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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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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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라는 곡으로 어느 정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가수가 있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야지만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던 필자에게 이 노래 제목은 낯설었다. 이 가수는 한국과 사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라는 미지의 곳에서 날아 온 또 다른 지구인이었다. 그 낯설었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올 해로 20번 째다. 너무나 쉽게 상상되던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 거리, 구세군의 종소리, 은은한 가로등과 상점에서 울려 나오는 캐롤이 낯설게 느껴진다. 오히려 11월 부터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 상점마다 진열된 상품들, 덩달아 들썩대는 분위기. 그리고 크리스 마스 당일에는 그저 파란 하늘과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에 돗자리를 펼쳐 놓고 바베큐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나이듦과 더불어 시간과 공간이 변해 갈수록 스스로가 상황에 맞게끔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익숙해 진다는 것은 편안해 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과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면 편안하고 편안한 만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인의 지나간 시절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고 ‘왕년’을 이야기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왕년’의 시간 속에 갇히기도 한다. 

 

최근 치매 요양원을 찾아가 한 노인에게 도움을 드렸던 일이 있다. 이 노인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뉴질랜드 공군에 기술병과로 입대하여 필리핀 공군기지로 배속되었다. 약 3년간 격납고에서 전투기 정비병으로 근무했다. 시쳇말로 기름밥을 먹은 분 이었다. 안타깝게도 불과 두 세달 사이에 치매증세가 많이 진행되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그리고 요양원 스탭들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필자를 처음 만나셨음에도 반갑게 맞이하시고 현재 자신이 복무하고 있는 자대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옆방에 있는 동료는 수송대 소속이고 얼마나 골초인지 비흡연자인 본인과는 안 맞아서 말도 안섞는다는 이야기부터 요즘 부대 짠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자주 식사를 거르게 된다고도 말씀 하셨다. 조만간에 미국으로 재배치 대기 중이라 따로 독방을 사용 중이라고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말씀 하셨다. 그 빛 바랜 흑백 사진 속에는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청년이 전투기 날개 옆에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함께 가게될 전우가 생겨 반갑다며 마침 아버지를 방문한 칠순의 아들의 손을 맞잡으셨다. 

 

그 노인에게 치매 요양원은 필리핀에 있던 내무반이었고 여전히 2차 세계 대전은 현재 진행형 이었다. 왜 굳이 많은 시간들 중 특별히 그 ‘왕년’만 기억하고 그 시간 속에 갇혀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치매의 증상 가운데 ‘Sun downing symptom’ 즉 해질녁 증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 증상은 치매 환자들이 유독 오후가 되고 해질녁이 되 갈수록 말과 행동이 과격해 지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치매 노인의 보호자 입장이라면 하루 24시간 어느 한순간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여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군복무 중이신 그 노인의 경우도 주위 다른 요양원 거주 노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오후만 되면 옆방 노인과 수시로 다투거나 종종 지팡이를 흔들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식사와 개인 위생을 도와주는 스탭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요주의 인물로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적절한 치료와 요양을 위해 미국이 아닌 보다 높은 단계의 시설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다. 

 

치매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알츠하이머로 알려진 퇴행성 치매, 뇌혈관계 치매 그리고 뇌신경 손상으로 인한 파키슨병으로 크게 나뉜다. 흔히 기억력이 저하되고 시공간의 인지능력이 저하된다. 치매가 무섭다고 하는 것은 서서히 단기 기억이 상실되다가 결국엔 한 인격체로서의 존엄마저 사라지게 되는 안타까운 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이 알려진 치매의 증상은 과거로의 회귀이다. 방금 식사한 사실은 잊어버리고 또 밥을 달라 보채지만 50년 전에 첫 애를 낳아 품에 안았던 것은 기억하는 그런 식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기억들만 무한 재생을 하며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행동하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치매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도 이에 따른 치료 가능한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건강한 생활 습관이 그나마 노년에 발생하게 될 치매를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운동, 취미 생활, 식습관 뿐 아니라 평소 정신건강 관리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시황제가 그토록 원했던 불로초(不老草)가 존재하지 않듯 치매 예방을 위해 모든이에게 딱 맞는 만능열쇠는 없다. 오늘 만큼은 각자의‘왕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여행을 통해 각자가 주체적 정신 건강 전문가가 되어 보면 어떨까 싶다.                     <새움터 회원 장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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