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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새움터 0 274 2019.05.15 10:09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는지 벌써 5월이다. 아직 뉴질랜드의 가을을 맞이 할 준비조차 안된 나는 5월이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기만하다. 버나드 쇼라는 작가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 라고 묘비에 써 놓았다고 하던데, 나도 이러다가 이 말을 그대로 써야 될 날이 곧 오는 건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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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라고 하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하지만 나는 육십의 문턱을 넘으면서 부터 걱정이 늘어나면서, 의욕도 잃고 괜히 우울해지며, 일도 곧 그만 두어야 할것 같은 불안감이 생겼다. 정년퇴직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는건 아니지만 60이 넘은, 혹은 60에 가까운 주변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퇴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고 하나, 둘 그만두기도 하였다. 물론 연금을 받는 나이임에도 당당히 일하는 동료들도 몇 명있지만, 나이들은 시니어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일이나, 새로 바뀐 일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조금씩 늦어지는 반응에, 젊은 동료들은 (그들도 40이 훌쩍 넘은 나이건만) 농담삼아 “은퇴” 하여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떨어지며 쉽게 피곤해 지기도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고,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굼떠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는 일을 힘들어하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는 흔히 경험한다. 

 

자꾸 잊어버리거나 기억을 못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눙치는 습관이 생기고, 노안 때문에 안경 두개를 바꿔 쓰다가 머리에 올려놓은 안경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가 민망해 하는 내 모습에 화가 나고,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더 자주 염색을 해야하는 내가 싫어졌다. 나이먹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애쓰면 쓸수록 조바심만 늘고, 자존감은 점 점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직업의 특성상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가장 아쉬운것은 자신에게 생긴 질병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를 중단한 후 재발하여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에게 병이 생겼음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치료가 시작되며, 본인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적어 재발의 위험성도 떨어진다고 누누히 말했었는데, 정작 나는 자연의 현상인 ‘나이 먹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하루 당연히 나이드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늙음" 만을 한탄하며 얼마간의 시간을 부질없이 보낸 나와는 달리 노익장을 과시하며 씩씩하게 일하는 칠십세를 갓 넘긴 간호사 한 분이 계시다. 하지만 동료들은 연세가 든 이 분이 (캐롤) 언제 그만 둘지에 대해 뒷 담화를 하며, 나에게는 몇년이나 더 일 할건지를 짖궂게 묻기도 한다. 

 

그 동안은 눈치보며 “음, 몇년 더 일하면 좋겠어” 라고 우물거리며 하던 대답을 바꾸었다. 떨리는 가슴을 감추며 “내 목표는 캐롤의 기록을 깨는거야” 라고 한 두번 대꾸해 주고나니 왠지 캐롤의 기록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쬐끔 붙었다. 

 

물론 젊은 나이부터 일을 하시던 분이라 경력도 남 다르고, 트래킹을 다니며 다져진 건강이라 체력도 좋은 이 분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바다건너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와서 세 아이를 키우고, 열심히 하는 것 만큼은 내공이 쌓인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늙음을 감추기 위해서 비비 크림과 립스틱을 발랐다면, 이제부터는 내 “인생 황금기”를 조금 더 색깔있고 활기있게 살기위해 염색도 하고 립스틱도 바르며 하루를 맞이하리라 다짐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인생은 60부터래!”

 

새움터 회원 : 유 윤심 (정신과 간호사)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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