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팔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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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팔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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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

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

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높은 삶 즐기는 경우도

아는 사람이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왔었다. 학교에서 아주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이었다. “법대와 의대 중에서 어느 쪽으로 보내면 좋겠습니까?” 하고 필자에게 상의를 했다. 그 아들의 팔자를 보니까 ‘무재팔자’ 였다. 재물이 없는 팔자 말이다. “법대를 보내시오” 라고 조언을 했다.

 

“왜 의대가 아니고 법대인 것입니까?”

 

“재물이 없는 팔자는 어차피 돈이 붙기가 힘듭니다. 돈도 안 붙는데 의대 가서 뭘 합니까. 고생만 하는 거죠. 그 대신 법대를 가서 판사가 된다면 청렴하니까 주변에서 존경이라도 받습니다. 법관이 돈이 없으면 존경받는 것입니다.”

 

무재팔자를 좋게 말하면 청렴한 팔자고 나쁘게 말하면 돈 없어서 피곤한 팔자다. 그러니 무재팔자는 명예를 높이는 쪽으로 가면 좋다. 

 

그러나 세상은 요지경이다. 무재팔자가 돈을 만지는 직업에 가 있을 수도 있다. 10여년 전쯤 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는 간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유능해서 당시 연봉이 300만달러 정도였다. 연봉이 30억원쯤 되는 것이다. 거기에 당해연도 실적이 좋으면 보너스로 100만~200만달러를 더 받기도 했다. 보너스까지 합하면 연봉 500만달러짜리 인생이었다. 

 

필자는 이 투자 전문가에게 나름대로 기대가 좀 있었다. ‘돈 좀 쓰겠지’ 하는 속물적인 기대였다. 이 사람에게 명리학과 풍수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고, 인생의 이런저런 이치와 사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라고나 할까. 

 

그런데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었다. 봉투도 없고, 선물을 하더라도 과일이나 와인 2병 또는 양말 쪼가리 정도였다. 영양가 있는 선물은 할 줄 몰랐다. 선물은 기왕이면 영양가 있는 걸로 해야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 짠돌이구나!’ 하는 통찰이 번갯불처럼 스쳤다. 아울러 ‘이거 상놈 집안 출신 아닌가. 뼈대 있는 양반 집안이라면 이런 식의 매너를 보일리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제야 그 사람의 사주팔자가 무재팔자라는 점이 들어왔다. ‘아! 무재팔자라는 게 장부상의 돈은 있어도 실제 생활에서는 돈을 한푼도 쓰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는 사례를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돈은 장부상의 돈과 자기 주머니 안의 돈으로 나뉜다. 장부상의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주변 인간관계에서 돈을 후하게 쓰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무재팔자가 되면 거의 짠돌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주머니 속의 돈이 한푼도 없는 것이다. 이 짠돌이 무재팔자가 자기 집을 일본 요코하마시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샀다고 필자더러 놀러오라고 했다. 당연히 비행기표도 제공하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가겠다” 하고 거절해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스팸번호로 등록해버렸다.

 

필자도 1만권의 책을 읽고 세계 수십개국을 여행하고 지리산•가야산•오대산•설악산•계룡산•모악산을 누비면서 수많은 기인과 도사를 만나본 사람이다. 

 

이 밑천에서 필자의 매설업(賣說業)이 나온 것이다. ‘당대의 매설가를 공짜로 부르겠다는 뻔뻔함’ 에는 절교가 상책이다. 여러 말할 것 없다. 바로 끊어버려야 한다. 이건 구제불능이니까.

 

이상하게도 대기업의 자금을 담당하는 간부이거나, 아니면 금융업분야에서 수천억 내지는 조 단위를 다루는 사람들에게서 짠돌이가 많다. 

 

자기 이득과 관련 없는 분야는 한푼도 쓰지 않는다. 돈을 쓰는 경우에는 뭔가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다. 이 계산이 철저하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을 때에도 돈을 쓰는 게 양반이다.

 

필자가 아는 성공회 신부님이 한분 있는데, 이 양반도 무재팔자다. 무재팔자에 걸맞은 아주 소박한 생활을 한다. 정년퇴직하고 시골 동네의 술병처럼 생긴 병바위 밑에다가 흙과 돌무더기를 얼기설기 엮어서 토굴을 만들었다. 3~4평(9.9~13.2㎡)이나 될까. 토굴 안에는 책 몇권, 그리고 나무로 만든 탁자, 여기에다가 커피포트도 마련해놓았다. 

 

필자가 가면 그라인더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한잔 내놓는다. 흙으로 엮은 토굴 안에서 병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면 묘하게 자족감이 밀려온다. 보이차도 좋지만 서양 커피의 향이 흙집과 이렇게 어울리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돈 벌려고도 하지 않고, 선교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토굴 하나 있는 것도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여긴다. 

 

없이 살아도 자족감을 가진다는 게 도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승화된 무재팔자의 풍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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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용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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