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편입 분투기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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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편입 분투기 II

0 개 2,301 이정현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 시험 중 필기시험과 면접은 같은 날 진행된다. 그리고 이날 마주한 흥미로운 광경을 아직도 난 기억한다.

 

필기시험은 영어 에세이 라이팅과 한국의 단편소설, 시 등으로 출제된 국어 객관식 문항이 주를 이룬다. 영어 에세이의 경우, 그 당시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뉴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영어로 적는 것이었다. 라이팅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국어 객관식 문항은 꽤 어려웠다. 뉴질랜드에서 살다 온 한국 학생들은 한국에서 공교육을 마친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단편소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에서 적응하며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바쁜데 언제 ‘운수 좋은 날’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한국 단편집을 접해봤겠는가.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한국의 유명 대표 소설 및 대표 시 정도는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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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이 끝나고 다음 면접 때까지 3~4시간 정도의 꽤 긴 텀이 주어지는데, 아마 점심식사를 하고 면접을 준비하며 보내라는 시간일 것이다. 2시간 남짓한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오자 수십 대의 차 안에서 대기 중이던 엄마들이 일제히 나와 자신들의 아이 이름을 부르며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방불케하는 풍경을 연출한다. 시험은 학생들이 치르는데 왜 어머니들이 아침부터 시험장에 나와서 저러고 있지? 잠시 내가 궁금해 하는 사이 그 많던 차들은 아이를 태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기한 광경에 잠시 서있다 주변 분식점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저기 혹시.. 외국인 편입시험 보러 온 분이죠?” 분식집 안에서 라면을 먹고 있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필기시험 볼 때, 내 뒤에 앉아서 시험을 본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신분이나 위치, 입장 등이 같다고 판단하면 아무에게나 말을 잘 건네는 편인 거 같다. 물론, 이쪽 분야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아줌마들이겠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외국에 오래 사셨죠? 저희처럼 외국에 오래 살다 온 사람들은 혼자 시험 보러 오는 것이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짧게 있다 온 학생들은 어머니들이 같이 와서 대기하더라고요. 아마 어머니들이 차에 태워 든든하게 밥 먹인 후 면접 때 맞춰서 다시 차로 데려다 줄 거예요. 못 들어봤어요? 헬리콥터 맘이라고?”

 

안다.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돼도 헬리콥터처럼 아이들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엄마들. 기사에서나 봤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니까 정말 신기했다. 뉴질랜드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뉴질랜드에 살 때, 지인 데어리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데어리로 들어온 키위가 과자 사달라고 자지러지게 우는 딸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담배만 사갔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한국 엄마들은 뭔가 다르구나. 이후에도 난 한국에서 살면서 헬리콥터 맘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많이 접했다. 첫 출근하는 자식을 따라와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빵을 돌리며 자기 자식 잘 좀 부탁한다고 말하던 그 엄마. 지금은 익숙해져서 하나의 한국식 문화라고 받아들였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헬리콥터 맘 부대는 정말 신기하고 기이한 풍경이었다. 그 엄마들은 필기시험이 시작되는 10시부터 면접이 끝나는 4시까지 6시간을 그렇게 시험 보는 자식들을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면접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하나 둘 차에서 내린 그들과 함께 나도 면접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면접은 4~5명씩 짝을 이뤄 들어간다. 사실 가장 예측이 안 됐던 시험이 바로 면접이었다. ‘무슨 질문을 할까? 설마 영어로 자기소개 해보라는 간단한 질문은 아니겠지?’     

 

“Introduce yourself in English.”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도 외국인 전형 대학 편입 시험인데 이게 무슨 초등학교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나 나올법한 질문인가. 잠시 당황했으나 우리 5명의 학생들은 모두 “My name is...”로 시작하는 영어 문장을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면접은 약간 형식 같은 시험이다. 다시 말해, 편입 시험의 등락을 결정하는 건 필기시험인 셈이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홀가분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둘러본 한국 대학 캠퍼스는 오클랜드 대학교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무척이나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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