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오빠와 취나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365] 오빠와 취나물

0 개 3,250 KoreaTimes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냐고 안쓰러워 하는 오빠의 안부를 들을 때 응석을 부리고 싶다. 모두가 나를 걱정해 주는 피붙이들이기에 지금도 여전히 그걸 즐긴다.

  짜증스러울 만큼 금년 겨울은 축축한 날이 많았다. 이제 짓꿎던 비구름이 사라지고 서서히 따스한 양광이 봄바람 속에 얼굴을 내미는 반가운 계절이 오고 있다.

  한국 같으면 이맘때 아직도 차가운 땅속을 헤집고 바쁘게 솟아 나온 파-란 봄나물이 한창 일 텐데... 겨우내 묵은 김치에 신물나던 입맛에, 혀끝에 감겨 오는 향긋함으로 식욕을 돋우어 주고 입맛을 살려 주어 살맛나는 계절이 아니던가. 유난히 입이 짧고 봄을 타던 내게 봄나물은 보약의 구실을 톡톡히도 했었는데 산뜻하고 칼큼한게 생각나지만 참을 수 밖에.... 그 대신 묵은 나물이라도 먹고 싶을 땐 찾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텁텁한 음식 냄새에 찌들은 집안에 향취로 가득 고국 냄새를 안겨 주는 취나물. 을릉도 야산에는 온통 취밭으로 봄이면 사람 키만한 나물 봇짐들이 배를 타고 육지로 올라 온다. 그리고 저장용으로 삶아 말린 것이 이제 이 곳까지 들어와 아무 때나 먹게 되니 세상은 빨리도 변해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은 그와는 다르기에 먹을 때마다 훈훈한 감동을 받는다.

  거기엔 골 깊은 산자락 밑에 집이라고는 딱 두 채 밖에 없다. 공기 좋고, 조용하고 그 한 채가 바로 오빠네 집이다. 복숭아 철이면 집 뒤의 과수원에서 풍겨 오는 진한 꽃 내음에 취해 자연과 더불러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시골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뒷산을 오르는 스포츠맨 우리 오빠, 이른봄 비쭉비쭉 고개를 내밀고 막 세상구경을 하려다 그분에게 들킨 어리디 어린 취들이 부드러운 나물이 되어 손님이 되어간 우리들을 즐겁게 하고 드디어 여기 내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나물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네" 내가 채식가라는 걸 몰랐던 올케의 새로운 발견이다. "말린 나물은 있는데 가져갈 수 있으신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오매 반가워라. 무슨 말씀이셔 마른나물 가져가기란 걱정도 아니지) 나는 욕심을 부려 적잖이 되는 취나물과 평상처럼 철망으로 얽어 만든 건조대위의 고사리까지 몽땅 쓸어 담았다. 제사 때 쓸 것만 있으면 되니까 다 가져가도 된다는 올케의 너그러운 조언에 염치를 묶어 버렸다. 친정에 가면 딸은 도둑이라 했던가. 누가 지어낸 말인지 참 맞는 말이라고. 늙은 시누이도 딸은 딸인가 보다 라고 혼자 웃었다.

  그리고 여기 공항에서 혹시 약초라고 잘못 알고 빼앗을까 봐 미리 겁먹어 배편으로 붙였더니, 한 달이 지나도 무소식이었다. 안달이 나고 지칠 때 쯤. 육십일만인가 현관에 내 동댕이 친 짐을 반갑게 맞이했다. 딸애에게 나눠 주며 외삼촌이 직접 산에서 따온 자연산이란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줬다.

  그 나물을 먹을 때 마다 오빠를 떠 올리고 올케를 생각한다. 이른 아침 이슬 젖은 풀숲을 헤치고 손끝에 물이 들도록 뜯어 모아놓은 것들. 깨끗하게 정성으로 삶아 말려 놓은 것을 쉽게 식탁에 올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곧 추석이 온다. 봄에 맞이하는 추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한국 식품점마다 추석 세일의 광고가 야단스럽다. 금년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유난히 더워서 고생했다고 얼마 전까지 법석이더니 벌써 추석이란다. 자연은 어긋남이 없어 벌써 햅쌀 소식도 들려 오고.... 얼마간의 투자만 하면 햅쌀밥, 추석을 보낼 수도 있겠다.

  "거기서는 추석도 못 쇠지?" 우리 오빠 노파심에 이번 주에는 골프장에서 솔잎 뜯어 와야 송편해 먹는다고 큰 소리 쳤더니 놀라시는 눈치다. 춘곤증이 오는 주말 오후. 또 한 차례 취나물로 텁텁한 입맛을 달래 볼까.

이민심사 관점의 SMC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256 | 3시간전
Skilled Migrant Category(SMC)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SR3.20에 따른 ‘Skilled employment’ 충족 여부입니… 더보기

잘 늙어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229 | 3시간전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인 ‘자본주의 비판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대표적인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신 왕래나, 엡스틴 범죄 행… 더보기

코스 매니지먼트와 인생 계획 – 전략 없이 무작정 치면 낭패

댓글 0 | 조회 86 | 3시간전
골프에서 ‘코스 매니지먼트’는 단순한 스윙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전략 없이 경기에 임하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게 되고, 반대… 더보기

바위 속 부처님을 모시다 - 마애불

댓글 0 | 조회 73 | 3시간전
멀고 긴 여로서기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3만 군사를 몰고 백제의 수도 한성을 습격했다. 한성이 초토화되자 백제는 서둘러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했고 어느… 더보기

정년 이후의 고용관계

댓글 0 | 조회 257 | 7시간전
예전 칼럼에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달리 특별히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으며 만약 고용주가 60세가 된 피고용인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나이를 이유로한… 더보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댓글 0 | 조회 80 | 7시간전
시인 최 승자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무엇을 채울 것인가,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하다 … 더보기

23. 웰링턴(Wellington) – 타라(Tara)의 전설

댓글 0 | 조회 72 | 7시간전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고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이 도시의 마오리 이름은 ‘테 위타랑이… 더보기

UCAT 매년 응시 후 알게 된 알짜배기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151 | 1일전
UCAT ANZ은 University Clinical Aptitude Test Australia New Zealand 약자로 직역하면 의료계열 적성고사 (호주 뉴… 더보기

설날과 떡국

댓글 0 | 조회 166 | 4일전
올해는 2월 17일(화)이 음력(陰曆) 정월(正月) 초하룻날인 ‘설’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한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지난… 더보기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0 | 조회 444 | 6일전
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 더보기

오클랜드&오타고 1학년 바이오메드/헬싸 A+ 공부법

댓글 0 | 조회 65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바이오메드.헬쓰사이언스 (Auckland Biomed.Health Sci.) 그리고 오타고대 헬쓰사인언스 (Otago HSFY) 공부법… 더보기

내년 490명 의대 증원...한국 의대 증원의 현주소

댓글 0 | 조회 606 | 2026.02.14
최근 한국 의대 입시를 보면 호주 의대 입시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역 의사제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한국 같은 경우 여러분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더보기

“사랑은 서류로 남는다” IPT 판결로 본 파트너십 비자의 핵심 가이드

댓글 0 | 조회 618 | 2026.02.13
실무에서 파트너십 비자 업무를 하다 보면, 증빙 서류를 요청드릴 때 “우리가 확실한 부부 사이인데, 같이 살고 있는 걸 모두가 다 아는데, 왜 이런 사소한 입출금… 더보기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클랜드 의대 vs 오타고 의치대

댓글 0 | 조회 955 | 2026.02.11
[출처]https://www.ama-assn.org/series/succeeding-medical-school뉴질랜드에는 현재 2개의 의과대학과 1개의 치과대학이… 더보기

떠나는 이들

댓글 0 | 조회 488 | 2026.02.11
주말 아침 타운하우스는 텅 빈 듯 조용하고 승용차들도 벌써 어딜 갔는지 주차장이 한가로운데, 가까운 곳 어느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외로운 울음을 울고 있었다.… 더보기

돈으로 살 수 없어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다정함이 많은 교회보다헌금 많이 걷히는 교회가성공한 교회라고 합니다달동네교회보다부자들이 많은 교회가성공한 목회라고 합니다섬김, 겸손, 변화라… 더보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의 산에서

댓글 0 | 조회 225 | 2026.02.11
기독교신자 박미경·강희복 부부2016년 수덕사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박미경 씨는 최근까지 25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했다. 템플스테이는 그가 어릴 적부터 좋… 더보기

8월 SMC와 황금 같은 6개월

댓글 0 | 조회 349 | 2026.02.11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뉴질랜드 영주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아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더보기

추억도 자산이다

댓글 0 | 조회 217 | 2026.02.11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든 많은 자산(資産)을 쌓아가기를 염원한다. 금전으로 평가되는 부(富)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명제일 것… 더보기

3편 – 〈라자루스 코드〉 (The Lazarus Code)

댓글 0 | 조회 116 | 2026.02.11
​“죽은 자는 돌아오지만, 코드도 다시 돌아온다.”프롤로그 - 2029년 7월 1일, 도쿄도쿄 중심부, 금융단지 빌딩군 위로 전광판 하나가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 더보기

다보스 포럼을 보고

댓글 0 | 조회 128 | 2026.02.11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2026 다보스 포럼)이 1월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산골 다보스에서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약 3000명의 리더들이… 더보기

주택 임대차 재판소 (Tenancy Tribunal)

댓글 0 | 조회 254 | 2026.02.10
독자분께서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시면서 임대를 놓는 집주인이시던, 그런 주택을 임차해서 사시는 세입자이시던,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번쯤 고민을 해보셨… 더보기

22. 마나와투 강의 여정 – 바람을 거슬러 흐른 사랑

댓글 0 | 조회 134 | 2026.02.10
파머스턴 노스(Palmerston North)는 뉴질랜드 북섬의 마나와투(Manawatu) 평야에 위치한 도시로, 마나와투 강(Manawatu River)을 중심… 더보기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댓글 0 | 조회 136 | 2026.02.10
시인 에크하르트 톨레생각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해답은 언제나 스스로 우리를 찾아온다.복잡한 생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요함 … 더보기

아틀란티스 대륙 실존설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0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세계”가 사람들의 상상력과 탐구 본능을 자극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집요하게 살아남은 이름이 있다.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