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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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1 3,044 오소영
잠에서 깨일 때마다 이층침대 머리맡 창밖을 내다보면 시커먼 바다. 그 검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속을 달리기만 하는 배.

항상 늦잠이 달아 잠뽀인 내가 웬일인지 새벽 일찍 잠이 깨인 것이 그 날의 행운이었다.

저만치 뿌우연 여명속에서 희미하게 육지같은게 보이기 시작했다. 서둘러 시간을 보니 예정된 도착시간에 거의 이르렀다. 드디어‘시드니’에 입항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창가에 매달렸다.   

예서제서 반딧불처럼 불빛이 빛나더니 괴물처럼 큰 빌딩들이 나타나 바다에서 바라보는 새아침의 도시 분위기가 활기차게 전달되었다. 거대한 ‘시드니’를 한눈에 바라보는 흥분이 시작될 때. 물가에 조가비를 겹쳐놓은듯한 ‘오페라 하우스’가 막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랑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도 보았고 내항의 작은 선상에서도 보았지만 그 것과는 전혀다른 새로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조각 작품일까. 물가에 설치한 무대의 조형물 같기도 하고 8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니 손에 잡힐듯 한 귀여운 ‘미니어쳐’ 같아 아름다웠다. 배가 달리는대로 모습을 달리하며 색다름을 과시하면서 스크린처럼 시야를 벗어나는 아쉬움을 달랠즈음. 14층 대형 ‘크루즈’가 ‘하버 브릿지’를 거뜬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와~ 크루즈는 이런 재미로 타는구나) 수만가닥의 철주로 엮인듯한 육중한 다리밑을 지나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막상 ‘시드니’에 배가 닿았을 때는 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위를 식혀주는 단비라던가. 

아침을 먹으러 12층 식당으로 올라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넉넉한 시선으로 사위를 둘러보며 마치 정복자의 느긋한 마음을 닮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Can you speak English?”

(어? 마귀할멈!) 아이들 만화에 나오는 별나게 굽은 매부리코가 마귀할멈의 상징이듯 첫 인상이 그렇게 느껴지는 서양 할머니였다.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웃음으로 답하고나서 식사를 계속하는데 어디선가 조용히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가늘고 고운 소리에 놀라서 바라보니 일행이 먼저 나가고. 혼자 남은 그 할머니가 내 쪽을 향해서 부르는 노래였다. 깜짝놀래서 나도 모르게 두손을 모아쥐고 기도하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또 한 곡. 내 몸이 공중에 붕 떠서 마치 유영을 하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또 한 곡. 무려 세 곡을 부르는데 너무도 감동스러워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찌들어가던 내 감성에 맑은 열혼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오싹 소름이 돋는데 가슴은 감전이 된듯 짜릿하게 뜨거워졌다. 그 때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그 분에게 반색을 한다. 오늘은 무슨 노래를 부를 것이냐고 물으니까 “오 대니 보이”를 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할머니. 세상에! 그 유명한 ‘다이아나’ 할머니가 바로 이 분이었구나.

피아노를 치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미성으로 노래하는 할머니에 반해서 이번 여행이 값지다고 하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밤마다 6층 홀에서 기다렸었는데. 어쩜 이런 행운이 내게.... 너무도 황홀해서 잘 안되는 영어지만 오늘은 기뻐서 내 생일 해야겠다고 했더니 내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Happy birthday to you’를 내 이름을 넣고 불러주는게 아닌가!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지만 어쨌든 침잠(沈潛)해 있던 건강한 내 영혼을 끌어내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는 손에 들은 찻잔을 보여주었다. 이 ‘티’는 ‘암’ 환자가 마시는 ‘티’라고 하면서 자기의 하반신 어딘가를 가리키며 그 곳에 ‘암’을 앓고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꽃가루 ‘티’에 레몬 두쪽을 띄운 차였는데 자기 어머니도  같은 병을 앓아 그 ‘티’를 항상 마셨다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해. 이 쪽이 오히려 당황했다. 노래로써 모든이의 우상인 그 분도 그러고보니 외로운 영혼끼리의 교감이 필요했던 것일까? 마귀할멈같은 인상을 풍긴 이유도 병색으로 너무 말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아팠다. 젊어 한 때는 오페라 가수로 유명했을지도 모른다. 예술혼을 불태우며 살다가 그도 늙으니 병들어 죽음이 다가오고...

‘오페라 하우스’가 추억을 일깨워 아침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 짐작을 해 본다. 그 분과 말벗이라도 되어주었으면 옛날 자랑도 듣고 더 좋았을 것을 안타까웠다. 그 분의 삶은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이번 여행이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연민으로.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노래를 더 듣고싶어 밤마다 기대했지만 또 다시 들을 기회는 없었다. 많은 인파속에서 여러번 먼 발치로 그 분을 보았는데 늘 찻잔을 들고 서성거리는 모습이 불안정하게 보였고 차림새는 보통사람보다 특이하게 원색으로 짙고 어지러웠다. 몸은 비록 병들었지만 예술혼이 담긴 영혼만은 건강하게 남아있어 아직도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그는 행복한 여자임이 틀림없다. 삶에 지치고 고달픈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행복한 순간을 가지도록 봉사하시는 고령의 ‘다이아나’할머니.

인생은 죽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교훈을 주시는 ‘다이아나’. 그 분께 감사를 드리며 그 청아한 목소리로 오래오래 노래 부를 수 있도록 나는 그를 위해 기도하련다.

랑랑
누구나 끔을가지면 끔대로 된다고햇죠 ..기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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