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길 위에서

0 개 992 수필기행

c89e0b7d9de4dc7b0d9dfcf258f54ed4_1555970563_1927.jpg
 

낙엽 진 도심의 거리가 스산하다. 그 속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덤덤하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가 보다.  시청 앞에서는 몇 십 명 되는 중년 남성들이 군집하여 농성을 벌리고 있다. 머리에 흰 띠를 동여맨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늘어놓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주먹 쥔 오른팔을 힘껏 들어올리며 ‘반대한다! 반대한다!’.를 외친다. 농산물 수입반대 현수막이 걸려있으니 시골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집회인가보다.  그 일로 번화가가 막혀 교통이 두절되고 있다. 관철되어야 할 자신들의 뜻을 세우는 데 정신이 없어서 차량 혼잡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곳을 빠져나와 명동을 거슬러 오르는데 이번엔 소형트럭이 대로변 옆에 주차해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 살피니 양배추 한단에 천원이라고 써 붙인 현수막이 보인다. 현지농민의 영업차량인가보다.  차주는 모여드는 사람이 신통치 않았던지 연실 확성기에 대고 천원을 외쳐댄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늙수그레한 노인, 젊은 아가씨가 길을 가다가 쌓아놓은 양배추 더미를 보고 기웃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골라 흥정하느라고 트럭주변이 혼잡하다. 쌈직한 물건을 놓고 이윤을 계산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차주는 더 많은 행인들을 부르려는지 계속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다. 자신의 말소리가 도시 소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 해도 한쪽에서는 군중심리에 몰려있고 또 한쪽에서는 개인생각에 몰두해 있으니 사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순간을 선택해 살아가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모습도 미물과 다를 게 없어서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면 퍽 재미있다. 그들은 열심히 길을 가다가도 웬일인지 어느 지점에 도착하여 머뭇거리기도 하고 저보다 덩치 큰 먹잇감을 갖고 오느라고 끙끙대기도 한다. 항시 일렬로 서서 자기 앞의 개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줄 알지만 더러는 무엇을 잊었는지 아니면 유혹에 휘말렸는지 긴 행로에서 이탈되는 놈들도 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잠시 헤매긴 하지만 과연 제집을 찾아드는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길 위를 날마다 걸어 다니며 산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한눈을 팔게 되면 엉뚱한 길에서 서성이다 하루해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에 선과 악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길이 좋고 어느 길이 나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먼저 가야 할 길이 있고 시나브로 가야 될 길이 있을 뿐이다. 더 편안한 길이 있는가 하면 험난한 길도 있어서 잘 살펴보고 가야 한다. 어떤 때 잘못 판단하여 힘들고 어려운 길을 돌아 나오다 뒤 늦게 평탄한 길을 찾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접어들지 않으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외딴길을 헤쳐 나올 때면 지옥을 경험한 듯 놀라게 된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내가 선택한 길은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이나 다름없다. 왜 나의 길에 열정을 바치고 인생을 바쳤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 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비밀에 부쳐진 예약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버릇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에 행동으로, 행동은 정신과 이어지면서 자신의 길에 몰두하게 되었을 것이다. 왜 그 많은 길 중에서 한 가닥만을 고집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기에 목숨 걸고 뛰어 다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나를 만들어준 길, 내가 밟아온 길들은 나의 정열과 나의 혼을 쏟아 부은 특별한 길이어서 행복과 불행도 그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만은 없다.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때도 많다. 목적한바가 정당한 것이지 그것이 만인을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욕심부터 앞세우기도 한다. 올해 핀 장미가 내년에 똑같은 꽃이 될 수 없듯이 단 한번 주어진 인생길이기에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의미있는 길을 가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의 인생길도 반드시 끝나는 지점이 있다.

 

명예를 위해, 부를 위해, 예술을 위해, 출세를 위해 뛰다가도 병들고 늙어지면 그 길 역시 목숨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뜻을 세우고 달리던 길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중도에 멈춘다 하더라도 그만큼 걸어갔다는 자체가 중요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다만 이승을 떠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도라가기 위해 양심을 버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잠자리에 누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질책보다 격려와 찬사가 많아서 군중심리에 휩쓸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건 아닌지, 내 욕심만 차리다가 남에게 누를 끼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가정에 충실하기보다 사회생활에 더 바빴던 세월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길이었으며 앞만 보고 걷다가 더 아름다운 옆길은 놓치지않았는지, 남이 가는 길이라고 나 자신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아무렇게나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위해 모두 제 갈 길을 열심히 걸어가듯이 나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길이 아니라 진정 나 자신을 위한 문학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

■ 박 종숙 

수필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수필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김규련문학상 수상

수필집 <<호수지기>>, <<내 영혼의 강가에서>>, <<호수보다 깊은 침문>>, <<호반의 축제>>, <<호반에 그린 달빛>>, <<점 하나의 의미>>, 수필선집 <<노을이 타는 강>>, <<바다 엽서>>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61 | 3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85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30 | 3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59 | 3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68 | 3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05 | 3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30 | 3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26 | 4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199 | 4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19 | 4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3 | 4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16 | 4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2 | 4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7 | 8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4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4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7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86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59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7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57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4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0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4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79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