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계곡 카라코람 하이웨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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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계곡 카라코람 하이웨이(Ⅰ)

0 개 2,317 코리아포스트
초가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은 내일이라도 금방 히말라야의 혹독한 추위가 닥칠 것만 같다. 자 ! 오늘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상에 위치한 이웃 초소 길깃을 방문하는 날이다. 곧 내가 근무하는 이 스카루드 초소는 겨울 동안 눈으로 사방이 격리되어 이 세상으로 잊혀진 마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가을이 끝나가면서 내년 5월까지 잠정적으로 폐쇄하게 된다.

본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철수 전에 이웃 초소 길깃을 방문하여 우리 초소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인계하고 결과 보고하라는 것이다.

정전 감시단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금 근무하는 초소인 스카루드와 길깃초소 사이의 도로는 "죽음의 도로"라고까지 지칭할 정도로 도로 상태가 위험하고 험난하여 이 구간을 지나다니는 차량들은 자주 절벽으로 굴러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그래서 정전감시단들도 이 지역에 정찰 나가는 것을 대부분 꺼리고 있다.

그래서, 본부에서 이 지역을 통행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지시사항이 초소에 하달되어있다.

첫째, 차량은 두 대 이상 운용할 것. (고장났을 시 대비)
둘째, 운전병은 차량 한대당 두 명이 준비되어야 될 것. (교대)
셋째, 여행 전날 반드시 운전병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할 것.

반갑지 않은 지시이다.

이제 이 곳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히 이슬라마바드로 철수할려고 날짜를 꼽고 있는데.

벌써 몇번째 다녀온 경험으로 다시금 그 곳으로 가지 않아야겠다는 바램이 있었지만 어쩔수 없이 마지막으로 가야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그래, 좋다, 또다시 좋은 경험하자꾸나.

인계사항을 꼼꼼히 챙겨 정리하고 길깃 초소의 동료들과 함께 마실 그 동안 아껴 놓았던 이곳에선 정말 구하기 힘든 와인도 챙기고 운전병들의 컨디션 상태도 확인했다.

우리 초소 스카루드에서 북동쪽으로 인더스 강을 따라 약 5시간 동안 간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길을 무사히 따라가면 훈자 마을을 잇는 그 유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만난다.

스카루드 계곡을 벗어나자 우리는 아슬 아슬한 외줄 중앙에 서있는 뒤돌아 갈 수 없는 곡예사가 되어버렸다. 벌써 인더스강을 따라 흐르는 계곡 물살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눈이 녹아 계곡을 깎으면서 흘러내리는 회색 잿빛의 강물은 돌을 굴리며 "우루루 쿵쿵" 소리를 내고있고 도로의 상태는 최악으로 변했다.

때로는 그냥 "디" 긋자 모양으로 산을 깎아 놓은 길은 강쪽 면이 트여 있어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고 반대 방향에서 차가 오게 되면 우리 차량은 최대한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도로 곳곳에 큰 바위돌을 볼 수 있다. 몇 십미터 저 앞쪽 급경사지로부터 돌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도로 우측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그냥 어지러운 천길 낭떠러지다.

줄잡아 150 내지 200미터는 되는 것 같다.

어떤 때는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이때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하나님 이시간 무사히 지켜 주시옵소서! 여기서 떨어져 가치없이 죽지않게 이시간 무사히 지켜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했다.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그래!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동행하시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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