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0 개 3,195 NZ코리아포스트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난 일들 가운데 보람있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자기 하는 일에 성취감이 곧 보람이겠지만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봉사야말로 가장 값진 보람으로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되어 남는가보다.

낯선나라. 친척도 친구도 없는 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나? 무척이나 고민하다가 영주권 유예기간 삼일을 남겨두고 허둥허둥 날아와 짐을 풀고 있을 무렵이었다.

“때르릉 때르르릉...” 웬 전화가 그리도 자주오고 또 오는지 딸 애가 전화 받느라 바뻤다. 제법 사람들을 많이 사귄 모양이구나.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느냐? 고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학교에서 어머니회 책임을 맡았어요. 엄마 나 이런 것 싫어 하는 것 아시죠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참 별일도 다 있네. 너도 자식을 키우다 보니까 싫어하는 일도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기왕에 맡은 것 잘해 보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기금 모으기 ‘바자회’가 코앞에 닥친 모양인지. 전화통에 불이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도와 줄 인력하나 더 있질 않니 잘 해 보자꾸나.” 그렇게 운을 떼면서 솔직히 딸애가 기뻐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속으로 더 기뻤다.

주말에 두 아이들을 앞세우고 네 식구가 함께 삼십분 먼 길을 달려 한국 학교에 가 보았다. 바자회 말고도 매 주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팔면서 기금을 모으는 일도 어머니회가 맡아 하는 일임을 알았다.

타국에 나와 살면서 1.5세대들이 고국을 잊지 않도록 교육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일부나마 보태자는 취지여서 감동스러웠다.

세 사람을 먼저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교실로 각자 들어가고. 딸애는 곧장 달려가 쇼핑센터에서 그 날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와야만 했다. 그 사이 나는 강당 한 켠 컴컴한 무대 밑 지하실을 내려가서 창고에 놓아둔 기름 솥이며 살림살이들을 챙겨 긴 탁자위에 준비를 해 놓고. 우리 애들이 먹을거니까 기름도 새 것으로 갈아담고 여러개의 기름솥에 전기를 꽂아 덥혀 놓아야 했다. 그 날의 당번인 엄마들이 올 때까지.... 간식 시간에 맞춰 튀겨 낸 칩스를 봉지봉지 담고. 떡도 꼬치에 꽂아 팬에 굽고. 빵에 겯드릴 쏘세지도 굽는다. 서툰 쏘세지 냄새에 휘둘리는 속을 달래느라 익숙 해 질때까지 참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했다.

‘때르르릉’ 간식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마자 한달음에 뛰어나와 줄을 서는 아이들. 저마다 동전을 내미는 고사리 손이 마냥 귀엽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지만 돈 받아 통에 떨구는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즐겁고 감미로웠다.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이 없으니 세상에 이렇게 신나는 장사가 어디 또 있을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 충만한 행복이었다. 어느 애는 꼬치떡에 묻은 매콤달콤 맛있는 소스만 핥아먹고 다시 묻혀달라고 떡을 내밀며 보채기도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그 소스를 만드느라 허둥대던 딸 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맛있다고 먹는 애들이 고맙기만 했다. 수북하게 준비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다 없어지고 아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갑자기 정적이 허무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수금통에 그득한 돈을 보면서 충족감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저학년 아이일수록 우리 말이 서툴러 저이들끼리 있는데선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 잔소리꾼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공연히 아이들 기죽이지 마세요” 딸 애의 우려였지만 늙은이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질 않은가!

“얘들아 한국 학교에선 우리 말만 쓰도록 하자” 교장 선생님이 가끔씩 나오셔서 일하는 엄마들을 격려 하실 때마다 나를 보고 하시던 말씀 “00할머니는 너무 젊으셔서 이모님 같으십니다” 젊은이들 틈에 혼자 끼어있는 나를 다독여 주시는 말씀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치기때문이었겠지.

하루의 정리를 끝내면서 이런저런 잠깐의 수다판에 참견을 할 수 있는 것도 특혜처럼 반가웠다. 십여년 전 그 때 학생이던 아이들이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긴 세월 만날 때마다 지인이 되어 환하게 반겨주시던 교장 선생님도 안타깝게 이미 타계하시고. 어제 일만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러갔다. 양지바른 교정. 해풍에 ‘포우투카와’ 꽃잎이 날려오던 그 곳. 내가 처음 정붙인 젊은 엄마들도 이젠 모두 중년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도 남의 학교를 빌려 쓰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활개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언제나 면하게 될런지...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160 | 9시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94 | 9시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76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73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5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1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9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4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4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8 | 2025.11.26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7 | 2025.11.26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4 | 2025.11.26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6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9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8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4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80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21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33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3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50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