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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왕도 1편

김준 0 223 2019.07.10 13:14

- 정리의 기술 -

 

이제 2019년도 학년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혹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이제 겨우 7월인데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 아니냐’ 라고 반문하는 분이 계시다면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 

 

본격적인 연말 시험준비를 시작할 시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요즈음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어떤 메세지를 드려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고민끝에 ‘공부의 왕도’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어느 학생이나 원하고 바라는 성적향상. 그 가까이 있는듯 해도 잡기 어려운 까다로운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물론 격언이 말하듯 공부엔 왕도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척척 이루어지는 비현실적인 공부방법이야 당연히 없다손 치더라도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인간공학적이면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저는 이 방법들을 ‘왕도’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번 컬럼을 포함해 앞으로 몇회에 걸쳐 ‘왕도’ 라는 제목 아래 말씀드릴 내용은 사실 몇 년전에 연재했던 ‘공부의 기술’ 시리즈와 거의 동일할 겁니다. 어떻게 보면 ‘재탕’ 아니냐 하며 나무라실수도 있겠지만 사실 개정증보판 이라 생각하는 것이 옳을듯 합니다. 

 

지나간 컬럼의 내용을 다시 수정하여 올리는 이유는 그 동안 각 학습과정들의 문제출제 경향과 Syllabus가 변했고 학생들의 학습자세가 변했으며 아이들이 활용하는 기자재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공부의 왕도를 찾아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는 여전하지만 기술적인 부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복습’의 이유인 것이지요. 

 

시대가 워낙에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불과 그 몇 년 사이에도 꽤 다양한 학습과정상의 변화가 발생했고 그래서 공부의 기술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써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 것이니 이젠 쓸 이야기가 없어서 ‘재탕을 하고 앉아있다’는 비난은 다 읽으시고 해 주셨으면 합니다. ^^  

 

오클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한 후 2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에서 지역의회 의원(?) 보좌관을 하고 있는 L.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에 스스로를 ‘완벽주의자(perfectionist)’로 불러주길 바라는 (제가 보기엔 결벽증입니다 ) 그의 깐깐함을 생각해보자면 Globalization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L의 행보가 영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음악과 운동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고 남을 배려하는 성품을 지녔으며 거기에 연예인에 버금가는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한편으론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만한 친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L을 처음 만난 것은 L이 Y11 때 였습니다. 여러가지 고민끝에 AP Chemistry시험을 치르기로 결정을 한 직후였지요. 지금은 IB과정이 많이 확산된 덕분에 AP에 응시하는 학생수가 훨씬 적어졌지만 당시엔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이면 어떻게든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시험이 AP 였거든요. 이왕이면 공부의 효과를 오래 누리고자 Y12에 응시하기로 결정을 했고 따라서 그 준비를 Y11 중반에 시작해야만 했으며 그 험란한 과정의 동반자로 제가 피택되었던 것입니다. 

 

전화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 된 그 다음주의 어느 날, L의 방에 들어선 저는 방안에 가득한 책꽂이와 그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는 폴더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폴더들은 일단 그 종류별로 다른 위치에 꽂혀있었고 과목별로 다른 색깔의 레이블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 색깔의 레이블 위엔 또 다른 분류코드로 사용되는 작은 색종이 같은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물론 폴더 이름 또한 가지런히 씌여 있었음은 말할것도 없었지요. 제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있자 같이 들어오신 L의 어머님께서 겸연적게 말씀하셨습니다. 

 

‘뭐 하나 시작하려면 맨 처음하는게 폴더 사는거예요. 지는 폴더가 정리 안되면 기억이 안난다나 뭐라나..’

 

그 정도 수준의 정리 정돈을 처음 접한 저는 시험 삼아 L에게 화학의 한 topic에 대한 자료를 찾아오도록 시켜봤는데요..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L은 대 여섯 개의 폴더를 가져왔고 더구나 각 폴더에서 topic과 관련된 정확한 페이지를 찾아 펼쳐 보였습니다. 아무리 폴더를 구분했다 하더라도 그 안의 수많은 낱장들 사이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기위해 한참동안 뒤적거릴줄 알았는데 L은 각 폴더마다 토픽별로 탭을 붙여서 나중에 찾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L을 ‘결벽증 환자’ 라며 약올렸고 L은 저의 자연친화적이고 부담없는 생활 태도를 지적하며 ‘지저분이 넘치는 쌤’ 이라 받아치곤 했습니다.  

 

L과 공부를 하면서 제가 놀랐던 것은 L은 한번 공부한 것을 잊고 싶어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했으며, 현대사회가 ‘Know How’ 보다 ‘Know Where’를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이미 간파했다는 사실었습니다. 

 

실제로 L은 수업 중간 중간 그간 정리해 놓은 폴더와 파일들을 참조했는데요.. 이는 그의 폴더 시스템이 이미 머리 속에 정확히 각인되어 있어 언제나 필요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세한 자료는 폴더에 정리해 놓고 머리속엔 그 목차만 기억해놓은 셈이지요. 그의 철저한 자료 관리와 열정 덕분에 다행히도 L은 AP 5점을 마킹 했으며 12학년 5월 이후부터 캠브리지 과정을 마칠 때까지 ‘유기화학’ 외에는 더 이상 화학공부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학습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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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L과 같이 타고난 성격상 정리 정돈에 능숙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AIC에 재학했던 한 여학생은 공부방의 두 책상이 켜켜이 쌓아 놓은 자료들로 빼곡해서 때론 랩탑을 놓기 위해 종이 더미를 쓱쓱 밀어놓아야 할 정도였는데요.. 

 

신기한 것은 이 여학생도 필요한 자료가 어느 무더기의 어디쯤에 있는지 거의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학생 또한 범상치 않은 성과를 이루어냈으니 결국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던지 자신의 학습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고 필요시에 바로바로 꺼내어 볼 수 있는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전 학원 인근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과 면담을 했습니다. 사실 그 면담의 시작은 학생 어머님이셨는데요. 아이가 노트정리와 학습자료 정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몸을 축내는것 같다는 걱정을 하셨지요.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속에 그림이 탁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학생들 가운데 비슷한 양상을 보였던 학생들이 툭툭 머리에 떠 올랐지요. 모든 부모님께서는 대개 하나 혹은 둘 정도의 교육사례정도만을 기억하시겠지만 저같은 교육업자들은 수백의 사례들을 기억하기 마련이니까요. 

 

학생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 저러한 상황을 듣고보니 그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공교육의 한계와 그 안에서 자신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엄청난 노력에 가슴이 찡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학습자료의 정리와 그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파하고 있었고 더불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교재의 선택이 조금 바람직하지 않았고 저학년부터 지나치게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정도랄까요. 그 아이를 보면서 예전의 L을 보는듯 했고 그래서 그가 이루었던 성취의 이미지를 덧 씌워볼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학생이 태블릿PC 안에 구축해 놓은 파일 시스템이 L의 방을 꽉 채웠던 폴더 시스템의 ‘Electric version’이라 볼 수도 있었으니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그 짧은 몇 년의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자료는 책에서 프린트물로, 그리고 컴퓨터 파일로 변화되어 왔지만 그 기본적인 필요와 논리의 흐름은 여전히 동일한 듯 합니다. 

 

- 관리의 기술 -

 

보통 ‘관리’ 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기분이 유쾌한 분은 별로 안 계실것 같습니다. 젊은 20대, 나름 쫙 빼 입고 들어선 나이트클럽에서 ‘물관리’를 이유로 퇴장조치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실 텐데요. ^^ 하지만 제가 이런 유흥에 관련된 관리내역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니구요.. 사회 생활을 해 본신 분이면 모두 다 아시는 인력관리, 업무관리, 예산관리..등과 같은 관리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관리내역들이 어느 일정한 범위내에서 유지되어야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공부를‘잘’하기 위해서도 관리 해야 할 항목들이 꽤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세 가지를 뽑으라 한다면 단연 목표관리, 시간관리, 그리고 약간은 생소한 두뇌운영 관리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의 가장 중요한 관리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선결조건이 충실하게 매듭지어져 있어야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Contents Map (학습내용지도)’ 입니다.

 

갑자기 ‘지도’ 라니.. 의아해 하실 분 들도 계실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지도라는 것은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가 아닌 학습내용들의 배치와 그 안에 위치한 학생의 현재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는 하나의 3차원적인 도식을 말합니다. 그럼 왜 지도라 부를까요? 과거 한반도를 휩쓸고 수많은 PC방의 탄생을 주도했던 게임인 Star Craft로부터 요즘 아이들이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LOL (League of Legend)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임의 공통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Map입니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조그맣게 떠 있는 Map을 보고 자신의 팀 멤버가 어디에 있는지, 적은 또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지요. 만약 게임에 Map이 없다면 플레이어들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속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같고 당연히 그 누구도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방위적 안목’ 이라는 요소는 공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작게 보아서는 공부하려는 과목의 전반을 아우르는 소제목들을, 그리고 크게 보아서는 자신이 구축해 놓은 방대한 자료창고의 요구석 조구석에 산재해 있는 파일명들을 어떠한 일정한 형태로 구상화하여 머리 속에 각인시켜 놓지 않고서는 적절한 학습관리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이 Map은 학생이 성취한 공부의 양과 질,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필요시간을 가시화시키는 학습의 Barometer라 불리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세가지의 관리요소 중 먼저 목표관리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습목표를 설정해 보라 하면,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99%가 어떤 과목에서 올해는 몇 점을 받고 내년에는 몇 점을 받고.. 또 인터널에서 몇 점을 받아서 크레딧이 얼마가 되고 하는 식의 계획을 세웁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그 이상의 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대충 뭉뚱그려진 목표가 하루하루를 낭비 없이 살아가는 학습지향적인 삶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흔히들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워라.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곤 하지만 저의 경험으론 하루의 목표만 잘 설정하면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하루 공부할 분량에 대한 고민 이상의 고민과 계획은 현실적으로 학생이 해야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는 학교의 스케쥴이 있고 학원에는 학원의 스케쥴이, 그리고 개인과외에는 또 나름의 스케쥴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장기 스케쥴을 관리해 줄 사람은 많고도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머리 쥐어 짜가며 이번달엔 뭐를 하고 다음달엔 뭐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오히려 정작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목표관리의 단위는 ‘하루’ 입니다. 해당과목의 Map에서 자신이 위치해 있는 포인트를 찾고 나가야 할 방향을 정한 후 하루만큼의 발전을 위해 오늘 공부해야 할 분량과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스스로 하루의 목표를 세워보라 주문하면 또 예의 그 99%가 하루에 단어 20개 외우기, 수학 문제 2페이지 풀기로 끝내버리고 맙니다. 바로 Map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만약 머리 속에 정확한 Map이 있다면 하루의 목표는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접속사 10개를 찾아 예문 정리 후 숙달하기’ ‘삼각함수 문제 중 Tangent 에 관한 문제만 20문제 풀기’ ‘물질교환의 방법들인 삼투압과 확산의 차이와 과정을 정확히 서술하는 문장을 만들고 숙지하기’와 같이 구체화 될 수 있습니다.        

 

-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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