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6. 25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그 남자의 6. 25

0 개 3,711 NZ코리아포스트
시니어클럽 ‘무지개’에 나오시는 분들 가운데 남자 세 분이 참전용사였음을 이번에 알게 되면서 그 타고나신 천운(天運)이 새삼스럽게 놀랍고 부러웠다.

6. 25가 회갑을 맞는 금년. 그 분들이 조국행사에 초청을 받아 귀국준비에 바쁜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아득히 먼 옛날일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한 남자의 얼굴이 떠 올랐다.

꽃봉오리처럼 한참 꿈에 부풀 사춘기 소녀의 여린 가슴에 진한 얼룩을 남기고 아픈 추억으로 기억되는 외눈박이 외삼촌. 나보다는 다섯살이 많고 오빠와는 불과 두 살이 위여서 그들은 친구로서 늘 붙어다녔고 그들 뒤를 졸졸 귀찮게 따라다녔던 나는 그래서 정도 유난히 많이 들어었나보다. 그가 피끓는 청년 열아홉이던 해. 6. 25가 발발했다. 그 때부터 그는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빗나간 궤도를 달리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야 했다. 아주 아주 거칠고도 짧게....

그가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려 밖에 나갔다가 행방불명으로 소식이 없을 때. 누군가가 인민군 총에 맞아 죽었다고 알려줘 집안은 깊은 슬픔속에 잠겨버렸다. 위로 딸만 셋을 두고 늦게 아들 둘을 보신 중에 막둥이로 애지중지하던 막내 아들을 잃고 죽음처럼 사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참 처절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죽었다던 사람이 마치 망령처럼 살아 돌아왔다. 인민군에 붙잡혀서 북으로 끌려가다가 9. 28 수복즈음 불행중 다행으로 국군의 포로가 되어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났다고 했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시. 젊은이를 기다리는 전선으로 다시 가야만 했으니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청년의 의무였기에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멋지고 당당하게 떠났다.

1. 4 후퇴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던 피난 행렬속 길에 버려진 바구니에 담긴 아기들과 이불에 싸여 발길에 채이던 무엇인가는 귀찮아 버리고 간 힘없는 노인들이었다. 소나기 퍼붓듯 쏟아지는 포탄을 피하느라 아비규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폭격에 맞지 않았더라도 매몰찬 추위에 빳빳하게 동태처럼 얼어죽었을 것이다. 비정하고 모진세월. 전쟁은 그렇게 참혹했다.

막바지 휴전무렵에 최전방이었던 ‘백마고지’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악명높은 최후의 보루였다고 한다. 기적이었을까? 불사조처럼 살아서 돌아 온 그는 그러나 한쪽 눈을 실명하고 상이군인으로였다.

살아 돌아 온 것만 다행이라고 반가워 했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빗발치는 포화속 사람을 파리처럼 죽이고 죽어가는 잔인한 전쟁에서 그는 눈만 잃은게 아니라 인간의 감성마져 송두리째 잃어버린 허구의 실체일뿐.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듯. 갈기를 세운 한마리 사나운 짐승처럼 이성을 잃고 마냥 추락 해 가고 있었다.

종전이 되면서. 피난지에서 귀경한 사람들의 혼란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폭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방황이 무질서로 넘쳐났고. 고아가 된 아이들은 길로 뛰쳐나와 더럽혀진 손으로 행인들에게 달려들어 돈을 뜯곤해서 길에 나서기가 겁이났다. 하지만 그보다 제일 두려운 것은 ‘상이군인’들의 횡포로 “당신들이 누구때문에 이렇게 살아 남은줄 아느냐?”며 거친 쇠갈고리 손이나 목발을 휘두르면 누구든 고양이 앞의 쥐꼴이 될 수밖에.... 내 식구들이 한 때 굶더라도 그들 손에 쥐어 주어야만 무사하던 괴로운 시절이었다.

임시 의안(義眼)으로 살아가는 그는 누나들 집을 차례로 휘저어 놓고 다녀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술만 마시면 의안을 빼서 아무데나 탕탕 두드리며“내 눈 내 놓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허물어져 가는 아들을 그냥 볼 수 없던 할머니가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집안의 골칫거리로 지겨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집에 나타난 그를 모질게 등을 밀어 밖으로 내몰면서 함께 울기도했던 어린 조카. (도대체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언제 끝날지? 희망없는 그런 삶이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그리고 많이 슬퍼서 밤이면 혼자 이불속에서 훌쩍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동년배이신 세 분들.‘참전용사’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모처럼 가슴에 달고나온 작은 ‘태극뱃지’가 유난히 햇볕에 반짝인다. 가보처럼 깊숙히 묻어두었던 것이리라. 그 작은 태극마크 안에서 갑자기 삼촌의 얼굴이 웃고 있질 않은가. 외짝 눈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닌 맑고 발랄했던 훤칠한 키의 미남 청년 그가....

아득한 옛날에 한줌 흙으로 돌아 간 그는 전쟁이 흘리고 간 작은 티끌일뿐. 이제 기억조차 녹이 슬어 잊혀져 가고 있다.

한번쯤 생각하고 추모 해 주는 것도 같은 시대를 함께했던 살아 남은자의 정중한 예의이리라....

‘조국을 위해 몸바친 호국의 영령들을 위하여’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275 | 11시간전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217 | 5일전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593 | 8일전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861 | 9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86 | 10일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15 | 10일전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

가끔은 Lay-up이 답이다 – 직진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앞에는 큰 해저드나 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과감하게 공략하면 한 방에 … 더보기

지금 당장 궁금한 비자심사 최신 정보

댓글 0 | 조회 453 | 2026.04.15
특정비자의 심사기간에 대한 개런티를 뉴질랜드 이민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기에, “제 비자에 대한 심사가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오늘 저에게 문의하… 더보기

정이 가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8 | 2026.04.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만 생각하며 산다는 사람보다주님만 생각하면 부끄럽다는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정이 간다하늘 아버지께서 다 돌봐 주실 거라며성인처럼 … 더보기

명경과 세경

댓글 0 | 조회 164 | 2026.04.15
얼굴을 보거나 화장을 하려면 보는 것이 거울이다.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잠잠한 물에 비추어 보다가 돌이나 금속을 매끈하게 갈아서 보려고도 했을 것… 더보기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

댓글 0 | 조회 120 | 2026.04.15
■ 조계산 송광사산사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공간남도의 아름다운 조계산을 사이에 둔 송광사와 선암사. 두 사찰의 송사로 인한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숲에 대한 … 더보기

뉴질랜드 회사법 (Companies Act 1993) 주요 쟁점 정리

댓글 0 | 조회 202 | 2026.04.14
통계자료의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한인과 키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비즈니스 운영 형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개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sole trader 라고 합… 더보기

중위권 성적으로 의대 합격까지, 방향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19 | 2026.04.14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최근 상담을… 더보기

26.바다 위의 길 – 픽톤과 어머니의 항로

댓글 0 | 조회 103 | 2026.04.14
Te Ara Moana o te Whaea – 어머니의 바다 길* 바다와 산 사이의 마을아득한 옛날, 지금의 픽톤 지역 와이투히(Waikawa)라는 마오리 마을이… 더보기

은하수 가을달

댓글 0 | 조회 166 | 2026.04.14
보름인가? 창공에 매달린 달이 유난히 크고 밝다. <은하수와 가을달> 칠십여 년 전 초등학교 때의 어느 습자 시간에 화두로 떠올려졌던 단어다. 그때의 … 더보기

7편 – 바티칸 비밀문서고 : 금지된 장부

댓글 0 | 조회 181 | 2026.04.14
“신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한 것은 인간이며, 지운 것도 인간이었다.”프롤로그 - 1495년, 바티칸 지하 4층 캔들빛이 흔들리는 오래된 석조 방.한 노신부가 … 더보기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댓글 0 | 조회 163 | 2026.04.14
시인 파블로 네루다당신은 해질 무렵붉은 석양에 걸려있는 그리움입니다.빛과 모양을 그대로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6 | 2026.04.12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강사 및 컨설턴트)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NCEA, CIE (A Level), IB 모든 뉴질랜드… 더보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댓글 0 | 조회 651 | 2026.04.10
데뷔 40주년 가수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 씨가 폐섬유증 투병과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인터뷰 기사가 조선일보 토요일판(2026년 3월 14일)에 … 더보기

4. 오클랜드의 첫 삽, 흙과 함께 뿌리 내린 우리 집

댓글 0 | 조회 601 | 2026.04.10
정적인 남섬을 떠나 역동의 도시로나의 생활 기반이 남섬 Dunedin에서 1987년 Auckland로 옮겨지니 매 일상이 바빠졌다.드네딘은 오로지 세 가구의 한국…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보건학 POPLHLTH111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844 | 2026.04.07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POPLHLTH111 (대학보건학) A+ 팁과 노… 더보기

3. 더니든에서의 남겨진 이야기들

댓글 0 | 조회 627 | 2026.04.06
제 2편에서 삶의 터전이 더니든에서 오클랜드로 옮겨졌지만, 더니든에서의 홀로 살던 시간 중 빼놓기 아쉬운 부분들을 한데 모아 적어 본다.내가 하던 일은 녹용 가공…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화학 CHEM110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944 | 2026.04.03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CHEM110 (대학화학) A+ 팁과 노하우에 대… 더보기

2. 드네딘의 바다에서 오클랜드의 꿈으로

댓글 0 | 조회 441 | 2026.04.02
나의 첫 사업 도전기: 뜻밖의 인연, 오징어 회와 선식업의 시작가족이 합류하면서 드네딘에도 한국인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Knox 신학대학의 장 목… 더보기

ISAT 의대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737 | 2026.03.31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지난 6년 간 ISAT를 (국제학생 입학시험) 지도하며 느꼈던 점과 해당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하는 정보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