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 마일리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안전운전 마일리지

0 개 1,676 김지향

청명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요즘 파미의 하늘은 이렇듯 멋진 가을의 노래를 불러준다. 


날씨와 상관없이 그동안 내 몸은 대상포진으로 미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면서, 진통제도 모자라서 신경안정제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지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목과 머리 두피에 올라온 발진들은 딱지가 붙어서 아물고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지니 가을 햇볕이 더욱 사랑스럽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몸 안의 독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온 것만 같다. 아직 내 왼쪽 날갯죽지로부터 목을 타고 정수리 부분까지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 내 신경을 자극하지만, 약의 도움 없이 견딜만하다. 다 떠나버릴 것을 알기에 더 견딜만하다.


내가 침대에 자리 잡고 누워있는 동안에 내 책상 위의 호접란이 8개월 이상 피워냈던 꽃들을 다 떨어뜨렸다. 하지만 마지막 한 송이는 차마 떼어낼 수가 없었나 보다. 둘이 함께 박제가 되어 고고하게 서 있다.


호접란이 내 방에 온 이후로 24송이의 꽃들을 피웠으며, 그들이 지는 동안 생성해낸 27송이의 꽃 몽우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활짝 얼굴을 펼쳤다. 그렇게 나비처럼 앉아서 팔랑팔랑 날갯짓을 했었던 녀석들이 갑자기 앞을 다퉈가면서 고개를 숙이고 떨어져버린 것이다. 박제품 옆에 튼실한 꽃대가 쑥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야 그 상황이 이해가 갔다. 


호접란이 새로운 꽃대를 키운 것처럼 내 몸 역시 새로운 세포들을 생산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세포 역시 우주의 생성과 소멸처럼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지 않던가? 세포뿐만 아니라 내 뱃속의 미생물 역시 마찬가지리라. 


대변이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만은 아니라고 한다. 미생물의 사체 역시 대변에 속해 있다고 하니, 내 뱃속의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한바탕 난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 전쟁이 힘들어서 대상포진을 앓게 되었을지도.


연초부터 이렇게 지속적으로 몇 달간 심하게 아팠던 시기도 없었다. 병이 릴레이 경주를 하듯 바톤을 넘겼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몸살에 귀앓이에 지속적인 체기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오십견에.......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내 몸이 하나 둘 바뀌어 가고 있는 중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 유명하다는 대상포진도 나를 우울하게 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청소부가 되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 15년 전 남섬 여행 중에 산 넘어 산만 있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산골짜기를 달리고 또 달렸던 기억이 난다. 집은커녕 차 한 대도 만날 수 없는 오지였다. 가족이 함께 차 안에 타고 있었지만, 끝이 어딘지 가늠이 가지 않는 길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f5367da351ee55c0cd489e044dfb0976_1590534977_2105.jpg
 

산 넘어 산. 지나가고 또 지나가도 또 나오는 산. 가다가 그냥 그 안에 갇혀서 못 나갈 것만 같았던 길을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에서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두려움. 다행히 끝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지만, 가는 내내 마음을 졸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마을 초입의 주유소 앞에 닿아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생길도 이렇듯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이다. 그래서 인생지도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도록, 정비도 미리미리 잘 해두면서 살살 잘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난 아파서 쓰러지기 전까지 호기를 부리면서 살았던 거 같다. 호기와 더불어 두려움도 주머니에 늘 넣어두고 다녔지만, 안전운전보다는 안일운전을 하면서 지냈던 거 같다. 그 결과를 지금 톡톡히 겪고 있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몸을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건강이 있기 나름이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그 나름대로의 건강을 잘 지켜나갈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라도 인생길의 안전운전을 지키게 되면 천수를 누리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병원 문 출입이 잦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병원에서도 정기적으로 나를 찾는 반면 내가 먼저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 또한 안전운전의 한 방편이다.


오늘은 가슴에 장착한 페이스메이커 점검하는 날. 아침부터 서둘러서 웰링턴 종합병원에 다녀왔는데, 단 10분의 검사를 위해 하루를 다 소진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갑갑했었던 마음에 콧바람을 넣었다.


푸른 산에 둘러싸인 파미를 떠나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점심을 먹었고, 백사장에서 뛰노는 강아지들과 한 마음이 되어 바다의 하늘을 가슴에 담고 온 것이다. 대상포진이 아직 완전히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라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되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은 하루라서 기분이 좋다.


지금 둘째 짝쿵의 아버지께서도 대상포진에 걸리셨다고 한다. 건장하고 젊게 보이는 분인데도 병마의 침범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에너지의 전이는 코비드19와 달리 거리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면서, 양쪽 모두 다 빨리 쾌차하길 바라는 큰애의 덕담에 한바탕 웃음보를 터트렸다.



쭉정이가 다 된 호접난 꽃대와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들은 속으로 곯았을 것도 같다. 그렇게 곯은 몸으로 시든 얼굴을 매달고 남은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뭔가 억울하고도 슬프다.


새로 올라오는 꽃대를 자식이 아닌 나 자신으로 바꿔서 본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 자신. 제 2의 인생.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귀하다. 쑥쑥 자라서 꽃망울을 열고 나비춤을 훨훨 추는 내 모습.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내 남은 인생길. 좋은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 인생의 운전 수칙을 잘 지켜나가며 안전운전 마일리지를 차근차근 적립해 나가야겠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2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7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0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