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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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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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예의지국은 모르겠으나 조용한 나라는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힘도 없는 조그만 나라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싸워 온 '시끄러운' 역사가 아니었나 생각 된다. 근세사만 보더라도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는 왕이 부인에게 사약을 내리거나, 세자를 뒤주 속에 가둬 죽이기도 하고, 걸핏하면 형제 판에도 싸우고 죽였다. 수 많은 정쟁과 사화와 혁명이 계속되었다. 세종, 성종, 정조 등의 치세를 제외하고는 거의 언제나 전란과 정쟁이 벌어지고, 정국이 늘 혼란스럽고 국력이 쇠진했다. 그러는 동안 주변 강국들이 끊임없이 집적거리기 일쑤였고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국가가 패망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결국은 일본에 치욕의 강제합방을 당하고 36년간이나 통치 받게 된다.

  지난 1세기 동안의 한국 정세를 보자. <대한제국-한일합방-해방과 독립-분단-대한민국정부수립-6.25전쟁-휴전-4.19와 5.16혁명-10.26사태-5.18항쟁-88올림픽-IMF-월드컵 등> 다른 선진국들에선 한 세기에 한 두 번 있을 법한 사건이 수없이 반복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한국에 나갈 때마다 '혼란체감온도'가 더욱 가속화하는 느낌이다. 모두 뭔가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뛰는지 아무도 해답을 모른 채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서 행여 그 대열에서 이탈될까 봐 무작정 같이 달리는 '동물의 왕국' 같은 형국이다. 정치권은 더욱 시끄럽다. 대통령이 대권주자들에게 무차별 싸움을 거는 것은 예사이고, '선관위 고발, 기자실 폐쇄 협박' 등 가히 전 방위적 투쟁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임기 말을 코 앞에 두고도 끊임없이 싸움을 거는 이상한 싸움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다가 대선이 임박해 오면서 대통령과 한나라당, 우리당과 탈당파, 한나라당과 우리당,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폭로와 공방 등 연일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전투구와 전쟁의 포화 속에 몇이나 살아 남을지 모르는 안개 정국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고사하고 사회 질서와 정의와 신뢰가 무너져 버린지 이미 오래이다. 그 구체적인 결과가 청년 실업, 김회장 폭행사건, 명품과 짝퉁의 혼재, 섹시 컨셉과 퇴폐 문화의 범람, 기러기 가족과 사교육 열풍과 같은 총체적 국가혼란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독일의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입구와 영국의 2층 버스 탑승구 옆에 붙어 있던 "위험 부담은 당신에게 있습니다."는 말이 생각 난다. 편리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좋으나 옷자락 등이 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달리는 2층 버스에 청소년들이 뛰어 올라타는 것까지는 자유이나  사고는 본인 책임이라는 뜻이다. 편리함을 만끽할 자유는 주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 따른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논리인 것이다.

  한국은 그렇게 강한 나라도 선진 대국도 아니다. 조그만 나라답게 살아가는 해법을 '조건은 비슷했지만 내용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스위스'에서 배워야 한다. <80년대 말 알프스 정상의 하나인 '필라투스 영봉'에 오른 적이 있었다. 물론 걸어서가 아니라 관광용 전철을 타고서였다. 40도쯤 됨직한 비탈길을 전철에 매달려 올라가면서 앗찔한 스릴 속에서도 스위스의 저력이 느껴졌다.> 스위스는 작고도 척박한 땅을 가졌지만 지혜를 짜 모아 멋지게 성공한 의지의 선진국이다. '영세중립국, 시계와 다목적 칼, 비밀금고, 제약회사의 메카, 관광 천국 등' 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총동원하여 선진 부국의 대열에 우뚝 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선택한 뉴질랜드는 어떤 나라인가. 다행히도 뉴질랜드야말로 남태평양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이번 이민법 개정을 보면서 교민들은 "또 속았다"는 허탈감을 느끼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키위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우리 스스로에게 속은 건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작전을 달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튀는 전략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전략으로. 그것은 주눅들거나 자존심을 버리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이다.

  기껏해야 15년 역사에 2-3만 명 정도의 코리언들이 만들어 내는 뉴스거리가 몇 달이 멀다 하고 헤럴드지에, TV에 대서특필 되거나 톱뉴스로 방영되곤 하니 누가 좋다 하겠는가. 오늘 아침 우리 '코리언 뉴질랜더'들에게는 두 가지 바램이 있다.

  하나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제발 조용히 살아 가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들지 말고, 소리 없이 발전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교민들이 조용히 현지화 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조용했던 아침의 나라'에서 또 다른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이주해 온 우리들을 위하는 평범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길이 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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