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층 아저씨와 이층 아줌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일층 아저씨와 이층 아줌마

0 개 1,987 수필기행

적막이 찾아든 어둠 속에서 호루라기를 분다. 그 소리에 일층에서 ‘휘리리’ 답이 온다. 일층에는 남편이 살고 이층에는 내가 산다. 만약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연락 수단으로 침대 머리맡에 호루라기를 두고 이렇게 가끔 연습도 한다. 요즘 우리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c9a9d5ada724f5548cb7de3cdd5cc2b8_1566869733_6116.jpg
 

얼마 전까지는 시어머니가 안방에 계셨고, 아들도 방 하나를 차지하여 집이 붐볐다. 시어머니께서 먼 길 떠나고, 아들도 장가들어 분가하니 넓은 집이 적막강산이 되었다.

 

원래 우리 부부는 이층에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일층 어머님 방에 내려가면서 일층 아저씨가 되었고 나는 이층 아줌마가 되었다. 밤에 담배 생각이 나서 컴컴한 계단을 더듬어 오르내리기가 번거로웠던 모양이다. 점차 옷과 일상용품도 나누어져 일이 층은 완전히 분리되었다. 처음에는 허전하고 어색하던 것이 점차 불편한 점 없이 익숙해져 오히려 편해졌다.

 

우리 둘은 다른 점이 많아 그동안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며 생활하였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잠자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은 저녁뉴스도 못 보고 꾸벅꾸벅 방아를 찧었고, 다른 쪽은 텔레비전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 후에도 다른 채널까지 돌려보다가 자는 올빼미였다.

 

지금처럼 층별로 살다 보니 잠자는 시간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텔레비전 시청도 채널 다툼 없이 한 사람은 골프와 뉴스요, 다른 쪽은 눈물을 흘려가며 드라마 속에 파고 들어가 즐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코 고는 소리에 서로 수면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편안하게 옷을 걸치거나 말거나 이리저리 맘대로 뒹굴 수 있으니 이런 자유가 더는 없다.

 

이와 같은 생활은 신혼 시절에 숨소리, 눈빛, 얼굴색 하나 하나에 신경 쓰며, 상대 기분을 점치며 같이 웃고 화내며 살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늦게 들어와도, 길가는 여자를 쳐다봐도, 침대에서 돌아누워도 잔소리 포문을 열었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아야 하는 폭풍 같은 시기는 다 지나가고 먼 길 돌아와 누리는 평온한 심정이랄까

 

이제 남편이 늦은 시간에 귀가해서 “지금 들어 왔어요.” 하는 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놓이고 걸리는 것이 없어졌다. 늦은 이유도 굳이 물을 까닭이 없어졌다. 상대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일까, 기대가 없어서일까, 확실한 마음의 색깔을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같이 살면서 서로에 대해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지나친 기대와 욕심을 접고 너그럽게 서로의 생활을 이해해주며 그저 살아 있음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보고 밤사이 별일 없이 같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행복해한다.

 

공간적으로 떨어져 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남편도 그럴까. 원래 매사에 이런저런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모양새에 대해서 가타부타 이야기가 없다. 그저 묵묵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사이가 하숙생과 주인집 아줌마의 관계는 분명 아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자랑하고 싶다. 위급상황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고,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고 달려오는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관계임이 틀림없다.

 

세월의 강은 우리의 삶을 황혼이라는 무대로 옮겨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심심한 생활로 만들어 놓았다. 하루하루 생활이 변화의 파도로 가슴 쿵덕거리는 흥분도, 마음 설레는 기다림도 없지만, 그저 잔잔한 파도가 남실거리는 부둣가를 맴돌게 하는 편안함이 있다. 

 

남편과는 글자의 순서를 바꿔도 뜻이 변하지 않는특별하고도 질긴 부부란 인연으로 맺어 가족이란 덩어리를 만들었다. 40년이라는 시간을 즐거움과 서운함으로 긴 역사를 만들었다. 든든한 아들이 둘이나 있고, 숨소리까지 들리는 고요한 적막을 시끌벅적한 웃음을 만드는 재롱동이 손자와 손녀들까지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작품이 아닌가.

 

요란한 일층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서 급하게 뛰어 내려가니 남편은 등이 몹시 가렵다며 미안한 듯 찡그리면서 웃고 있었다. 늑대소년이 되었어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의 숨을 쉬며 나 역시 빙긋 웃음이 나왔다. 비록 옛날 같은 열정은 없어도 간지러운 등을 서로 긁어 주면서 지나온 일을 같이 추억하며 평온한 황혼을 보내고 싶다.

 

내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에 헐레벌떡 올라올 일층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 이 미란

[출처: 수필세계]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2 | 14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36 | 17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26 | 26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24 | 21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09 | 21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22 | 21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81 | 24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0 | 24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02 | 24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3 | 1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97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4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82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5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1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8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뉴스가 떠뜰썩 했었지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은 집 구매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뉴스에서도, ‘한국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나 무엇 하나부러운 것이 없습니다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떨리는 내 손을 …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4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9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지금의 네이피어 해안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신성한 울림의 장소로 여겨졌다. 그곳에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3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건강 상태와 신원에 대한 확인은 이민 심사의 기본 요건입니다. 대체로 1년을 넘는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신체검사가 요청되는…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7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 땐 꽤 외진 곳으로 주변엔 박석처럼 인분이 말라붙어 있는 시금치 밭과, 여러 종류의 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