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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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6. 25

0 개 3,271 NZ코리아포스트
시니어클럽 ‘무지개’에 나오시는 분들 가운데 남자 세 분이 참전용사였음을 이번에 알게 되면서 그 타고나신 천운(天運)이 새삼스럽게 놀랍고 부러웠다.

6. 25가 회갑을 맞는 금년. 그 분들이 조국행사에 초청을 받아 귀국준비에 바쁜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아득히 먼 옛날일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한 남자의 얼굴이 떠 올랐다.

꽃봉오리처럼 한참 꿈에 부풀 사춘기 소녀의 여린 가슴에 진한 얼룩을 남기고 아픈 추억으로 기억되는 외눈박이 외삼촌. 나보다는 다섯살이 많고 오빠와는 불과 두 살이 위여서 그들은 친구로서 늘 붙어다녔고 그들 뒤를 졸졸 귀찮게 따라다녔던 나는 그래서 정도 유난히 많이 들어었나보다. 그가 피끓는 청년 열아홉이던 해. 6. 25가 발발했다. 그 때부터 그는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빗나간 궤도를 달리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야 했다. 아주 아주 거칠고도 짧게....

그가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려 밖에 나갔다가 행방불명으로 소식이 없을 때. 누군가가 인민군 총에 맞아 죽었다고 알려줘 집안은 깊은 슬픔속에 잠겨버렸다. 위로 딸만 셋을 두고 늦게 아들 둘을 보신 중에 막둥이로 애지중지하던 막내 아들을 잃고 죽음처럼 사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참 처절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죽었다던 사람이 마치 망령처럼 살아 돌아왔다. 인민군에 붙잡혀서 북으로 끌려가다가 9. 28 수복즈음 불행중 다행으로 국군의 포로가 되어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났다고 했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시. 젊은이를 기다리는 전선으로 다시 가야만 했으니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청년의 의무였기에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멋지고 당당하게 떠났다.

1. 4 후퇴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던 피난 행렬속 길에 버려진 바구니에 담긴 아기들과 이불에 싸여 발길에 채이던 무엇인가는 귀찮아 버리고 간 힘없는 노인들이었다. 소나기 퍼붓듯 쏟아지는 포탄을 피하느라 아비규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폭격에 맞지 않았더라도 매몰찬 추위에 빳빳하게 동태처럼 얼어죽었을 것이다. 비정하고 모진세월. 전쟁은 그렇게 참혹했다.

막바지 휴전무렵에 최전방이었던 ‘백마고지’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악명높은 최후의 보루였다고 한다. 기적이었을까? 불사조처럼 살아서 돌아 온 그는 그러나 한쪽 눈을 실명하고 상이군인으로였다.

살아 돌아 온 것만 다행이라고 반가워 했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빗발치는 포화속 사람을 파리처럼 죽이고 죽어가는 잔인한 전쟁에서 그는 눈만 잃은게 아니라 인간의 감성마져 송두리째 잃어버린 허구의 실체일뿐.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듯. 갈기를 세운 한마리 사나운 짐승처럼 이성을 잃고 마냥 추락 해 가고 있었다.

종전이 되면서. 피난지에서 귀경한 사람들의 혼란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폭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방황이 무질서로 넘쳐났고. 고아가 된 아이들은 길로 뛰쳐나와 더럽혀진 손으로 행인들에게 달려들어 돈을 뜯곤해서 길에 나서기가 겁이났다. 하지만 그보다 제일 두려운 것은 ‘상이군인’들의 횡포로 “당신들이 누구때문에 이렇게 살아 남은줄 아느냐?”며 거친 쇠갈고리 손이나 목발을 휘두르면 누구든 고양이 앞의 쥐꼴이 될 수밖에.... 내 식구들이 한 때 굶더라도 그들 손에 쥐어 주어야만 무사하던 괴로운 시절이었다.

임시 의안(義眼)으로 살아가는 그는 누나들 집을 차례로 휘저어 놓고 다녀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술만 마시면 의안을 빼서 아무데나 탕탕 두드리며“내 눈 내 놓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허물어져 가는 아들을 그냥 볼 수 없던 할머니가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집안의 골칫거리로 지겨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집에 나타난 그를 모질게 등을 밀어 밖으로 내몰면서 함께 울기도했던 어린 조카. (도대체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언제 끝날지? 희망없는 그런 삶이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그리고 많이 슬퍼서 밤이면 혼자 이불속에서 훌쩍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동년배이신 세 분들.‘참전용사’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모처럼 가슴에 달고나온 작은 ‘태극뱃지’가 유난히 햇볕에 반짝인다. 가보처럼 깊숙히 묻어두었던 것이리라. 그 작은 태극마크 안에서 갑자기 삼촌의 얼굴이 웃고 있질 않은가. 외짝 눈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닌 맑고 발랄했던 훤칠한 키의 미남 청년 그가....

아득한 옛날에 한줌 흙으로 돌아 간 그는 전쟁이 흘리고 간 작은 티끌일뿐. 이제 기억조차 녹이 슬어 잊혀져 가고 있다.

한번쯤 생각하고 추모 해 주는 것도 같은 시대를 함께했던 살아 남은자의 정중한 예의이리라....

‘조국을 위해 몸바친 호국의 영령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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