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겼지만 그래도 맛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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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겼지만 그래도 맛은 좋아요

0 개 1,911 조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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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번히 발생한다. 뉴질랜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10월 북섬 혹스베이에서는 봄철 늦은 우박이 내렸다. 한창 자라던 어린 청도 복숭아는 돌멩이 같은 우박으로 상처를 받았다. 다행이도 11월과 12월에는 날씨가 좋아서 그 어느 해보다 뛰어난 품질의 복숭아가 생산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복숭아를 출하를 하자니 문제가 생겼다. 그 맛은 어느 해보다 뛰어난데 우박 상처로 복숭아는 곰보얼굴인 것이다. 그래서 우박피해를 받았다는 표시로 ‘모양은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맛을 좋아요 (LOOK FUNNY STILL YUMMY)’ 라는 라벨과 함께 마켓에 진열대에 오르게 되었다. 뉴질랜드 키위다운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과실이 시장에 출하를 하기 위해서는 상품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켓에 출하하는 상품으로는 외양에서부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매장의 진열대에 올라 갈 수가 없다. 이런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에는 보다 많은 농자재 투입이 불가피하게 된다. 비료도 지나치리만치 많이 주어야 하고 화학물질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지구환경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뿐 아니라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농업인은 지속적인 농업 실현이 점점 어렵게 되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얻기가 힘들어 진다는 얘기가 된다. 다행이도 오클랜드는 많은 동네에 지역 농산물 판매점이 존립한다. 그리고 주말시장 운동과 생산자 게이트 세일도 지역마다 활발한 편이다. 그래서 직접 마켓에 진열대에 올라갈 수 없은 농산물도 소비자를 찾아 가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뉴질랜드 농산물은 해외판매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사과가 그러하고 과일 키위가 그렇다. 최근에 인기를 얻는 아보카도도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뉴질랜드 국내시장에서는 이런 과실의 특품을(1st class) 찾아 보기가 어렵다.  특품은 모두 유럽으로, 아시아로, 호주로 실어내기 때문이다. 외국 방문객이 뉴질랜드에 와서는 이들 과일의 특품을 맛보고 싶어도 구하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혹여 수출이 부진하거나 특별히 사정이 생긴 해에는 이들 농산물을 국내시장에 출하시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품질에 상응하는 가격을 내야 한다. 그전의 일반 국내유통 상품의 가격보다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1990년대 네덜란드의 파프리카 생산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농산물 유통업체로부터 그들 농산물에 대한 품질 기준을 정해 놓고 이에 합당한 농산물만 유통을 시키는 걸로 유명하다. 나름대로 어떤 기준의 농산물만 소비자에 공급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오랜 전통으로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유통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유기농산물에 생산판매 노력이 어느 대륙보다 활발하다. 그리고 농산물 생산자의 어려운 환경을 인정하면서 그 해의 기상에 따른 품질 기준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과실의 외양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으로 너그러워 지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못 생겼지만 맛은 좋아요’라는 문귀가 통용된다. 약간의 외양적인 품질 문제에는 관대해 져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기준이 외양의 면에서는 아주 엄격한 편이다. 농산물도 크고 잘 생겨야 최상품으로 인정된다. 사과 배 같은 과실의 경우는 특히나 크게 길러야 한다. 물론 이들 농산물은 품종 특성에 알맞은 크기에 달해야 맛이 좋은 최고품질이 될 수 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수박의 경우는 충분히 커야 단맛을 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제사상에 오르는 제수용품 농산물에서는 특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렇게 최상품의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력이 들어갈 뿐 아니라 고비용의 생산비를 들여야 한다. 게다가 과실을 크게 생산하기 위해 불필요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 식생활에서 바람직 하지 않은 현상으로 생각된다.

 

농산물 생산에는 그 해의 기상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포도주 생산에서도 빈티지 해가 있지 않은가? 어느 해는 포도 생산에 풍년이 들어 생산량도 많은 뿐 아니라 그 품질도 뛰어난 해가 있다. 와인너리에서는 이런 풍년을 고대하겠지만 어디 해마다 그럴 수야 있겠는가? 올 뉴질랜드에서 처럼 여름 가뭄이 심하면 늦게 수확하는 황도 복숭아가 아주 작은 해가 있는가 하면 사과와 포도는 알은 작지만 당도가 높아 꿀맛인 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을들어 비가 자주 내리게 된다면 늦게 수확하는 감이나 감귤의 경우는 크기는 크지만 맛을 별로인 그런 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농산물은 그 해의 기상여건에 따라 품질이 다르게 마련이며, 품질의 기준도 달리 적용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지역 농산물 판매장인 동네 마트에서는 철따라 새로운 과실이 진열대 앞자리를 차지 한다. 늦여름 황도 복숭아의 향기에 끌려 동네 마트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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