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민들레 김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312] 민들레 김치

0 개 3,135 코리아타임즈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나풀거리는 잎새에 윤기를 더한다. 그것을 보며 지나칠 때마다 내 가슴은 축축해지고 수채화같은 잔잔한 두가지 추억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그 날은 유난히 해가 길었는지…,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 산책길에 나섰다. 시원하게 트인 티티랑이 파크에서 만났던 타는듯 붉은 노을은 아니지만 집들 사이로 회색빛에 싸인 연분홍 하늘이 그런대로 아름다웠다. 무엇이든 늘상 혼자서만 하던 내 옆에 말벗이 되고 길동무가 되어주는 언니와 함께라는게 더 없이 즐거웠다.
  “어머 이게 다 민들레다”길섶 파란잔디속에 펑퍼짐하게 늘어진 잎사귀들을 가르키며 놀라워 하셨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쭈구려 앉은 언니 손엔 벌써 한 줌의 민들레가 쥐어져 있었다. 당뇨에 좋고 건강에 좋다고 매스컴을 하더니 서울에서는 민들레가 씨가 마를 정도로 사라져 버렸단다. 시궁창 옆 냄새나는 곳이거나 쓰레기장 근처 오물속에서도 남아나질 않는데 이렇게 깨끗한 민들레가 지천이라니…….
  아무래도 산책은 더 이상 지속이 안 될 것같아 슬며시 집으로 돌아와 비닐백을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함께 뜯어 담았다. 지나가던 얼굴 검은 여인이 의아한 듯 무엇에 쓰느냐며 묻는 것같다. 약으로 쓴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어깨를 흠칫한다.
  해가 거의 넘어가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앉을 때까지 부풋하게 채워 가지고 돌아왔다. 큰 횡재를 한 것처럼 뿌듯해 하시는 언니, 누구도 못 말리는 영원한 살림꾼, 일등 주부의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분, 지켜보는 내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게 하신다.
  “이거 바로 김치 담자 욹으면 약성이 빠지니까 쌉쌀하겠지만 그냥 담아야겠어”
  일 속에 파묻혀 살다가 여기와서 며칠 쉬니까 심심하셨을까? 장난감 만난 아이처럼 신바람이 나셨다. 그릇을 대령하고 양념을 꺼내 놓았더니 손질해 다듬어서 바지런하게 씻어 먹음직스럽게 버무렸다. 밤 가는 줄 모르고 해 담은 김치가 작은 통에 두 통이다.  
  “이것봐라, 제법 많은 걸, 냉장고에 넣고 천천히 익혀서 두고두고 먹어요.”
  대견해 하는 언니, 그 넉넉한 표정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는 또 얼마나 행복해 보였을까? 젓국에 폭 삭고 간이 잘들어 익었지만 약이 된다는 씁쓸한게 사실은 별로여서 정말로 약처럼 참 오래오래 먹었다. 그 김치를 먹을 때마다 언니의 정성과 그 날의 추억이 떠올라 곁에 언니가 계신듯 착각하곤 했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어머니같은 보살핌으로 신경 써 주시는 언니의 절반도 이 동생은 못하고 있으니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꼭 맞는 말이 잖은가. 이제 민들레 이야기만 나와도 언니가 생각나고 그리움으로 가슴이 죄어온다.
  또 한 사람, 전에 살던 우리집 안마당에서 민들레를 뜯다가 우연히 친구가 되신 ㅇ집사님. 그 분은 정말로 당뇨환자여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김치 봇따리를 안고 가셨다. 매일 아침식사가 끝나면 반드시 산책을 해야 했고 그 길목에 있는 우리집엘 꼭 들려 놀다 가곤 했다. 정스럽고 경우도 분명한, 같이하면 마음 편하고 대화도 통하는 그런 분이여서 만나기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수다에 출출해지면 옥수수, 호박, 감자 등을 쪄놓고 시골 마실처럼 놀다 가면 다음 날은 그 분이 그 만큼을 도로 들고 와서는 어제의 빚을 갚는다. 사는 집이 우리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 뿐 직장에 나가는 딸을 도와 살림을 맡아하는 것 말고는 깊이 아는 게 없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잘 지냈다. 늙으면 부부 함께 지내는게 권태롭고 짜증나는 일일까? 같이 귀국하자는 영감님을 먼저 돌려 보내고 혼자 여기 남아 사는게 너무 홀가분하고 편해서 가고 싶지 않다고 속이야기는 서슴이 없다. 아마 동생같은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하는 말이려니 생각도 들지만 반 쯤은 진실인게 틀림없다.
  민들레 김치 들고 한국 들어 가면서 다시오면 또 만나자고 당부 약속 단단히 했건만 이제 그 분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따님 가정이 모두 호주로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민들레가 지천인 이 나라에 와서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되겠다고 집 정리하고 돌아 오겠다더니……, 지금은 어찌 지내고 계실까?  

이민심사 관점의 SMC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256 | 3시간전
Skilled Migrant Category(SMC)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SR3.20에 따른 ‘Skilled employment’ 충족 여부입니… 더보기

잘 늙어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231 | 3시간전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인 ‘자본주의 비판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대표적인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신 왕래나, 엡스틴 범죄 행… 더보기

코스 매니지먼트와 인생 계획 – 전략 없이 무작정 치면 낭패

댓글 0 | 조회 86 | 3시간전
골프에서 ‘코스 매니지먼트’는 단순한 스윙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전략 없이 경기에 임하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게 되고, 반대… 더보기

바위 속 부처님을 모시다 - 마애불

댓글 0 | 조회 74 | 3시간전
멀고 긴 여로서기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3만 군사를 몰고 백제의 수도 한성을 습격했다. 한성이 초토화되자 백제는 서둘러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했고 어느… 더보기

정년 이후의 고용관계

댓글 0 | 조회 257 | 7시간전
예전 칼럼에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달리 특별히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으며 만약 고용주가 60세가 된 피고용인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나이를 이유로한… 더보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댓글 0 | 조회 80 | 7시간전
시인 최 승자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무엇을 채울 것인가,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하다 … 더보기

23. 웰링턴(Wellington) – 타라(Tara)의 전설

댓글 0 | 조회 72 | 7시간전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고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이 도시의 마오리 이름은 ‘테 위타랑이… 더보기

UCAT 매년 응시 후 알게 된 알짜배기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151 | 1일전
UCAT ANZ은 University Clinical Aptitude Test Australia New Zealand 약자로 직역하면 의료계열 적성고사 (호주 뉴… 더보기

설날과 떡국

댓글 0 | 조회 166 | 4일전
올해는 2월 17일(화)이 음력(陰曆) 정월(正月) 초하룻날인 ‘설’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한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지난… 더보기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0 | 조회 445 | 6일전
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 더보기

오클랜드&오타고 1학년 바이오메드/헬싸 A+ 공부법

댓글 0 | 조회 65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바이오메드.헬쓰사이언스 (Auckland Biomed.Health Sci.) 그리고 오타고대 헬쓰사인언스 (Otago HSFY) 공부법… 더보기

내년 490명 의대 증원...한국 의대 증원의 현주소

댓글 0 | 조회 607 | 2026.02.14
최근 한국 의대 입시를 보면 호주 의대 입시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역 의사제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한국 같은 경우 여러분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더보기

“사랑은 서류로 남는다” IPT 판결로 본 파트너십 비자의 핵심 가이드

댓글 0 | 조회 618 | 2026.02.13
실무에서 파트너십 비자 업무를 하다 보면, 증빙 서류를 요청드릴 때 “우리가 확실한 부부 사이인데, 같이 살고 있는 걸 모두가 다 아는데, 왜 이런 사소한 입출금… 더보기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클랜드 의대 vs 오타고 의치대

댓글 0 | 조회 955 | 2026.02.11
[출처]https://www.ama-assn.org/series/succeeding-medical-school뉴질랜드에는 현재 2개의 의과대학과 1개의 치과대학이… 더보기

떠나는 이들

댓글 0 | 조회 489 | 2026.02.11
주말 아침 타운하우스는 텅 빈 듯 조용하고 승용차들도 벌써 어딜 갔는지 주차장이 한가로운데, 가까운 곳 어느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외로운 울음을 울고 있었다.… 더보기

돈으로 살 수 없어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다정함이 많은 교회보다헌금 많이 걷히는 교회가성공한 교회라고 합니다달동네교회보다부자들이 많은 교회가성공한 목회라고 합니다섬김, 겸손, 변화라… 더보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의 산에서

댓글 0 | 조회 225 | 2026.02.11
기독교신자 박미경·강희복 부부2016년 수덕사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박미경 씨는 최근까지 25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했다. 템플스테이는 그가 어릴 적부터 좋… 더보기

8월 SMC와 황금 같은 6개월

댓글 0 | 조회 349 | 2026.02.11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뉴질랜드 영주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아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더보기

추억도 자산이다

댓글 0 | 조회 217 | 2026.02.11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든 많은 자산(資産)을 쌓아가기를 염원한다. 금전으로 평가되는 부(富)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명제일 것… 더보기

3편 – 〈라자루스 코드〉 (The Lazarus Code)

댓글 0 | 조회 116 | 2026.02.11
​“죽은 자는 돌아오지만, 코드도 다시 돌아온다.”프롤로그 - 2029년 7월 1일, 도쿄도쿄 중심부, 금융단지 빌딩군 위로 전광판 하나가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 더보기

다보스 포럼을 보고

댓글 0 | 조회 128 | 2026.02.11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2026 다보스 포럼)이 1월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산골 다보스에서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약 3000명의 리더들이… 더보기

주택 임대차 재판소 (Tenancy Tribunal)

댓글 0 | 조회 254 | 2026.02.10
독자분께서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시면서 임대를 놓는 집주인이시던, 그런 주택을 임차해서 사시는 세입자이시던,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번쯤 고민을 해보셨… 더보기

22. 마나와투 강의 여정 – 바람을 거슬러 흐른 사랑

댓글 0 | 조회 134 | 2026.02.10
파머스턴 노스(Palmerston North)는 뉴질랜드 북섬의 마나와투(Manawatu) 평야에 위치한 도시로, 마나와투 강(Manawatu River)을 중심… 더보기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댓글 0 | 조회 136 | 2026.02.10
시인 에크하르트 톨레생각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해답은 언제나 스스로 우리를 찾아온다.복잡한 생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요함 … 더보기

아틀란티스 대륙 실존설

댓글 0 | 조회 281 | 2026.02.10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세계”가 사람들의 상상력과 탐구 본능을 자극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집요하게 살아남은 이름이 있다.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