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0 개 1,845 송영림

손과 여성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낮춰지고 도태되고 배제되고 차별을 받고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문화에 따라서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뱃속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할례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여자이기 때문에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로부터 죽임을 당해도 된다. 한참 태아의 성 판별이 성행할 때 말띠해에 여아의 출생이 현저히 줄어 남아와 여아의 성비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하니 이는 여성에 대한 불편한 의식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1993년 제작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 에서 나는 ‘손 없는 처녀’ 이야기와 같은 주제를 발견한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나는 에이다Aida를 연기한 홀리 헌터Holly Hunter의 눈빛에서 여성과 예술가로서의 주체적 갈망을 절절히 읽을 수 있다. 딸과 함께 뉴질랜드 개척지로 팔리다시피 시집을 오게 된 미혼모 에이다는 딸 플로라Flora와 피아노 이외에는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에이다의 과거를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말 못 하는 미혼모로서 살아온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추측이 가능하다. 

 

영화에서 피아노라는 소재는 말을 할 수 없는 에이다의 감정의 표출이며 예술가로서의 욕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에이다가 남편 스튜어트Stewart에게 종속된 이후 피아노는 바닷가에 버려졌고, 스튜어트는 베인즈Baines를 사랑한 이유로 에이다의 손가락마저 자른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파니에panier 속에 들어앉아 궂은 날씨를 피하는 모녀의 모습이 나오는데, 나는 이 파니에야말로 코르셋과 함께 여성의 억압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소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파니에는 여성의 치마를 부풀리기 위해 만든 바구니와 같은 것으로 그 재료가 금속이나 고래수염, 나무줄기 등이다. 결국 여성을 바구니 속에 가두어 놓는 것과 그 뜻을 같이하며 이는 남성 안에 가두어진 여성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에이다의 손은 손이 상징하는 포괄적인 모든 것이다. 그 손은 수화를 하고 연필을 쥐는 소통의 수단이며 피아노를 치는 손이다. 그에게 피아노를 친다는 의미는 욕구를 분출하고 자신의 예술적 꿈을 펼치고 감정을 절제하거나 표출하고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다. 또 그 손은 베인즈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그를 어루만지는 주체적인 사랑의 손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튜어트와 베인즈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스튜어트가 에이다의 감정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성급하게 자신의 종속물처럼 여겼다면 베인즈는 에이다의 감정을 존중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치던 에이다의 순수한 감정들이 베인즈의 마음에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예술적 소양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가 여성의 마음을 읽고자 한 의지가 바로 에이다가 그를 사랑하게 된 지점일 것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685 | 18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387 | 18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08 | 18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77 | 20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16 | 20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98 | 20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2 | 21시간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93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79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39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79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8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4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7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7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5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8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2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204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618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73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