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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0 개 2,320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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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비주얼을 더해서 음식이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파인 다이닝의 플레이팅 사진을 담으며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가스트로아트(Gastroart)를 보면 소위 말하는 힙스터들의 핫 플레이스는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고 아트 같은 플레이팅으로 색다른 재료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해 난생처음 보는 요리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옷과 음식을 소비하는 이들을 가리켜 자기 과시욕이나 허세라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이라면 아름다운 것을 갖고 싶고 입고 싶거나, 먹고 싶은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패션은 단순한 옷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은 바람에 깃들어 공기 중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 것을 느끼고 또 들이마신다.” 여성들의 복식에 혁명을 일으킨 코코 샤넬(Coco Chanel)이 패션에 대해 한 말이다. 나파 밸리에서 와인 제조공정을 현대화하여 와인 역사에 기록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와인은 예술이고 문화다. 문명의 정수이며 삶의 예술이다.”라고 했다. 

 

패션과 와인 분야에서 역사적인 업적을 이룬 두 거장의 이야기를 교차하면 패션과 와인에 대한 공통점이 선명히 드러난다. 이 두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문화, 예술, 열정, 개성,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문화와 예술은 종종 이 둘을 밀접하게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가나 패션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와인 패키지나 라벨의 제작이다.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칠드는 1945년 이후 라벨 디자인을 아티스트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카소를 비롯 샤갈,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등의 이름난 예술가들이 라벨 제작에 참여했고 패션디자이너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아름다운 음식은 어떻게 보면 실용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하지만 음식이 갖는 문화, 습관, 정체성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음식의 선택은 패션이나 라이프 스타일의 선호도에 비교된다. 커피도 가루커피를 타 먹던 것에서 원두로 뽑아 먹는 에스프레소가 대중화되었고 그후엔 아메리카노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직접 손으로 내려 먹는 핸드 드립 커피에 빠졌다. 고급원두 스페셜티(Speciality) 커피가 소비되고 생산지의 환경과 농부들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건축과 인테리어, 아트,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 능한 패션계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바탕으로 카페나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고, 힙한 음악을 선택해 분위기를 조성한다. 패션매장의 건물 안에 레스토랑과 카페를 오픈해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감성을 반영한 인테리어와 쇼핑의 동선을 감안해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용한다.

 

크리스찬 오디저(Christian Audigier)는 아예 와이너리를 구입하여 라벨에 자신의 타투 예술 작품을 넣었다. 빈티지 청바지를 유행시킨 디젤(Diesel)의 렌조 로소(Renzo Rosso) 회장은 와이너리와 올리브 농장을 함께 구입하여 와인라벨에 디젤의 스타일을 차용한 디젤 브랜드를 붙였다.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와 토드(Tod)의 테누타 피아니로씨(Tenuta Pianirossi)는 이태리 토스카나에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패션작업과 함께 와인에도 많은 정성을 쏟는다. LVMH로 알려진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은 루이비통, 펜디, 지방시, 크리스챤 디올, 불가리 등의 패션 브랜드와 함께 돈 페리뇽, 뵈브 끌리꼬, 샤토 디켐 등의 유명한 와인 브랜드도 함께 운영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예 포도껍질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로 인조 가죽을 만들어 패션에 이용한다. 우유 부산물로 만든 등산복, 오렌지 껍질과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핸드백, 버섯으로 만든 신발 등 동물 가죽과 털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 운동에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와인브랜드 SOHO는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패셔너블 와인’을 마케팅 캠페인의 주제로 내세우고, 비비안 웨스트 우드(Vivienne Westwood),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eCartney) 등의 브랜드와 함께 컬렉션을 구성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피노누아의 대부라 불리는 센트럴 오타고 지역의 그랜트 테일러(Grant Taylor), 프랑스 스타일의 완성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오클랜드 와이헤케섬의 피트 터너(Pete Turner), 30대에 이미 25개 빈티지 와인 양조 경력을 지닌 말보로 지역의 데이브 클러스턴(Dave Clouston). 이 세 명이 소호를 대표하는 와인메이커로 단조로운 패턴의 향과 맛을 뛰어넘자는 취지 아래 온전하게 테루아를 반영하기 위해 철저히 생산량을 제한하고 포도 품질 개선을 책임지고 있다. 

 

맛도 패션이다. 경기를 타고 유행을 따른다. 디저트를 사려고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이제는 가정집에서 라면 끓이듯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 혀끝의 권력은 소수의 마니아에서 대중속으로 이미 옮겨왔다. 먹고 살기도 힘든 데 대충 차려먹자며 찌개냄비를 밥상에 올려놓고 먹던 시절이 있었다. 아름다움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우리 삶에 있어서 실용성보다도 더 실용적이다. 꽃의 아름다움이 당장 굶주린 배를 채워줄 순 없지만 텅 빈 가슴과 허기진 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기로운 꽃과 함께 프로포즈를 받으면 거절 못하는 지도 모른다. 참 뻔하지만 언제나 로맨틱하고 성공률이 매우 높다. 또한 열매를 맺기 위해선 꽃이 있어야 하니,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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