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 제니의 지팡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63] 제니의 지팡이

0 개 2,776 KoreaTimes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살다가 두 발로 서고 나중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이름이 뭐게?" 어렸을때 수수께끼로 재미있어 했던 놀이였다. 허지만 철없던 시절 사람이 왜 세 발로 걷느냐고 박박 우겨대던 아이가 머리 나쁜 나였던게 생각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임을 스스로 깨닫기까지 꽤나 세월이 지났었던 걸로 기억된다. 누구나 아이 때는 기어 다니다가 자라면서 두발로 서서 걷는다. 그러나 그 힘이 다 되어 세 발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곧 저물어 가는 인생임을 뜻함이 잖은가.

  옆집의 제니는 나보다 한살 아래의 여인이다. 그가 얼마 전부터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다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빛나는 은발에 살 집이 아주 좋은 아이같이 순수한 영국 여인이다. 옆에서 보면 마치 다이아몬드 형으로 불룩 나온 배와 큰 엉덩이 때문에 가느다란 다리가 지탱을 못해서인지. 아니면 유별나게 자상한 남편 때문에 어리광으로 그러는지? 함께 외출할 때는 지팡이 대신 튼튼한 남편의 팔에 메달려 뒤뚱뒤뚱 오리 걸음으로 따라 가는게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교류하는 남편 지팡이를 가진 제니는 자랑하듯 그런 모습을 늘 즐거워 하는 표정이어서 다행스럽다.

  우리가 벌써 그런 때가 되었나?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문득 빗소리를 들으며 괜스레 슬퍼져서 눈물 솟는 밤이 있다. 열 여덟에 경험 했던 그런 감정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리는 없고...... 이유없이 촉촉해지는 가슴 한 귀퉁이에서 겸허한 삶의 한줄기 빛이 섬광처럼 번쩍이고 지나간다. 이것이 곧 살아 있음이야. 어쩔수 없이 저물어 가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내가 진정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모든 것이 희석되어 희미해져 가는 하루하루를, 무엇을 사고하며 무슨 희망과 낙으로 살아 내야 하는지 수없이 의문 부호를 찍으며 황혼을 맞이해야 하는 시간들, 이런거였을까? 인생이란 게.... 참 재미없고 시시하다. 웃음조차도 젊음의 전유물인 듯 잊어 버린지 오래인데 슬퍼서 눈물이 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사치스런 감정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반갑다. 아직도 퇴색되지 않은 열정의 찌꺼기가 손톱만큼이나 남았나 보다,라고 눈물을 찍어 내며 혼자 씁씁한 미소를 흘린다.
  나이 먹어 살아 간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것도 두렵고, 적막 가운데 열심히 움직이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징그럽고 사납다. 추적 추적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는 빗소리가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내려 주고 있음인지 외로움에 벗이 되고 있어 차라리 다행이다.

  내일을 맞기 위해 이 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일찌기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 "에레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는 옛 일이고 내일은 신비이며 오늘은 선물이다" 내게 오늘이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선물이고 다시 내일을 맞이한다는 것은 분명 신비로움에 틀림없다. 이 밤 비가 오고 나면 내일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 우리를 비춰 줄 것이다.

  제니는 어김없이 빨래 통을 안고 나오는 남편 팔에 메달려 다리를 끌며 따라 나올 것이고 커다란 쓰레기 바켓츠를 빨랫줄 밑에 갖다가 놓고 세탁물을 올려 놓아 줄 때까지 위태위태하게 서서 기다릴 것이다. 바라보는 이 쪽이 불안하고 불편한데 그녀는 장난삼아 그렇게 하는 아이처럼 마냥 히죽거리며 웃는다. 나는 그 모습이 존경스러워 늘 도둑 고양이처럼 훔쳐보며 낯선 풍경을 즐기고 시샘이 번져 나오는 마음을 달랜다. 몸이 불편해도 티없이 해 맑게 웃을 수 있는 그녀의 여유가 부러워 그렇게 닦아 보자고 다짐도 해 본다. 현실을 긍정하며 밝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제니에게 세발 인생인들 뭐가 그리 두려울까. 몸은 아니어도 마음은 언제 늙을지, 그녀의 표정은 활짝 핀 한 송이 수선화처럼 화사하기만 하다. 사실 나는 제니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살아도 되질 않는가. 언제인가 춥다고 웅숭거리는 나를 보고 몸에 살이 너무 없다고 안쓰러워 하던 제니. 깡 말랐어도 나는 아직 튼튼한 두 다리로 마음놓고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행복은 그렇듯 비교 속에서만 잠깐 느껴지는 요물일까?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내 보잘 것 없는 속물이기에 어쩔수가 없나 보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72 | 3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96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55 | 4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69 | 4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83 | 4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19 | 4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40 | 4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32 | 5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3 | 5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0 | 5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6 | 5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18 | 5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5 | 5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9 | 8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7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6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9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91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2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8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6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4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7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3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