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유리문을 통과 한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빛은 유리문을 통과 한다

0 개 1,743 김지향

c7277cc317b87ed62b9852ad3c5af77b_1582592780_4279.jpg
 

2월 12일, 지난 주 수요일에 이벤트 시네마스에 가서 세 모녀가 함께 영화 ‘기생충’을 봤다. 

 

오스카 상 수상을 한 ‘기생충’이 인구 몇 안 되는 작은 도시인 파미까지 필름을 공급해 주었던 거 같다. 딱 하루만의 시간이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기생충을 보는 도중에 극심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치밀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영화로서 화면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어서 몰입을 했어야만 했지만, 밤늦게 영화관에서 오랜 시간을 앉아 있는 것이 버거웠나 보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간 것은 정말 잘한 일로 여겨진다. 그 영화를 통해 내 아팠던 과거와 이민생활 속의 고단함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흘 동안 심한 몸살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심연 속의 상처들을 꺼내어 저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온 몸이 물에 불려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어깨 팔 목 귀의 통증과 두통이 더해졌다. 양 손의 엄지에서 피를 뽑고 발을 주무르며 약 또한 복용하면서 견뎌냈는데, 설사로 몸 안의 물 2kg가 빠져나가고 나니 답답했던 몸이 개운해졌다.

 

기생충은 나에게 있어서 그냥 영화가 아니다. 내 지난날의 아픔을 기억나게 해주는 영화이며,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좌절하면서 다시 일어섰던 내 과거를 떠오르게 해 준 영화다. 자존감이 낮았던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30줄을 넘겨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남태령 마을의 지하 방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이모가 사시는 동네로 전원마을과도 같았다. 

 

‘기생충’에 나오는 아주 멋진 집들도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개인 주택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지하방들을 세 놓은 집들도 있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사람 냄새를 풍기면서 사는 동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사람들은 다 똑같았다. 하지만 ‘기생충’에서 말하듯 분명한 선이 있었다. 그 선은 끝없이 넓고 큰 투명한 유리문과도 같았다. 그 유리문을 통과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면서 좌절과 희망의 널을 뛰면서 보냈었던 10년 동안의 삶.

 

온통 물바다로 변해버린 방안 한가운데에서 눈을 떠, 출장을 가고 없는 남편 몫까지 도맡아 어린 딸들을 데리고 상황정리에 급급했었던 적이 있다.

 

바퀴벌레에 대한 끔찍한 기억도 있다. 어두운 방안에서 낮잠을 자다가 바퀴벌레가 내 귓속으로 들어간 일이다. 갑자기 뭔가 귓속으로 호로록 빨려 들어가던데....... 벌레일 거 같긴 했지만, 무서워서 빼지를 못했다. 병원에 바로 갔어야 했는데, 부끄러워서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 보려고 애썼지만, 그럴수록 더 상황은 안 좋아지기만 했다. 결국 이비인후과를 찾아 갔는데, 귓속에서 빼낸 바퀴 벌레가 얼마나 크던지, 의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의사의 경멸하는 눈초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몸이 아플 때마다 오른쪽 귀도 함께 앓았으며, 이명도 따라서 극성을 부렸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

 

남태령 마을에서 나는 꽃꽂이를 가르치고 수학을 가르쳤다. 부잣집 아이들과 지하방 아이들이 수학을 배웠고, 부잣집 부인들에겐 꽃꽂이를 가르쳤다. 그렇게 하여 10년 만에 지하방을 청산하고 아파트를 장만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곳이라고 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선은 머나먼 뉴질랜드로 내 발길을 돌리게 했다.

 

선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도 있었다. 지하 방에 살면서 셋째를 가졌을 때, 나를 염려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원시인이란 말까지 들어야만했다. 빈부의 선이 분명한 말이었다. 

 

빈부의 선. 인간 사회에 빈부 사이에만 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선이 존재하며 넘어설 수 없는 선들이 비일비재하다. 문화와 역사가 흘러가면서 많은 선들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지만 빈부의 선만은 갈수록 두터워지기만 한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은 아예 강화된 유리문이 되어 양쪽 사이를 철저하게 격리시켜 놓는다.

 

요즘 양준일 신드롬이 한창이다. 30년 전에, 부잣집 아들인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끼와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한국 문화와 맞지 않아서 쓰디 쓴 고배만 마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의 사업도 부도가 나고, 부자의 삶에서 가난의 삶으로 추락하게 된다. 바닥을 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났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문을 통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패 속에서 얻은 게 하나 있다. 삶에 대한 관조.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가장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며 열심히 생활하던 중, 30년 전의 팬들로부터 한국으로 부름을 받는다.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예전의 그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20대의 아름다운 선이 그대로 살아 있는 몸매에 끼에, 그것도 모자라 그의 말은 구구절절 주옥같기만 하다. 가수 생활을 접은 뒤, 가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바닥에서도 빛인 자신의 존재를 잘 다스려 가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들 중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공부했는데, 무시하지 않으려고 더 공부했다.’란 말이 있다. 참 와 닿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철학 책들에 적혀 있는 용어들이 어휘가 딸리는 자신에게는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혜로운 그는 어려운 용어들을 자신의 언어로 바꿔 기억창고에 저장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을 녹이면서 견뎌낸 것이다.

 

그의 모든 것들에 반한 팬들은 그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가 다시 빈곤의 구렁텅이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를 응원하면서, 유리문을 통과하는 눈부신 빛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BTS의 아미들처럼 양준일과 팬들의 관계는 서로를 치유하는 위대한 관계이다.

 

봉준호 감독은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양준일의 환한 웃음과 ‘기생충’에서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지하방 유리 창문이 오버랩 되면서, 그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의 빛을 꺼트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유리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까.......

 

우리 모두가 유리문을 통과할 수 있는 빛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c7277cc317b87ed62b9852ad3c5af77b_1582592800_7132.jpg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685 | 18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387 | 18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08 | 18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77 | 20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16 | 20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98 | 20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2 | 21시간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93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79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39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79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8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4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7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7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뉴스가 떠뜰썩 했었지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은 집 구매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뉴스에서도, ‘한국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5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나 무엇 하나부러운 것이 없습니다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떨리는 내 손을 …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8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지금의 네이피어 해안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신성한 울림의 장소로 여겨졌다. 그곳에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2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건강 상태와 신원에 대한 확인은 이민 심사의 기본 요건입니다. 대체로 1년을 넘는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신체검사가 요청되는…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 땐 꽤 외진 곳으로 주변엔 박석처럼 인분이 말라붙어 있는 시금치 밭과, 여러 종류의 채…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204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주인을 기다릴 뿐이다.”프롤로그 - 2030년 3월 1일, 네바다 사막 ‘구(舊) 블랙사이트’모래폭풍이 지나가자 …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618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리 도입과 중간시급 완화 대환영)뉴질랜드 이민부는 지난해부터 드문드문 소식을 전하면서 2026년 8월 시행될 SMC기술이민에 …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73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섞인 쌀 밥에찬물 말아 오이지 한 조각씩밥 숟가락에 얹어 먹을 수 있기를아내 손끝으로잘 펴서 널어놓은 청바지 걷어 입고햇볕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