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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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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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못하면 '민중의 곰팡이'가 되기 쉽다.

  <다운타운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는 공식 출입문이 여섯개 있다. 그중 서쪽으로 나가는 통로는 비교적 좁고 출입자도 많지 않다. 수년 전 그 쪽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일본인이 오너인 'OK Gift Shop'이 있고 왼쪽에는 러시아인이 경영하는 Perfume Shop(향수가게)이 있었다. 넓은 공간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주인공처럼 미끈하게 생긴 러시안 '페트로비치' 부부가 무려 4개월에 걸쳐 데코레이션을 새로한 야심작이었다. 말이 4개월이지 한 달 렌트피가 1만 불 가까이 되었을 비싼 공간을 몇 달씩 문닫고 준비했다면 그 기대와 의욕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매일 아침 8시면 주인 부부가 나타나 공사를 챙기고 직접 장식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일하는 틈틈이 코 앞에 있던 우리 까페를 사무실 겸 아지트로 사용했기 때문에 상당히 가까워져서 으레 음료수 한 두잔쯤은 무료로 제공했고 서로가 일거수 일투족을 잘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문을 열자마자 불청객들이 찾아 들기 시작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도둑이 선호할만한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우선 상가 출입문이 인접해 있었고 가게문도 양쪽으로 있었다. 또한 카운터가 안쪽에 있고 향수는 작지만 무척 비싼 물건들이 많았으며 주인이 떠듬거리는 영어의 러시안들 이었으니-

  감시 카메라도 설치하고 아예 주인 남자가 문을 지키고 서 있었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손을 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오전 11시쯤이었다. 아예 작심하고 주인과 Security Manager(상가 보안책임자)가 잠복하고 있다가 도둑을 덮쳤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져 나가는 소리에 놀라 뛰쳐 나가 보니 도둑과 주인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인은 힘에 눌려 티셔츠만 찢어져 나갔고 쿵푸유단자인 보안 요원의 주먹에 도둑이 나가 떨어지면서 상황은 종료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호락호락 끝나지 않았다. 즉각 신고를 했지만 불과 걸어서 3분 거리의 경찰서(Fort St. 소재)로부터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족히 2시간은 걸렸다. 난장판이 된 가게를 치우지도 못한 채 주인부부와 스타프 그리고 보안요원 그리고 구경꾼 겸 협조자였던 나까지 무려 대여섯 명이 꼼짝 없이 현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느긋하게 나타난 경찰들이 범인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면서 보안 요원에게  덧붙인 말이었다. "당신은 24시간 내에 오클랜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만일 맞은 범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당신을 즉시 상해죄로 체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역시 유러피언 이민자였던 보안책임자는 그 날로 사표를 냈다. "이 나라 경찰은 도둑 편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을 남긴 채. 결국 그 향수 가게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

  '경찰은 도둑을 잡는다. 도둑은 나쁜 놈이고 잡히면 처벌 받는다.'는 단순 논리가 여기서는 잘 통하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아무리 인본주의(人本主義)에 바탕을 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네 정서로 볼 때는 항상 뒷 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

  몇 주전 오클랜드 도심 근처 'Herne Bay'에서 '오거스틴'이란 17세 소년이 파티를 끝내고 귀가 하던 중 괴한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9월 19일에는 중국계인 '안 안 리우(Annie 27세)'가 Mt. Roskill의 자신의 집에 세워 둔 차의 트렁크에서 시신으로 발견 되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시내에서 경찰관을 보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평화스러운 분위기였고 우리는 그런 속에 이민을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방에 좀도둑이 극성이고 각종 무기까지 등장하는 신종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범죄로 시작해서 사건으로 끝난다는 고국의 사회상에 비하면 아직도 장난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드라마 '판관 포청천'이 인기였던 때가 있었다. 지금 같아선 판관 포청천도 생각나고, '스타스키와 허치' 같은 능숙한 경찰도 그립고, New York 마피아들과 싸우는 'NYPO'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긴 경찰 지원자가 부족해 영국이나 호주에서까지 수입해다 쓰는 판이니 목숨 내건 국가관이나 방범관을 기대하기는 심히 어렵다.

  마누카우경찰서가 주관하는 '아시안 신입경찰 모집세미나'가 9월25일 열린다.

  그렇다. 바로 이런 것이 기회이다. 너무 강한 정부에서는 경찰이 순해야 하고, 약한 정부일수록 경찰이 강해야 하는 법인데 지금의 뉴질랜드는 '약한 정부에 물러 터진 경찰'인 것 같아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럴 때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해서 '화랑도와 태권도와 해병대와 붉은 악마' 정신으로 무장된 참 '민중의 지팡이'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민중의 곰팡이'는 정말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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