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 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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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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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지나 열흘쯤 되면 그 짧던 해도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다. 엊그제 입춘도 지난 모양이니 낮이 제법 길어지고 계절은 벌써 봄으로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깊은 고요속에서 무딘 청각을 통해 목련꽃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 교교한 밤. "메밀묵 사려~~"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반짝 정신이 들어 잠은 더 멀리 도망가고 환청속에서 헤매게 된다. "찹쌀떡~~" 겨울밤 아름다운 정취로 떠오르는 나 어렸을 적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따끈한 아름목자리 요밑에 발묻고 둘러앉아 매일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 있었을까? 그때는...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 밭에는 당추심고 뒷밭에는 고추심어...." 엄마의 조용한 넋두리 노래가 시작되면
"고추 당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나무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누이 하나 뾰족새요 남편하나 미련새요....
우리는 깔깔거리며 합창을 해 버린다.

"시아버님 따뜻한 눈길하나 믿고 살았는데 왜 그리도 빨리 가 버렸는지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지같이 어려우랴) 이 대목에서 늘상 가사를 바꿔 만들어 부르시던 어머니였다. 할머니 시집살이 설움받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주 옛날 남의 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재미있어서 철없이 깔깔거리고 좋아했던 시절. 힘든 세월 참을 "忍"자로 살아내고 자식들 요만큼 오순도순 길러 낸 것을 보람으로 우리들 앞에 서슴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재미로만 들었지만 이젠 깊은 공감으로 그 고통을 마음 아퍼한다(어른이 되어서야 어른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치를 어쩌리)

"이제 그만들 자거라" 밤이 이슥해서 일어서시는 엄마의 치마꼬리를 누군가가 잡고 늘어지면 엄마는 벌써 속으로 짐작하는게 있게 마련이다. "메밀묵 사려~~" 좁은 골목을 돌아나와 저쪽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몇번 지나갔고 영낙없이 집앞에서 다시 외쳐대는 큰 소리에 동작빠른 오빠는 벌써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 때마다 내 눈치를 살피던 어머니, 육남매 중 유달리 먹성이 신통찮은 내게 묻는 신호였기에 오빠는 내게 싸인을 보내며 어느새 대문을 박차고 나가 메밀묵 장수를 잡아둔다. 김장김치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양념에 버무린 구수한 메밀묵을 먹던 신나는 그 밤들. 밤참에 찬 것 먹고 탈날세라 더운물 끓여 토렴해서 무쳐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을 이 밤 눈물을 흘리며 그리워하고 있는 늙은 딸자식. "찹쌀떡~~" "메밀묵 사려~~" 지금도 어디선가 들려 올 듯 하지만 창문을 스치는 풀잎들의 소란일 뿐 문득 출출해진 뱃속에 허기만 더할 뿐 입속엔 쓴 군침만 돈다.

땔랑땔랑 두부장수의 요령소리를 들으며 어렴풋이 잠이 깨는 아침도 많았다. "두부 사려어~~" "콩나물 사려어~~" 피난시절에 듣던 부산에서의 "재첩국 사-이-소~~"도 아침을 여는 그 시절의 정서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것도 없었다면 피난살이가 너무나 따분하고 고통스럽기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낮의 엿장수 가위소리는 철거덕 철거덕 둔탁한 소리지만 개구쟁이들을 끌어내는 멋진 신호탄이었다. "떨어진 고무신짝. 빈병들... 아버지가 마시다가 남긴 술이 쬐금 들어 있으면 더 좋아요...." 철거덕 철거덕" 온갖 넉살로 고물을 줏어 섬기는 엿장수가락은 징그럽도록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가 아직 신을만한 어른 고무신을 들고 나갔을 때다." 으흠 이놈봐라 엿이 그렇게 먹고 싶더냐? 아버지 신는 신을 들고 나왔네" 한바탕 눈을 부라리고 너스레로 어르고 나더니 잔뜩 겁을 먹고 서있는 아이에게 철거덕 엿을 한동강 끊어 손에 쥐어 주고 고무신도 다시 들려주던 생각이 떠오른다. 엿장수에게도 그럴듯한 낭만이 있고 인심이란게 있었던 세월이었다.

아침 시작부터 밤까지 하루의 생활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된 반세기 저쪽 우리네 삶이었다.

얼마전 한국에서 초청되어 온 "프리모 칸단테"의 공연 중에 한 획을 장식한 "메밀묵 사려~~"를 들으면서 잊혀졌던 옛날 생활 모습이 멋진 해학으로 돌아왔음에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두부장수, 엿장수 그리고 메밀묵 장수까지 그 현실감나는 익살을 음악 속에 생동감있게 담아 낸것을 보면서 쿵쾅쿵쾅 가슴 뛰는 흥분 속에 몸이 떨렸다.(여기가 지금 어디야?---)

폭우 쏟아지는 어두운 빗길, 불안으로 몇번이나 망서리다가 갔던 것인데 그런 멋진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더니 음악 속에 살아남은 "메밀묵 사려~~" 팔아도 팔아도 다 팔리지 않는 영원한
메밀묵 장수. 한국의 낭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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