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후피 -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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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후피 - 시즌 2

0 개 2,391 박신영
옛날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많은 아이들을 기르는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방 두칸짜리 오두막에서, 쌀구경을 제대로 못해  감자와 옥수수로 근근히 연명들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살림이 어려워지자, 그들 부부는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여자아이(몰리 후피)를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몰리는 부모님을 따라 나섰고, 한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어느 큰 기차역에 이르자, 부부는 몰리를 남겨둔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몰리는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낯선 역 대합실에서, 몰리는 부모님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배도 몹시 고팠습니다.

그 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습니다.

"얘야, 엄마는 어디있니?"

"모르겠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요. 너무 춥고 배가 고파요"

"그렇다면 우리집으로 가자꾸나."

너무 춥고 배고프고 무서웠던 몰리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아주머니의 집은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아주 커다란 이층 양옥집이었고,  아주머니는 온갖 반찬이 잔뜩 차려진 푸짐한 밥상도 차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집에 돌아온 거대한 체격의 아주머니의 남편은 낯선 몰리를 보고는 얼굴을 찌프렸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불쌍한 아이예요. 앞으로 집안일을 거들게 하면 밥값은 하게 될거예요."

아저씨는 몰리는 한동안 노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스무살이 되면 네 부모님을 찾아주마"

이 거인같은 체격의 험상궃은 얼굴의 아저씨(이하 "산적"이라 칭함)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산적은 세 딸의 방 한쪽벽에 있던 장롱을 조금 밀어내더니 그 장롱뒤를 가리키며 앞으로 이곳이 네가 거처할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몰리의 장롱뒤 한뼘 더부살이는 식모아닌 식모와도 같았고 이후 10여년동안 이어졌습니다.
빨래, 청소, 설겆이등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몰리는 밤에는 공부를 해서 겨우 야간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산적의 세 딸은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에도 걸맞는 좋은 집안의 멋진 남자들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제는 몰리도 스무살이 되었고, 산적의 약속대로 부모님을 찾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산적은 말했습니다.

"몰리, 너도 이제 스무살이 되었으니, 시집갈 때가 되었다."

기가막힌 몰리는 도망칠 결심을 했습니다.

산적이 잠들기를 기다린 후, 이윽고 산적의 코고는 소리를 확인한 몰리는 살며시 방에서 나와 산적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적의 방 한쪽 구석에 놓여진 작은 금고를 들고 나올 때, 금고에 매달린 자물쇠가 흔들리며 소리가 나고 말았습니다.

산적은 금방 눈을 떴습니다.  산적은 벌떡 일어나더니, 미처 방을 나가지도 못한 몰리의 머리채를 확 낚아챘습니다.

"몰리, 네가 다시 이런짓을 한다면 너는 평생 네 부모를 못 보게 될거다."


산적이 골라 준 몰리의 신랑(개스통)은 간판다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골에서 혼자 상경해서 공사판을 돌다가 간판가게의 심부름꾼을 일을 하던 중 곁눈질로 배운 간판일로 어찌어찌 작은 가게를 차린 인물인데, 키가 짤막하고 팔다리가 몹시 가늘어 얼핏 어린아이와도 같아보였지만, 작은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하고 특히 작게 찢어진 눈꼬리가 몹시 매서워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스통은 몰리에게 말했습니다.

"나와 결혼한다면, 당신 부모님을 찾아주겠어."

몰리는 할 수 없이 개스통과 결혼을 했습니다.

개스통의 가게에 딸린 조그만 뒷방에서 결혼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몰리는 결혼식 다음날부터 언제쯤 부모님을 만나게 해 줄까 기다렸지만, 개스통은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개스통은 몰리를 하루종일 감시했고, 돈 한푼 주지않았습니다.

곧 첫 아이도 낳았습니다. 첫 아이를 젖뗀 후 곧 둘째 아이도 생겼습니다.

연년생 두 아들을 앞뒤에 매달고, 가게일까지 돌보는 몰리는 하루종일 쉴틈이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몰리의 어깨는 자꾸만 기울어져 갔습니다.

개스통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몰리는 어린 자식들이 가여워서, 낯선 세상이 무서워서 개스통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덧 두 아들은 장성하여 결혼을 하였고 각자의 집에서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몰리는 부모님을 언제쯤 만나게 해 줄지 개스통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개스통은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벌써 돌아가셨을텐데 찾아서 뭐해"

몰리는 떠나기로 했습니다.

개스통이 배달나간 사이, 몰리는 달랑 가방 하나만을 나섰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선 지하철을 탔습니다.

순환선을 2번이나 돌도록 계속 의자에 앉아만 있던 몰리의 눈에 누군가가 보였습니다. 맞은 편 의자에 앉아있던 여인의 얼굴이 낯이 익었습니다.

중년의 여인은 아주 고급스런 옷과 핸드백, 신발을 신고 있었고, 피부가 고은 그 얼굴에는 고상한 기품이 흘렀습니다. 한분에 보기에도,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라, 자신에 걸맞는 멋진 남편을 만나 여태껏 잘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눈에도 몰리가 보였습니다.

너무나 많이 빨아서 원래의 색깔이 분명치 않은 싸구려 잠바에, 무릎이 툭 튀어나온 후들후들한 바지에,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주름진 얼굴의 가난한 여인이 보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산적의 막내딸이 분명했습니다. 막내딸은 산적과 그의 다른 두딸과는 달리 몰리를 하녀처럼 부리지도 않았고 불쌍한 친구대하듯 가끔 자신의 작은 옷이나 책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몰리는 한때 자신에게 친절했던 그녀를 기억하고, 2시간 넘게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습니다. 막내딸에게로 한 발 다가서자, 그녀는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우아하게 일어나더니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몰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전철에서 내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몰리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한참동안......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걸었습니다.
어렴풋한 고향집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제 몰리의 얼굴은 더이상 찌들어 보이지 않고 사뭇 평안해 보입니다.

                                                      - 끝 -

(각색 후기 : 몰리 후피의 원작자인 제이콥스에게 사과합니다. 사전에 저작권 협의도 없이 현대판 몰리를 만들었습니다. 아들녀석이 무엇을 읽고 있나 궁금해서 들여다 봤더니, 그 뻔한 이야기-가난한 처녀가 지혜와 용기만으로 왕자님과 결혼-여서 그동안 많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싫증이 났던지라 살짝 비틀어 보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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