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하루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양귀비꽃 하루

0 개 3,137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하늘하늘하는 몸짓으로 아양을 떠는 꽃들은 양귀비 무리, 그들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고 오래 쉬어가라는듯 날렵하게 자리한 벤취에 드디어 주저앉고 만다. 질세라 대각선 방향에선 보라색으로 출렁이는 라벤다 무리가 양귀비보다는 조금 투박한 춤으로 제 자랑의 한창이다. 국적 모르는 어느 빵집의 케익 한 조각으로 가볍게 소풍나온 여기 사람들처럼 점심을 해결하고 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생소함에 찌들어가던 영혼이 새롭게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눈으로 바라보는 현란함보다 가슴으로 받아 드리며 눈물이 나도록 감동스러워 몸을 떨게 되는 자연과의 교감, 게걸스럽도록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것도 결국은 나이탓이련가?

찌프린 하늘에선 금방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데도 용케 참아 내고 있는 것이 내게 마냥 기회를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공짜 교통편 이용해 보기) 시니어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특혜제도. "수퍼골드"카드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보는 시도로 오늘을 비워 놓았다. 서울에서는 할일 없는 노인들이 방황하듯 종일 지하철 타고 다니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간다던가. 러쉬아워가 끝난 늦은 아침 역에 들어서면 마치 노인들의 모임같은 분위기에 그 사실을 실감했었다. 무표정이 지나쳐 불쾌감까지 주는 불친절한 직원이 던지듯이 내미는 티켓을 받아 들 때 참으로 민망하고 참담했었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런 경험 때문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움츠린채 버스에 올랐고 과감하게 기차도 타 보았다. (아- 여기는 다르구나) 무거운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대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츰 어깨가 펴지고 자신감이 생겨 특권층 패스 내밀 듯 당당해져 가는 것을 깨달으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느긋한 문화의 여유랄까?

문득 언제인가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의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어느 젊은 분이 몸이 자유롭지 못한 노모를 배웅하면서 내게 당부를 했다. 기내에서 말벗도 하고 인천에 내리면 꼭 김포행 버스를 태워 드렸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도 겸했다. 마중 나온 바쁜 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두리번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멀지 않은 곳에 김포행이 빈 차로 있었다. 서둘러 노인을 버스에 모시려는 순간 "타지 말아욧-" 하는 기사의 무서운 목소리에 자즈러질뻔 했다. "왜요-"? 우리 말이 시원스럽게 통하는 고국에 왔는데 물음에 대답도 없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그에게 우리는 관심 밖의 천덕꾸러기일 뿐이었다. (여기가 내가 그리던 고국이었구나) 실망과 분노로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면서 한참을 서있자니 젊은이들이 와악 몰려와 그 차에 오르고 맨 나중에서야 허락이 떨어졌다. 노약자 도와주려고 운전석에서 벌떡 일이나 서비스 해주는 여기 기사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던 땅. 내 뿌리가 있는 조국의 일이기에---.

오늘 내가 버스와 기차를 열번 가까이 바꿔타기 했으니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편이다. 한 번도 불쾌감을 준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나이스 했다. 집 속에 혼자 앉아 잡념이나 생길 때 가끔씩 이 짓(?) 해도 괜찮겠다는 답을 얻었다. (다리 성할 때 다니자) 맨 나중에 탔던 버스 기사에게 오늘의 내 테스트에 우승컵을 안겨 주었다. 얼굴 검은 중년의 사나이니 그도 결국은 이민자였을텐데. 반팔을 입은 튼실한 팔 목에는 탐스럽게 번쩍이는 황금의 팔찌가 여러겹으로 흘러내려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사람들 시선에 경이와 의문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기 어머니를 반기듯이 활짝 웃으며 맞아 드리는 모습도 유난스럽게 "댕큐"를 연발해 쑥스럽지만 기분 좋은 게 사실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내내 흥겨운 노래를 웅얼거리면서 가끔씩 어깨마져 들썩거리는데 금방 일어나 춤이라도 출 듯하지 않은가. 신호등에 걸리면 박수까지 치면서 신나 하는게 자기집 방안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그 차를 내리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이 그리도 기쁘고 흥겨울까? 이 불황의 소용돌이 시대에, 뒤에서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절로 나와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마져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삶이 여유로워서? 아니면 느긋한 성격탓? 생업을 짜증스럽지 않게 하는 것은 사회제도가 만든 것도 있을 터. 많은 인파 속에서 그 사람들을 관리해야하는 스트레스의 고국의 기사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발 쭉 뻗고 편하게 앉아 창 밖을 감상하던 내게 "굿 아이디어" 하면서 웃고 지나치던 기차에서의 차장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널널한 자리, 널널한 땅, 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 만큼이나 한가로운 모습으로 여기에 살아야겠다.

이제 정권도 바뀌고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열려 오고 있다. 고국을 두고 선택한 이 나라가 밝은 희망의 미래를 열어 줄 것을 열망하면서 우리의 젊은이들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심사 관점의 SMC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256 | 3시간전
Skilled Migrant Category(SMC)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SR3.20에 따른 ‘Skilled employment’ 충족 여부입니… 더보기

잘 늙어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231 | 3시간전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인 ‘자본주의 비판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대표적인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신 왕래나, 엡스틴 범죄 행… 더보기

코스 매니지먼트와 인생 계획 – 전략 없이 무작정 치면 낭패

댓글 0 | 조회 86 | 3시간전
골프에서 ‘코스 매니지먼트’는 단순한 스윙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전략 없이 경기에 임하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게 되고, 반대… 더보기

바위 속 부처님을 모시다 - 마애불

댓글 0 | 조회 74 | 3시간전
멀고 긴 여로서기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3만 군사를 몰고 백제의 수도 한성을 습격했다. 한성이 초토화되자 백제는 서둘러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했고 어느… 더보기

정년 이후의 고용관계

댓글 0 | 조회 257 | 7시간전
예전 칼럼에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달리 특별히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으며 만약 고용주가 60세가 된 피고용인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나이를 이유로한… 더보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댓글 0 | 조회 80 | 7시간전
시인 최 승자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무엇을 채울 것인가,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하다 … 더보기

23. 웰링턴(Wellington) – 타라(Tara)의 전설

댓글 0 | 조회 72 | 7시간전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고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이 도시의 마오리 이름은 ‘테 위타랑이… 더보기

UCAT 매년 응시 후 알게 된 알짜배기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151 | 1일전
UCAT ANZ은 University Clinical Aptitude Test Australia New Zealand 약자로 직역하면 의료계열 적성고사 (호주 뉴… 더보기

설날과 떡국

댓글 0 | 조회 166 | 4일전
올해는 2월 17일(화)이 음력(陰曆) 정월(正月) 초하룻날인 ‘설’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한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지난… 더보기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0 | 조회 445 | 6일전
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 더보기

오클랜드&오타고 1학년 바이오메드/헬싸 A+ 공부법

댓글 0 | 조회 65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바이오메드.헬쓰사이언스 (Auckland Biomed.Health Sci.) 그리고 오타고대 헬쓰사인언스 (Otago HSFY) 공부법… 더보기

내년 490명 의대 증원...한국 의대 증원의 현주소

댓글 0 | 조회 607 | 2026.02.14
최근 한국 의대 입시를 보면 호주 의대 입시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역 의사제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한국 같은 경우 여러분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더보기

“사랑은 서류로 남는다” IPT 판결로 본 파트너십 비자의 핵심 가이드

댓글 0 | 조회 618 | 2026.02.13
실무에서 파트너십 비자 업무를 하다 보면, 증빙 서류를 요청드릴 때 “우리가 확실한 부부 사이인데, 같이 살고 있는 걸 모두가 다 아는데, 왜 이런 사소한 입출금… 더보기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클랜드 의대 vs 오타고 의치대

댓글 0 | 조회 955 | 2026.02.11
[출처]https://www.ama-assn.org/series/succeeding-medical-school뉴질랜드에는 현재 2개의 의과대학과 1개의 치과대학이… 더보기

떠나는 이들

댓글 0 | 조회 489 | 2026.02.11
주말 아침 타운하우스는 텅 빈 듯 조용하고 승용차들도 벌써 어딜 갔는지 주차장이 한가로운데, 가까운 곳 어느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외로운 울음을 울고 있었다.… 더보기

돈으로 살 수 없어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다정함이 많은 교회보다헌금 많이 걷히는 교회가성공한 교회라고 합니다달동네교회보다부자들이 많은 교회가성공한 목회라고 합니다섬김, 겸손, 변화라… 더보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의 산에서

댓글 0 | 조회 225 | 2026.02.11
기독교신자 박미경·강희복 부부2016년 수덕사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박미경 씨는 최근까지 25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했다. 템플스테이는 그가 어릴 적부터 좋… 더보기

8월 SMC와 황금 같은 6개월

댓글 0 | 조회 349 | 2026.02.11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뉴질랜드 영주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아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더보기

추억도 자산이다

댓글 0 | 조회 217 | 2026.02.11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든 많은 자산(資産)을 쌓아가기를 염원한다. 금전으로 평가되는 부(富)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명제일 것… 더보기

3편 – 〈라자루스 코드〉 (The Lazarus Code)

댓글 0 | 조회 116 | 2026.02.11
​“죽은 자는 돌아오지만, 코드도 다시 돌아온다.”프롤로그 - 2029년 7월 1일, 도쿄도쿄 중심부, 금융단지 빌딩군 위로 전광판 하나가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 더보기

다보스 포럼을 보고

댓글 0 | 조회 128 | 2026.02.11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2026 다보스 포럼)이 1월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산골 다보스에서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약 3000명의 리더들이… 더보기

주택 임대차 재판소 (Tenancy Tribunal)

댓글 0 | 조회 254 | 2026.02.10
독자분께서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시면서 임대를 놓는 집주인이시던, 그런 주택을 임차해서 사시는 세입자이시던,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번쯤 고민을 해보셨… 더보기

22. 마나와투 강의 여정 – 바람을 거슬러 흐른 사랑

댓글 0 | 조회 134 | 2026.02.10
파머스턴 노스(Palmerston North)는 뉴질랜드 북섬의 마나와투(Manawatu) 평야에 위치한 도시로, 마나와투 강(Manawatu River)을 중심… 더보기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댓글 0 | 조회 136 | 2026.02.10
시인 에크하르트 톨레생각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해답은 언제나 스스로 우리를 찾아온다.복잡한 생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요함 … 더보기

아틀란티스 대륙 실존설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0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세계”가 사람들의 상상력과 탐구 본능을 자극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집요하게 살아남은 이름이 있다.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