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악어의 눈물과 앙팡테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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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악어의 눈물과 앙팡테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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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프로야구의 벽은 높았고 분명 한국보다는 한 수 위였다. 지난달 도꾜돔에서 벌어진 ‘코나미컵 2005결승전’. 삼성라이온즈와 일본롯데마린즈의 한판 승부에서 롯데가 5-3으로 승리한 것이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왠지 한일간 국력의 차이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우리는 역사상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어 왔다. 그 관계는 선린우호였다기보다 대부분 악연 또는 배타적 관계였고 가장 극단적인 것이 36년간의 일제식민통치와 그 전후의 적대관계일 것이다. 그런 쓰라린 과거 때문에 우리 기성세대들은 일본과 일본 사람에 대한 감정이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나 일본을 보는 눈은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하도 부모들이 일본을 성토하고 책에서, 드라마에서 일본을 적대시해 왔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무조건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좌우지간 일본은 나쁘다.”는 식으로는 설득력이 없고 또 막무가내로 싫어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욘사마와 지우히메와 보아의 한류열풍이 거세게 휘몰아 친다고 해서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한국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큰 오산이다. 일부의 유한 마담들이나 정치, 역사등에는 전혀 무관심한 소수 젊은 층의 한시적 감정표출일 뿐이다.

여하튼 학창시절부터 늘 머릿속에 남아있던 의문중의 하나가 일본과의 관계였다. 나는 솔직히 일본과의 과거역사 관계에 대해 상당히 무식하다.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우리는 늘 일본을 미워하고, 때로는 과소평가하고 우리가 한 수 위라는 식으로 비약하곤 했다. 더군다나 “역사를 통해 늘 한국은 일본에게 많은 문화적 유산을 전수했고 심지어 한국인 일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국을 세웠다는 설도 있는데 그렇게 약하고 못난 일본에게 왜 똑똑하고 잘난 우리가 점령당하고 그들의 식민지가 되어 36년간이나 치욕적인 통치를 받아야만 했는가”하는점이다. 그리고 최근세사를 통해 일본은 거의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모델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형태, 경제구조, 드라마 가요 등의 문화부문, 그리고 프로야구까지. 또 지하철과 아파트와 라면과 최근의 웰빙문화등 대부분 일본을 모방하고 일본에서 전수된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일본을 얏보기 전에 일본을 좀 더 깊이 알아야 하고 일본을 우습게 보기보다 무섭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90년대초 오사카에 있는 어느 일본인 집에 민박할 기회가 있었다. 안방을 내 줄 정도로 정성어린 그의 환대도 고마웠지만 놀란 것은 중소기업사장으로서는 너무 초라할 정도로 검소하게 산다는 것이었다.  미뇰타, 야시카, 아사히 펜탁스등 당시에는 일본 카메라가 전세계를 휩쓸 때였는데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그의 카메라를 보니 한 20년은 됨직한 구닥다리였다.  그래서 “아니 일본이 카메라 왕국인데 이건 좀 오래된 것 같군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주인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네, 선친이 쓰던 것인데 지금도 아주 잘 나옵니다.”

  바로 그거였다. “일본은 부자지만 일본사람은 가난하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되면서 그게 바로 일본의 저력인듯 싶었다. 그후로 언젠가 히로시마의 원폭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대파된 도로와 광장의 페허 사이로 나뒹구는 건물 잔해와 시체더미들, 시꺼먼 먹구름이 피어나는 아수라장, 말 그대로 생지옥을 찍은 대형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조용히 원폭의 참상을 설명하는 일본인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국 십대소녀 두 명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마침내는 자신의 고국인 미국을 원망하면서 원폭투하 사실을 성토하기에 이르렀고 그 일본인 안내원은 그런 감정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원폭기념관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들이 전쟁의 희생자라는 변명을 위한 ‘훌륭한 교재’였던 것이다.

  끝없는 검소와 친절, 일본열도를 완전히 뒤 바꾸어 놓은 명치유신,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무서운 인내심을 바탕으로한 일본 정신등은 GM을 누르고 도요타를 세계 제1의 자동차 왕국으로 등극시킬만한 충분한 저력이었던 것이다. 원폭기념관의 안내원이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지 휴머니즘을 바탕에 둔 ‘참회의 눈물’인지 나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우리는 일본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항상 조용히 내실을 쌓아가는 그리고 그렇게 쌓은 실력으로 또 무슨 일을 꿈꿀지 모르는 그 일본인들이야말로 장꼭토의 ‘앙팡테러블’이 될 수 있음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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