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0 개 1,894 수필기행

■ 배 혜숙 

 

토마토를 출고한다는 문자를 받고 농장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겨울을 난 짭짤이 토마토는 그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약간의 짠맛이 입맛을 확 끌어당긴다. 여러 해째 단골 농장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첫날, 어김없이 달달한 소식을 날린다.

 

85817245e6263bc07a37e67321844d12_1571788872_8928.jpg
 

유기농 짭짤이 토마토 한 상자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이것만큼은 오독오독한 맛이 남는다고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곤 했다. 나 또한 탱글탱글한 육질에 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 간간짭짤한 맛을 입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데도 어느새 익숙하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농장주 아들의 생일 기념으로 완숙 토마토를 특별가로 올렸다. 짭짤이에 비하면 값이 싸서 거저 가지는 기분이었다. 두돌잡이의 얼굴이 화면에 떴는데 오동통하고 볼그레한 볼이 바로 토마토였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끌어다 꾹 눌렀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내게 뚝딱 떨어졌다. 또 짭짤이 토마토는 다른 사람이 맛보도록 선물용으로 두 상자를 힘껏 눌렀다. 

 

친척언니의 신접살림을 구경하고 온 어머니는 “살림살이가 어쩌나 짭찔맞은지, 아이고 너거 언니는 재주가 참 용하제” 몇 번이고 그 짭짤함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언니가 차려내온 밥상도 아주 정갈스러웠다며 손끝마저도 짭짤맞다고 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야물고 옹골찬 살림과 함께 밥상도 그랬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얼렁뚱땅 해치우는 짭짤찮은, 혼기가 꽉 찬 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시간을 부엌에서 보냈다. ‘네 음식솜씨가 그만하면 짭짤맞구나.’ 살아계셨더라면 어머니의 이런 칭찬이 듣고 싶어 ‘빨간 토마토 레시피’ 라는 요리책도 함께 구입을 했다.

 

익은 토마토의 육감적인 모양새와 함께 싱싱함이 넘쳐 무슨음식을 해도 제맛을 그대로 살렸다. 주스는 기본이고 삶고 찌고 굽는 일로 분주했다. 햇양파와 부추, 신선한 들기름을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샌드위치에도 토마토는 빠질 수 없었다. 올리브를 둘러 오븐에 살짝 굽거나 치킨이나 소고기와 함께 어울려 내는 맛도 그만이었다. 해산물을 넣은 토마토스튜에도 빠질 수 없었다. 그라탱이나 피자위에서도 컬러풀한 기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 질펀한 빨강을 과시하는 토마토는 얼치기 살림꾼에게 짭짤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슈퍼푸드의 대명사로 온 세상에 알려졌으니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꽤 괜찮은 주부로 보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완숙토마토에 푹 빠져 외출도 뜸한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번 만났을 때 스페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귀뜸을 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인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축제에 맞춰 팔월에 같이 떠나자고 했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120여 년을 이어온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다. 토마토를 던지고 맞는 광경이 거의 전투에 가깝다. 왜, 무엇 때문에 그 싸움판에 가느냐고 따지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동네 축제에도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에게 ‘무엇때문에’ 같은 질문은 불필요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부러 피해 다니고 어깨 들썩이는 가무 현장도 맥쩍어서 싫어하는 성격이다. 흥겨운 자리도 내가 끼이면 단번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태생이 그러한데 축제라니 그것도 스페인까지나. 나 홀로 축제에 빠져 입과 눈, 마음도 한껏 고무되어 ‘라 토마티나’ 같은 세계적인 축제도 시답지않게 들렸다.

 

토마토가 거의 바닥을 보이자 스페인식 수프를 끓였다. 내 축제의 초대손님을 위해서다.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와 칩거 중인 인생 선배를 간곡한 뜻을 담아 초대를 했다. 된장이며 고추장 담는 법을 전수해 주었고 이해와 관용의 폭을 넓히는 기술도 그녀를 통해 배웠다. 깊고 원만한 관계 맺기에 달인이었는데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서러워 마음병을 얻었다. 하나씩 내려놓고 보니 살아가는 일이 새벽꿈과 같이 덧없이 느껴졌단다. 겁먹고 자신감을 잃어 세상살이마저 시들해졌단다. 그 마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토마토수프 한 그릇으로 공허감을 달래주고 싶었다. ‘빨간 토마토 레시피’의 스페인식 수프는 토마토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은 차가운 음식이지만 나는 뜨겁게 끓였다. 토마토와 야채를 곱게 갈아 우유를 한 컵 넣고 끓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었다. 선배는 뜨끈한 끈기가 온몸을 감싸 탄성이 생긴다며 얼굴을 붉혔다. 새빨간 수프를 나누어 먹은 공감의 연대를 형성했으니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라 토마티나’ 같은 빨강이 폭발하는 축제가 아니라 그 빨강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고 달래고 가라앉히는 내 축제도 수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농장 홈페이지로 들어가 본다. 아하, 끝물 짭짤이 토마토가 값이 확 내렸다.

 

얼른 한 상자를 찜한다. 여름을 맞이하려면 이 찰토마토를 좀 먹어줘야 할 것 같다. 완숙토마토와 달리 생으로 먹는 그 맛을 즐기고 싶다.

 

일찍부터 영토를 넓히고자 애쓴 스페인은 호전적인 나라다. 건강과 장수를 의미하는 토마토는 스페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에서 토마토 요리의 진수를 맛보고 나면 푸드득 솟구쳐 올라 식어가던 심장이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까. 빨갛게 혹은 간간짭짤하게 그렇게.                        

 

출처  <수필과 비평>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1 | 14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36 | 17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26 | 26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24 | 21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09 | 21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22 | 21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81 | 24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0 | 24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02 | 24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3 | 24시간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97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4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82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5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1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8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뉴스가 떠뜰썩 했었지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은 집 구매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뉴스에서도, ‘한국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나 무엇 하나부러운 것이 없습니다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떨리는 내 손을 …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4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9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지금의 네이피어 해안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신성한 울림의 장소로 여겨졌다. 그곳에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3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건강 상태와 신원에 대한 확인은 이민 심사의 기본 요건입니다. 대체로 1년을 넘는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신체검사가 요청되는…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7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 땐 꽤 외진 곳으로 주변엔 박석처럼 인분이 말라붙어 있는 시금치 밭과, 여러 종류의 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