, 문학이론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학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 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문학평론집 <<몸- 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 경계문학상>, <시작문학상>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