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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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만의 귀환

1 5,197 NZ코리아포스트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자가 여느 때와는 달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5달러짜리까지 지폐로 바꾼 손자는 작은 지갑 속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작하였다. 이제 돈을 제대로 챙기는 것을 보니 샘이 어느새 소년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밤 손자가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왔다. “나 하지랑 같이 잘 거야,” 웬일이야... 항상 엄마 방에서 할미랑 같이 자던 손자가 갑자기 할아버지랑 같이 자겠다니... 소년이 되어가는 걸까? 좀 이상하기도 하여 아내에게 물어보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다가 하지랑 잔다고 갔다는 것이다. 에고 불쌍한 것... 다음날도 손자는 내침대로 왔고 그 다음날도 또 왔는데 내가 와인을 마셔 냄새가 풍기니 할미랑 자라고 보냈다.

한주 걸러 금요일 날은 샘의 아빠가 학교에 찾아가 샘을 데려간 후 일요일 날 우리 집에 데려다준다. 금요일 아침 손자는 마치 긴 여행이라도 떠나듯 가방을 하나 더 챙겨 게임기 장난감등을 담아 넣었다. 이틀 후에 돌아올 텐데 조금만 가져가라고 할미가 말려도 막무가내였다. 학교에 픽업해 주는 할미에게 손자는 “나 8년 후에 돌아올 거야.”라고 말하여 할미는 농담인줄 알고 피식 웃었다고 한다.

공부가 끝날 무렵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샘의 아빠가 학교에 찾아가 자퇴한다고 말하고 교실로 가서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며 교실 벽에 붙은 손자의 그림이며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는데 선생님은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났다고 한다. 샘의 아빠는 서커스단에 일꾼으로 취직을 했는데 손자를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고 한다.

토요일 날 아내가 손자랑 통화를 했는데 아빠가 절대 비밀로 하라고 했단다. 엄마가 없는 틈을 타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꾀어 낸 모양이었다. 매일 매일 홀리데이에다가 매일 매일 서커스 구경도 하고... 샘은 아빠랑 같이 방랑생활을 하기위해 타고 다닐 덤프트럭을 개조하는데 옆에서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가끔 손자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고 눈물도 자주 흘렸다. 어린것이 엄마마저 떨어져 살면서 아빠와 같이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을까? 친구들에게는 한 달 후에 돌아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절이 낀 연휴이니 변호사도 만날 수 없고 아들이 지인을 통하여 알아보니 양육권자인 엄마가 없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숨만 나왔다. 나는 딸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제 샘이 네 품안에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빨리 돌아와서 이제는 아들과 떨어져 있지 말고 같이 살아라.”

금요일 날 아내가 사람들을 만나 상의를 한 후 경찰서와 법원을 두루 다녀왔다, 법원에서는 전화통역사를 불러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변호사를 만나 가디언을 바꾸고 판사의 명령서를 받으라고 했다. 아내는 변호사도 만나고 왔는데 모두 혼자 다녔다고 한다.

“영어 잘하는 아들딸보다 훨씬 낫고만,”

월요일 변호사가 판사로부터 명령서를 받아 경찰을 대기시켰다고 전화가 왔다. 아내와 아들이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아들에게 전화를 해보니 손자와 쇼핑을 한다고 했다. 갑자기 배가 고팠다.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이가 잔디밭에서 껑충 껑충 뛰어 다니다가 문을 열면서 말한다.

“하지~ 나 왔어~~” 얼굴이 많이 여위었다. 손자는 매운 라면과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경찰차 2대가 출동해 샘을 데리고 나왔고 명령서에는 샘의 아빠가 법원에 출두하라는 명령과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아들을 만나지도 전화도 하지 말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여보, 샘이 학교도 가고 싶고 수영장에도 가고 싶고 한글학교에도 가고 싶었대, 내일 학교 가서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고 큰 케이크를 2개나 사 왔어.”

“너 미술대회에 나가서 1등하고 왔냐? 친구들에게 한 턱 내게, 그놈 참...”

갤러리에서 그림 판 돈이 도착할 무렵 손자의 변호사로부터 고지서가 날라 왔다. 고지서를 본 아내의 입이 한참 벌어져 있다가 드디어 다물어 지면서 하는 말이

“여보, 갤러리에서 온 수표 한 푼도 쓰지 말아~ 변호사비가 엄청 많이 나왔어~ ”

야... 모처럼 목돈 좀 만져보나 했더니, 도로 아미타불이네...

“여보, 돈은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손자가 일찍 돌아와서 행복했으니 됐지 뭐, 안 그래?”

“그렇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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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서
손자를 다시 만나시게 되셔서 기쁘시겠습니다. 손자가 잘생기고 마음도 착하게 보입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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