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 마일리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안전운전 마일리지

0 개 1,749 김지향

청명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요즘 파미의 하늘은 이렇듯 멋진 가을의 노래를 불러준다. 


날씨와 상관없이 그동안 내 몸은 대상포진으로 미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면서, 진통제도 모자라서 신경안정제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지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목과 머리 두피에 올라온 발진들은 딱지가 붙어서 아물고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지니 가을 햇볕이 더욱 사랑스럽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몸 안의 독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온 것만 같다. 아직 내 왼쪽 날갯죽지로부터 목을 타고 정수리 부분까지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 내 신경을 자극하지만, 약의 도움 없이 견딜만하다. 다 떠나버릴 것을 알기에 더 견딜만하다.


내가 침대에 자리 잡고 누워있는 동안에 내 책상 위의 호접란이 8개월 이상 피워냈던 꽃들을 다 떨어뜨렸다. 하지만 마지막 한 송이는 차마 떼어낼 수가 없었나 보다. 둘이 함께 박제가 되어 고고하게 서 있다.


호접란이 내 방에 온 이후로 24송이의 꽃들을 피웠으며, 그들이 지는 동안 생성해낸 27송이의 꽃 몽우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활짝 얼굴을 펼쳤다. 그렇게 나비처럼 앉아서 팔랑팔랑 날갯짓을 했었던 녀석들이 갑자기 앞을 다퉈가면서 고개를 숙이고 떨어져버린 것이다. 박제품 옆에 튼실한 꽃대가 쑥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야 그 상황이 이해가 갔다. 


호접란이 새로운 꽃대를 키운 것처럼 내 몸 역시 새로운 세포들을 생산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세포 역시 우주의 생성과 소멸처럼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지 않던가? 세포뿐만 아니라 내 뱃속의 미생물 역시 마찬가지리라. 


대변이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만은 아니라고 한다. 미생물의 사체 역시 대변에 속해 있다고 하니, 내 뱃속의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한바탕 난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 전쟁이 힘들어서 대상포진을 앓게 되었을지도.


연초부터 이렇게 지속적으로 몇 달간 심하게 아팠던 시기도 없었다. 병이 릴레이 경주를 하듯 바톤을 넘겼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몸살에 귀앓이에 지속적인 체기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오십견에.......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내 몸이 하나 둘 바뀌어 가고 있는 중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 유명하다는 대상포진도 나를 우울하게 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청소부가 되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 15년 전 남섬 여행 중에 산 넘어 산만 있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산골짜기를 달리고 또 달렸던 기억이 난다. 집은커녕 차 한 대도 만날 수 없는 오지였다. 가족이 함께 차 안에 타고 있었지만, 끝이 어딘지 가늠이 가지 않는 길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f5367da351ee55c0cd489e044dfb0976_1590534977_2105.jpg
 

산 넘어 산. 지나가고 또 지나가도 또 나오는 산. 가다가 그냥 그 안에 갇혀서 못 나갈 것만 같았던 길을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에서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두려움. 다행히 끝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지만, 가는 내내 마음을 졸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마을 초입의 주유소 앞에 닿아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생길도 이렇듯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이다. 그래서 인생지도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도록, 정비도 미리미리 잘 해두면서 살살 잘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난 아파서 쓰러지기 전까지 호기를 부리면서 살았던 거 같다. 호기와 더불어 두려움도 주머니에 늘 넣어두고 다녔지만, 안전운전보다는 안일운전을 하면서 지냈던 거 같다. 그 결과를 지금 톡톡히 겪고 있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몸을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건강이 있기 나름이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그 나름대로의 건강을 잘 지켜나갈 수 있게 해준다. 뒤늦게라도 인생길의 안전운전을 지키게 되면 천수를 누리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병원 문 출입이 잦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병원에서도 정기적으로 나를 찾는 반면 내가 먼저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 또한 안전운전의 한 방편이다.


오늘은 가슴에 장착한 페이스메이커 점검하는 날. 아침부터 서둘러서 웰링턴 종합병원에 다녀왔는데, 단 10분의 검사를 위해 하루를 다 소진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갑갑했었던 마음에 콧바람을 넣었다.


푸른 산에 둘러싸인 파미를 떠나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점심을 먹었고, 백사장에서 뛰노는 강아지들과 한 마음이 되어 바다의 하늘을 가슴에 담고 온 것이다. 대상포진이 아직 완전히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라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되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은 하루라서 기분이 좋다.


지금 둘째 짝쿵의 아버지께서도 대상포진에 걸리셨다고 한다. 건장하고 젊게 보이는 분인데도 병마의 침범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에너지의 전이는 코비드19와 달리 거리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면서, 양쪽 모두 다 빨리 쾌차하길 바라는 큰애의 덕담에 한바탕 웃음보를 터트렸다.



쭉정이가 다 된 호접난 꽃대와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들은 속으로 곯았을 것도 같다. 그렇게 곯은 몸으로 시든 얼굴을 매달고 남은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뭔가 억울하고도 슬프다.


새로 올라오는 꽃대를 자식이 아닌 나 자신으로 바꿔서 본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 자신. 제 2의 인생.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귀하다. 쑥쑥 자라서 꽃망울을 열고 나비춤을 훨훨 추는 내 모습.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내 남은 인생길. 좋은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 인생의 운전 수칙을 잘 지켜나가며 안전운전 마일리지를 차근차근 적립해 나가야겠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2 | 21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79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6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3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42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5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6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4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3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