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쌀밥에 뉘

0 개 2,990 osy
주차장 옆, 시커먼 고목나무 팔 벌린 가쟁이에 장난치듯 길다란 밧줄을 던지고 있는 노인,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위치에 여러 차례 던져 보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노인은 계속해서 던지고... 무엇을 하려나? 외출을 서두르던 나는 발길을 멈춘 채 흥미롭게 그 짓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마 열 번도 더 넘게 끈질긴 시도 끝에 드디어 밧줄이 걸렸다. 그는 저쪽으로 흘러 내린 것과 이쪽 것 두 줄을 함께 몰아 쥐고 몸을 매달려 힘껏 아래로 잡아나꾼다. (으흠 그거였군) 그러나 그의 힘으로 될성 싶지 않아 헛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속으로 웃었다.

그 나무는 부스럼 딱지같이 지저분하고 흉물스러운 껍질에 죽은 듯이 늦게까지 검고 칙칙하다가 맨 나중에 일을 달고 꽃을 피우는데 꽃답지 않은 모양새에 향기도 없다. 손톱같이 허옇게 바스러져 떨어지는 꽃잎들이 눈꽃 같다고 황홀하게 바라본 것은 잠깐. 차에 말라 붙어 떨어지질 않아 애를 먹이니 이젠 악의 꽃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유난스레 불러 들이는 새떼들의 오물세례 때문에 악명으로 미움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랑 못 받는 나무가 동물들과 교감이라도 하듯이...

부질없는 짓 인줄은 알지만 그 마음만은 알 것 같았다. 노인이 용을 쓴다. 힘껏 한 번 두 번...
우지직! 드디어 나무의 비명같은 소리와 함께 가지가 땅으로 내팽겨 쳐졌다. 보기보다 기운이 장사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그 집요한 고집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를 즈음 그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웅크려 앉아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무슨일일까? 가까이 가 보았다. 아뿔사!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흥건히 흘러 내리고 있질 않은가. 제법 큰 가지인데 떨어질 때의 위험을 생각지 못한 아둔함을 탓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휴지를 내다가 닦아 주고 지혈을 시킨 다음 집으로 데려가 연고를 발라 주고 밴드를 붙여 주며 응급처치를 해 주었다. 날카롭게 생긴 콧날에 차가워 뵈는 인상 때문에 가까이 하지 못한 사람이었는데 그 이후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는 이웃이 되었다. 그와는 아무도 어울려 주지 않는 외톨이임을 나중에야 알았는데 노인을 가리켜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었다. 정상이 아니라는 말 아닌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가 주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동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인을 지키는 것은 볼 수가 없고 늘 상 아무렇게나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질서의 역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도 여러번 곤경을 겪다가 견디다 못해 집에 찾아가 노인을 불러내 상황을 보여 주고 사정을 했더니 아기같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주긴 했다. 늘 그리 해 달라고 부탁도 했음은 물론인데 천만의 말씀. 그 실행은 요지부동이다. 그 형편에 운전은 어찌하는지 불안을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차에서 내리는 나를 보더니 "허버트"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끌고 노인의 차 앞으로 갔다. 손가락으로 차창에 세금딱지를 지적하는데 자세히 보니 벌써 오래 전에 바꿨어야 할 날짜가 그대로였다. 그는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낯을 찡그렸다. "허버트"는 유머가 풍부해 만나면 늘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다. 차에 새 똥을 닦느라고 애를 쓰면 나무를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해서 곧잘 웃기곤 한다.

어떤날 " 캔" 또한 나를 데려가 보여 주고 그도 역시 동그라미를 그리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말로 시원하게 안 되는 내게 실체를 보여 주는 것인데 그런 상황들이 그 동안 많이도 쑥덕거렸음을 느끼게 했다. (참 냉정한 사람들이구나) 늘 따뜻하고 상냥하고 친절하게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싶어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리고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말로 교감하지 못하는 마치 쌀밥에 하나 뉘처럼 섞여 사는 내가 아닌가.

"패티"를 보면서 영국인의 깔끔함과 부지런함을 알게 되고 "릴리안"을 보면서 텁텁하지만 경우 밝고 푸근한 섬사람들을 느끼듯이 그들도 나를 보며 한국인, 코리아를 말 할 것이다.

같은 겉모습 같은 말을 쓰면서도 질서에 어긋난 행동을 조금도 용납 못하는 냉정한 그들에게 보여지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늘 부드러운 눈길로 마주칠 수 있어 잘 지낸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야 했다. 기 죽지 말고 씩씩하게 당당하게 지킬 것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코리안을 보여 주리라. 뉴질랜드 어느 한 귀퉁이, 이 동네에서는 내가 바로 한국의 외교사절이기에 말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28 | 7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39 | 7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239 | 7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22 | 7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30 | 7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60 | 7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65 | 7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54 | 8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9 | 8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8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10 | 8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1 | 8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7 | 8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1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9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0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0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03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75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0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8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4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